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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용일의 여론에 귀 기울여야

한·일 관계는 지금 4개의 덫에 걸려 있다. 영토, 일본의 역사인식, 군 위안부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다. 양국민의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도 최악이다. 지난해 일본의 대한국 직접 투자는 40%, 일본 관광객은 23% 줄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한·일 정상회담 일정을 잡기도 쉽지 않다. 1965년 양국 국교정상화 이래 이런 전면적 빙하기는 없었다. 양국 관계 악화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역내 역학관계 변화와 한·일 국력 격차 축소가 빚은 구조적 문제일 수도 있지만, 아베 신조 내각의 퇴행적 역사관의 책임은 크다. 원인이 어디 있든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이 동아시아의 불확실성 앞에서 모두 패자가 되고 있다.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일 관계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부상을 고려해 한·일 간 안보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3.9%나 됐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비롯한 군사협력에 대해선 절반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대는 37.3%였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선 찬성(49.5%)이 반대(40.7%)를 웃돌았고, 한·일 관계개선을 위해 대통령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비율도 57.8%나 됐다.



 이번 조사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직후에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안보협력과 대통령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한 비율은 더 눈길을 끈다. 국민의 상당수가 용일(用日)의 관점에서 대일 관계개선을 바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침 일본의 게이단렌(經團連)·일본상공회의소·경제동우회 회장도 7일 회견에서 아베 총리에게 한·일 관계 개선을 촉구했다. 여기에는 일본 경제계 저변의 목소리가 반영돼 있을 것이다.



 한·일 관계 개선의 실마리는 여론조사에서 나온 대로 안보 분야에서 찾을 만하다. 북한 정세는 어느 때보다 불투명하다.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은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확립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권력투쟁과 불안정의 시작일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정보의 원활한 교류를 위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같은 데서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 일본의 대북 정보는 상당한 수준이고, 북·일 관계에 중대한 진전이 있을 수도 있다. 동북아의 안정과 박근혜정부의 국정기조인 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서도 한·일 간 협력은 긴요하다. 한·일 양국이 공통의 이익에서부터 접점을 찾아가다 보면 신뢰가 쌓일 수 있다. 한·일 관계 복원은 중·일 대치국면에서 외교 공간도 넓혀준다.



 우리의 대일 외교 방식도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고 본다. 명분과 실리를 조화시켜 나가는 실사구시의 자세가 바람직하다.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촉구해 나가되 그것이 한·일 관계 전체를 좌지우지하지 않도록 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 아베가 야스쿠니 참배로 세계의 공분을 사고 있는 지금, 일본에 손을 내밀 수 있는 역발상의 지혜가 필요할 수도 있다. 원칙보다 국가이익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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