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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파 의원 40명에 200여 명이 휘둘리는 한국

지난해 7월 2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국회 본회의 도중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는 안건에 대해 기존의 ‘권고적 당론’을 ‘강제적 당론’으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의총은 당 지도부의 취지 설명이 전부였고, 5분 만에 끝났다. 찬반 토론도 없었다.



중앙일보 갑오년 어젠다 … 나보다 우리가 먼저
여당은 청와대 지침에 이견 못 내고
야당 지도부는 강경파에 힘 못써
의원 소신발언 막는 공천권 없애야

 세 달 후인 10월 2일.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의 10·30 재·보선 공천 여부를 놓고 당내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새누리당 김성태·박민식·조해진·이장우 의원은 서 전 대표의 공천을 반대하며 의총을 열고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지도부는 묵살했다. 익명을 원한 재선 의원은 “당 지도부가 바라는 대로 결과가 나오더라도 토론 끝에 결론을 내는 것과 숙성과정 없이 지도부가 ‘따르라’며 일방적으로 몰고가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의총이 청와대의 지침을 설명하는 자리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원’의 의사 전달 구조만 있을 뿐 ‘의원→지도부’는 없는 게 새누리당 현실이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문제만 해도 당 일각에선 “보완책이 더 필요하다”(유승민 의원)는 의견이 나왔지만 청와대가 일단 결정을 하니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지도부는 일사불란하게 밀어붙였고, 대부분의 의원들이 이에 따랐다.



 새누리당은 최경환 원내대표, 홍문종 사무총장,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박근혜계 핵심인사들이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사정이 다르다. 현재의 지도부는 이른바 ‘비주류’ 지도부다. 김한길 대표나 전병헌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온건·중도성향에 가깝다는 평가다. 하지만 주류인 당내 강경파들 앞에서 리더십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해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둘러싼 진통이 대표적 사례다.



 김 대표는 박영선 법사위원장과 김기식 의원 등 강경파가 계속 반대하자 “나에게 일임해달라”며 총대를 메고 여권과 접촉해 법안을 통과해주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은 김 대표 등 15명에 불과했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이 61명이나 됐다. 486세대·시민단체 출신 의원들은 “새누리당의 주장을 쫓아 타협할 순 없다”(우원식 최고위원)며 끝까지 불만을 표시했다. 사실 외촉법은 지난해 7월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 통과를 약속한 사안이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 강경파들이 주도해 부결(찬성 84표, 반대 80표, 기권 21표)시켰다. 방심하고 표 단속도 안 하고 있던 새누리당은 뒤통수를 맞았다. 이후 민주당은 외촉법을 사실상 당론으로 반대해왔고, 이번에도 강경파들이 표결로 ‘반란’을 꾀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새누리당에선 “야당 지도부와 합의를 해봤자 뭐하나. 번번이 강경파한테 퇴짜를 받고 오는데”라는 불만이 나온다.



 양당 의원들 스스로도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비주류 의원은 “당 지도부가 야당을 포용할 생각을 하기보단 대통령 심기만 헤아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일부 시민단체 출신 강경 의원들이 감정대로 막 하는 것을 보면 어이가 없다”고 했다.



 여야에서 강경파로 통하는 의원들은 각각 20여 명 정도다. 그런데도 나머지 100여 명의 의원들이 끌려다니는 건 공천권의 영향이 크다. 총선 때마다 물갈이가 워낙 심하고, 여야 할 것 없이 당 주류에 찍혀선 공천을 받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남부원 YMCA 사무총장은 “당 지도부나 실세그룹이 쥐고 흔드는 현행 공천제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며 “유권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는 상향식 공천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강제적 당론을 폐지하고 이슈별로 자유투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중앙대 손병권(정치학) 교수는 “여당은 대통령 앞에 잔뜩 경직돼 있고, 민주당도 국정원 댓글 등의 이슈 때문에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강공일변도로 흘러갔다”고 진단했다.



연세대 김종철(법학) 교수는 “석패율(惜敗率) 제도 같은 장치가 없이 단 한 표 차이가 나더라도 지는 쪽은 ‘0’이 되는 ‘단순 다수제’와 소선구제 때문에 정치권이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며 “건전한 소수파들이 완충작용을 하게끔 공직선거법·정당법 등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별취재팀=정치부 김정하·권호·강태화·하선영·김경희 기자, 국제부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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