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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치매 1급도 요양보호사 수발 하루 4시간뿐

대구 달서구 경증치매센터(상록수데이케어센터)에서 사회복지사 여세영씨(오른쪽)가 치매 노인과 대화하고 있다. 이 시설은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지 못한 환자들이 이용한다. 대구에만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2008년 시행된 장기요양보험은 치매 가족에게는 복음과 다름없었다. 가족 수발에서 사회적 수발로 전환했다. 건강보험공단 설문조사(2012)에 따르면 국민의 88.5%가 만족감을 표한다. 그런데도 왜 가수 이특씨 아버지·조부모 사건과 같은 ‘간병 살인’이 끊이지 않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적게 내고 적게 받게’ 설계돼 있어서다. 보험료가 월 소득의 0.39%다. 독일은 5배다. 그러다 보니 보장 인구가 한국은 노인의 5.8%, 독일은 11%다. 장기요양보험 서비스 대상에 들려면 신체등급이 1~3급이어야 한다. 요양원 입소자는 원칙적으로 1, 2등급이다.

 경증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거의 없다. 보건복지부 분석에 따르면 2013년 12월 현재 경증 환자는 23만9000명이다. 주로 방치되는 환자도 이들이다. 독거노인 정모(79·서울 중랑구) 할머니는 지난해 10월 말 치매 진단을 받았다. 할머니 집을 방문했던 간호사가 증세가 이상하다고 보고 의료진에게 알리면서 처음으로 검사를 했다. 이미 치매 증세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자녀들이 정씨와 가끔 통화했지만 증세를 알아채지 못했다. 이 때문에 수개월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됐다. 초기에 발견했더라면 증세가 그 정도까지 진행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경증 환자가 3급 판정을 받기는 쉽지 않다. 치매 환자는 낯선 사람이 오면 긴장한다. 문제 행동은 주로 밤에 많다. 그런데 등급판정 요원은 낮에 온다. 밤에 발생하는 증세를 얘기해도 잘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경기도 성남시 한정희(55·여)씨는 “ 건강보험공단에 남편을 데리고 가서 ‘도와주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고 울면서 매달리고 나서야 힘들게 3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같은 1급이라도 1년 내내 24시간 누워 있는 환자는 서비스 시간을 달리해야 하는데 이런 걸 감안하지 않는다. 식물인간 남편을 13년째 보살피는 홍용희(68·여·서울 은평구)씨는 “일괄적으로 하루 4시간만 요양보호사를 이용하게 제한할 게 아니라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시간을 늘려 줘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요양시설을 기피할 때가 있다. 거기서는 간병비·입원료는 안 들지만 의료 서비스가 안 된다. 반면 요양병원은 의료서비스는 받지만 장기요양보험 적용이 안 돼 간병비(월 100만원 안팎)를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두 기관 간의 역할과 혜택이 뒤죽박죽이다. 3급을 받은 사람이나 경증 환자는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요양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특씨 아버지는 고민 끝에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보내려 결심했지만 입원 직전 세상을 등졌다. 요양시설에 의사의 감독을 받는 전문간호사가 상주하고 요양병원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는 게 시급하다.

 간병 살인을 줄이려면 치매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요양시설에 치매 부모를 보내면 불효라고 생각한다. 힘들어도 배우자는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 나덕렬(신경과) 교수는 “환자가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고 대소변 실수가 잦아지면 요양시설로 보내는 것이 좋다. 가족들이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요양시설의 전문적 서비스를 받으면 환자도 좋아지고 가족의 부담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윤경 부연구위원은 “치매는 손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이라며 “약 등으로 관리하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장주영·박민제·김혜미·이서준·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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