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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대통령, '기초선거 정당공천 배제' 요청할 때

분열과 미움이 깊은 곳에서 일치를 발견하는 건 놀랍고 귀한 일이다. 일치 지점에 적대적인 세력들이 함께 섬으로써 한 사회의 공존 기반은 단단해질 수 있다. 2012년 11월 6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했다.



 “우리 정치가 국민의 삶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모두 바로잡겠습니다. …기초단체의 장과 의원의 정당공천을 폐지하겠습니다.”



 박 대통령의 이 발언은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었던 문재인·안철수 의원의 주장과 같은 데다 집권당 후보의 무게감과 공식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의 엄정함까지 보태졌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에서 정당의 공천권을 배제하자는 정치권의 합의는 그 자체로 희귀한 사건이며 공존의 기반이 될 시대정신이자 국민정신이었다.



 시대정신의 핵심은 입법자가 아닌 초법자처럼 구는 국회의원의 특권과 기득권을 축소하자는 것이었다. 서로 죽일 듯 싸우다가도 자신들의 기득권 문제만 나오면 하나가 되는 국회의원에게서 ‘특권적 영토’를 하나라도 제거하자는 게 정당공천 배제의 정신이었다.



 시장·군수·구청장이나 시 ·군 ·구의원 후보가 되기 위해 해당 지역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은밀한 ‘공천거래 시장’이 형성된 지는 오래됐다.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들을 줄 세워 제왕적 놀음을 즐기는 국회의원들의 지역패권적 행태는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는 게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 배제론이다.



 어제 국회에서 정치개혁특위 소위가 열려 지방자치제도 개선 논의를 시작했다. 여야는 만사 제쳐놓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배제를 먼저 합의해야 할 것이다. 이미 김한길 대표의 민주당은 지난해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이 안건을 당 차원에서 재확인한 만큼 새누리당이 여기 호응하면 그만이다. 기초의회 폐지론 같은 엉뚱한 꼼수로 정치상황을 더 꼬이게 해선 곤란하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때 이 부분을 명확히 하지 않은 건 유감이다. 원칙과 신뢰의 대통령답게 이제라도 국회에다 기초 정당공천 배제를 입법화해줄 것을 요청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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