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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 3개년 계획과 30살 헌법

김진국
대기자
왜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6일 기자회견을 듣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가 경제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런데 왜 하필 3년일까.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제개발5개년 계획에 익숙해 있다. 더구나 단임제 대통령에겐 선거공약이 이미 ‘5개년 계획’ 아닌가.

 지난 1년을 성과 없이 허송했다는 반성의 뜻일까. 이제라도 수치로 통제해보겠다는…. 그러면 4개년 계획이지 왜 또 3개년 계획인가. 혹시 마지막 1년은 레임덕 기간으로 빼놓은 걸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보니 정말 대통령이 일할 시간이 너무 없다 .

 지난 정부들을 봐도 대통령이 실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급격히 줄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사태로,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시위로 정책 추진 동력을 잃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선거 불복에 시달리고 있다. 굳이 문제가 됐던 그런 소재가 없었더라도 무언가 다른 구실을 찾아내 불복했을 거라고 믿는다.

 내가 찍지 않은 대통령은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거다. 나라 꼴이 어찌 되건 져도 승복하지 않고, 곧바로 다음 선거를 위해 흔들어놓겠다는 것이다. 여건 야건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되면 모든 걸 차지하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레임덕이 당겨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일은 언제 하나.

 이걸 바꿔보려는 움직임이 국회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2월 말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한번 시작되면 블랙홀같이 모두 거기에 빠져들어서 이것저것 할 것을 못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박 대통령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어느 대통령이 자기 임기를 개헌 논란으로 허비하고 싶겠는가. 그러나 어느 정부도 경제가 중요하지 않은 때는 없다. 지금이 그 전환기일 뿐이다. 개발시대와 달리 효율성보다 절차가 훨씬 중요해졌다. 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경제구조도 바뀌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불일치와 수시선거에 따른 정쟁과 낭비, 지역할거형 소선거구제도 이제 손질할 때가 됐다.

 다음 대통령 선거는 2017년 12월. 1987년 다시 대통령을 직접 뽑기 시작해 꼭 30년이다. 한 세대를 넘기면 헌법이 다시 바뀔까, 아니면 그 수명을 연장해 갈 수 있을까.

 87년 헌법은 철저한 타협의 산물이었다. 물론 과거 어느 개헌도 특정인을 의식하지 않은 경우는 드물었다. 87년 개헌도 국민의 힘으로 쟁취한 것이지만 마무리는 1노3김의 이해관계로 이루어졌다. 국회의원 임기와의 관계는 고려하지 않았다. 이미 고령인 자신들 중 다른 누가 집권하더라도 다음 기회는 열어놓고, 집권하면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만은 분명했다.

 그러나 카리스마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시대적 요구도 바뀌고 있다. 불통 논란도 그런 차이에서 나온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국민 이익에 반하는 주장이라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이 소통이냐”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은 없다. 국민의 이익이 어떤 것이라고 수학처럼 정답이 분명하다면 일부러 오답을 쓸 이유는 없다. 그러나 사회 문제는 흑백을 가리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죄에 앞서 타협을 유도해야 할 때가 많다. 더구나 국가 지도자라면 법을 뛰어넘어 생각하고, 필요하면 법을 고쳐서라도 국민 전체를 감싸 안아야 하지 않는가.

 시장을 방문하고, 경제인 수십 명을 불러 함께 밥을 먹는다고 소통이 될까. 밤늦게까지 보고서를 읽으면서 가끔 전화로 궁금한 걸 물으면 소통이 되는 걸까. 보고서를 열심히 읽으면 장관들은 더 열심히 보고서 작성에 매달리고, 시간이 갈수록 보고서를 보는 시간만 더 길어져야 할지 모른다.

 주변에서 듣는 건 비서실장이나 수석비서관조차 직언하기 어려운 대통령, 장관과 당지도부가 수시로 만나기 어려운 대통령이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정책이 한 사람의 기분에 좌우되고, 인사가 한 사람의 수첩에서 나오고, 거기에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하는 형편이 문제라는 것이다. 사실 이런 것은 박 대통령만의 문제라기보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가질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다.

 그동안 제기된 정치개혁의 문제들도 결국 헌법 문제로 귀결된다. 정당의 후진성도 “이제까지 정당이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적한다. 분단체제에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지만 지난 한 해 아무것도 못하고 불복과 정쟁으로 날을 지새운 걸 생각하면 적절한 권한 배분이 더 효율적이다. 더구나 왜곡된 협상을 막으려면 개헌은 임기 초에 시작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미 오랫동안 공론을 벌여온 문제다. 현 대통령의 권한은 철저히 보호해주면 된다.

김진국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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