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J Report] 월동무 값 50% 급락 … "최소 4만t 갈아엎어야"

7일 서귀포시 성산읍의 밭에 살진 무들이 늘어서 있다. 양손에 무를 집어든 주인 정길남씨는 “큰 놈이 2.5㎏이고 작은 놈이 1.5㎏인데 큰 건 250원, 작은 건 500원 정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롯데마트]
“자식 잘못된 것하고 곡식 잘못된 건 버릴 수가 없다는데 이렇게 잘 키워놓은 걸 버리려니….”

 7일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만난 정길남(70)씨는 밭에 걸터앉아 연신 한숨을 쉬었다. 6만6000㎡(약 2만 평) 크기인 정씨의 밭에서 70대 할머니 10명이 부지런히 월동무를 캐고 있었다. 두 줄로 가지런히 늘어선 무들은 상처 하나 없이 뽀얗게 살이 오른 상태였다. 한눈에 봐도 성인남성의 팔뚝보다 굵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무를 집어든 정씨는 “이 정도면 2.5㎏”이라며 “1.5㎏이 적정선인데 출하가 늦어져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제주 농가의 연간 소득 70%를 차지하는 월동무, 배추와 양배추, 브로콜리, 당근 등 겨울에 수확하는 채소들이 올해 모두 풍작이다.

 채소가 한창 자라야 할 지난해 8~9월에 태풍 피해가 없고 수확 시기인 12월부터 지금까지 영상의 기온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식 같은 채소들을 보는 농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육지 농산품도 풍년이라 전국적으로 가을무와 양배추 생산량이 15~18% 증가하면서 채소의 시세가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량이 많아 시세가 바닥을 치는 풍년의 역설이다. 정씨는 “올해는 태풍은커녕 추위도 없어 넘치는 게 무”라며 “15만 평 중 2만 평 정도는 수확하지 않고 밭을 갈아엎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2월부터 출하했어야 할 제주 채소들은 아직 시장에 발도 제대로 떼지 못한 상태다. 육지 무와 양배추가 소진될 때까지는 채소가 제값을 받기는커녕 손익분기점도 넘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월동무 재배농가의 사정이 가장 딱하다.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200ha 정도 줄어든 4575ha 규모인데 생산량은 오히려 32만t으로 2만t 늘었다. 성산농협의 현용행 조합장은 “20㎏당 생산비가 4000원이고 유통비(수확·세척·운임 포함)가 4000원이다. 최소 생산비가 8000원인데 오늘 시세는 최고가 평균 5000원인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손익분기점인 8000원보다 3000원이나 모자란 가격이다. 현 조합장은 “최소 4만t은 산지폐기해야 시세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하가 늦어질수록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이종철 롯데마트 채소팀 MD는 “최상품인 1.5㎏짜리 무는 개당 500~600원을 받는데 2~3㎏까지 커버린 무는 치킨무나 식당으로 납품돼 ㎏당 100원 정도로 가격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같은 성산읍에서 당근을 재배하는 정윤정(62)씨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2000㎡(약 600평) 규모로 당근을 재배하는 정씨는 “농자천하지대본은 옛날 얘기다. 채소가 너무 헐값이니까 오죽하면 태풍이 기다려질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10월에 3만원 선이던 당근(20㎏ 기준)의 시세는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11월엔 2만원 선이던 것이 12월에는 1만원 선에서 1월에는 1만원 이하까지 떨어져 수확을 포기하는 농민이 적잖다. 정씨는 “자기 땅에서 직접 김매고 약 치는 경우에도 최소 7000원이 본전인데 대부분은 임대료에 인건비, 비료 값을 들여가며 농사를 짓는데 시세가 터무니없이 낮다”고 말했다.

 8㎏당 1만8000원까지 받던 양배추도 시세가 지난해의 30% 수준인 510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올해 양배추 재배면적이 1799ha로 지난해보다 7% 늘어난 데다 작황까지 좋아 생산량이 11만7000t으로 전년 대비 10% 늘어났기 때문이다. 감자 농가는 더하다. 지난해 가격이 폭등한 탓에 감자 재배를 늘리는 바람에 재배 면적은 40% 늘어났고 시세는 예년의 30%로 떨어졌다. 시기를 잘못 예측한 것도 가격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됐다. 강홍경 성산농협 유통사업소 팀장은 “월동무와 양배추·당근·콜라비 등이 비슷한 상황”이라며 “태풍으로 인해 파종이 늦어지면서 초겨울 채소 물량이 부족했던 예년 경험 때문에 농민들이 조기파종을 하는 바람에 12월~올 1월 시세가 터무니없이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산물 시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9월 갈치 어획량이 지난해보다 30%나 증가했고 9월부터는 전년 대비 60%나 늘어나는 등 풍어를 맞았다. 한데 일본 방사능 공포로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2009년 이후 가격 고공행진을 계속하며 ‘다이아 갈치’ ‘금갈치’라고 불리던 과거가 무색해졌다. 특히 생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냉동 갈치보다 저렴해졌다. 서귀포 수협 제주갈치 10㎏의 산지가격은 지난해 11월 8만8130원에서 이달 7만3000원으로 17.2% 떨어졌다. 냉동 갈치의 산지가격 10만원대보다도 낮다. 옥돔도 시세가 30% 하락하고 광어도 지난해 1만4500원에서 1만1500원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제주특별자치도와 농협은 시세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현 조합장은 “농민들이 시세가 생산원가인 4000원 이하일 경우 아예 생산하지 않고 먼저 산지폐기를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농협중앙회에서 전국적으로 20만 평 규모의 농산물을 폐기처분하겠다고 발표했고 이 중 6만 평이 제주 성산농협에 배정됐다.

 마트에서는 풍년의 역설을 파고들어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한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롯데마트는 제주 특산물 판로 확대를 위해 지난 11월 제주를 직접 찾아 어묵과 애플망고, 활광어, 참조기 등 50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경민 롯데마트 수산팀장은 “갈치물량 조절과 가격 안정화를 위해 생물갈치 소비 촉진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도 제주산품 구매목표를 올해보다 300억원 늘어난 18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제주 농수산물의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는 내년 제주산 만감류 20% 이상, 무·감자·당근·양파 등 4대 채소 10~20% 이상 구매 확대를 약속했다.

제주=채윤경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