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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천의 시시각각] '뿔난' 30대에게 희망을!

권석천
논설위원
지난 연말 강북에서 저녁 자리가 있었다. 대학 교수, 여론조사 전문가, 기업인, 공직자, 기자…. 서른아홉부터 쉰 줄에 들어선 이까지 일곱 명이 모였다. 술이 몇 잔이나 오갔을까. 30대가 화제에 오른 건 드라마 ‘응답하라 1994’ 때문이었을 것이다. 먼저 운을 뗀 건 여론조사 전문가였다.



 “조사를 해보면 응사세대, 그러니까 94학번부터 03, 04학번 정도까지 특이한 흐름이 나옵니다. 진보 성향 비율이 유난히 커요. 정부에 비판적이고… 20대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죠.”



 그는 “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아 취업이 쉽지 않았던 연령층”이라고 했다. “면접 조사를 해보면 내면에 상처들이 많아요. 윗세대에 대한 피해의식도 크고, 좀 삐딱한 면도 있고, 정치 얘기를 해보면 별 걸 다 기억해요. ○○○은 전철요금이 얼마인지도 모른다, △△△는 전두환에게 세배했다….” 그만큼 정치와 정책에 민감하다는 얘기였다. 다른 동석자들도 입을 열었다.



 “제가 그 94학번인데요. 제 또래는, 강남 사는 친구들까지도 사회에 불만이 많아요. 2002년이었죠? 막 결혼할 시기에 아파트값이 치솟고, 지금도 내 집 마련을 못한 채 전세가 급등 속에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죠.”



 “30대 중·후반에 싱글(미혼)들이 많은 것도 그런 때문 아닐까요?”



 “20대는 왜 30대와 다른 거죠?” 내 물음에 여론조사 전문가가 답했다.



 “20대는 부모 세대의 혜택을 상당히 받은 친구들이에요. 반면에 30대는 대학생활을 풍요롭게 보내다 곧바로 험한 세상에 던져졌죠. 부모 도움도 받지 못했고요.”



 “우리 땐 그래도 취직은 쉽게들 했는데, 왠지 미안해지네요. 얼마나 기가 죽어 사회 생활을 시작했을까요.”



 문득 그날 읽었던 기사 한 꼭지가 떠올랐다. ‘사회의 허리, 30대가 시들어간다.’ 30대 남성의 비만율(41.1%)과 흡연율(52.8%)이 가장 높다는 내용이었다. 생각에 잠겨 있던 내 어깨를 흔든 건 선배 기자의 목소리였다.



 “저도 30대 땐 불만이 많았던 거 같아요. 젊은 후배들과 나이 든 간부들 사이에 끼어 있어야 하니까. 뭐, 그렇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 문제만은 아닙니다. 386세대는 87년 민주화를 이뤄냈다는 자긍심도 있고, 아파트 한 채씩 장만할 기회도 있었지요. 30대가 맛봐야 했던 경험과는 분명히 다른 경험들이죠.”



 대학 교수가 말을 받았다. “노인 복지도 중요하지만 앞으론 30대 복지에 신경을 써야 해요. 한창 아이 낳고 키울 나이인데….”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누군가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면서 ‘30대 문제’는 조금씩 멀어져 갔다. 철도 파업, 대통령의 소통, 장성택 처형. “건성건성 하다간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예요.” 헛헛한 웃음꽃이 피었다가 졌다.



 자리를 파하고 귀가하는 전철 안에서 내가 아는 30대들의 얼굴이 망막을 스쳐갔다. 우린 우리 세대의 아픔만 공유하며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저녁 모임을 함께했던 여론조사 전문가, 배종찬(43)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에게 며칠 뒤 전화를 걸었다.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궁금했다.



 “30대는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 중심축 아닙니까. 그들이 좌절에 빠져 있으면 한국의 미래가 어두운 겁니다. 30대가 도전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희망을 주고 용기를 북돋아야 해요.”



 30대 후배 기자에게도 물었다.



 “저희 세대 문제는 저희가 감당해야죠. 바람이 있다면 지금 중심세대인 선배들이 좀 더 잘해주셨으면 해요. 또 하나, 저희가 믿고 따를 ‘진짜 어른’이 많았으면….”



 ‘거품 시대’의 막내인 40대~50대도 10년 후, 20년 후면 공과를 평가받게 될 것이다. 그때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2014년엔 세대 간에도 “안녕들 하십니까”가 울려 퍼질 수 있을까. 물음은 끝없이 이어졌다.



권석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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