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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삼성전자 실적도 예측도 다 빗나갔다

“어닝 쇼크(Earning shock)다.”



영업이익 8조3000억, 작년 4분기 '어닝 쇼크'
삼성전자 “숨고르기일 뿐”
영업이익 예측 크게 벗어나

 7일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을 공개하자 나온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반응이다. 영업이익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어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한 달간 나온 국내 증권사의 삼성전자 영업이익 추정치(컨센서스)는 9조4626억원이었다. 이날 발표된 8조30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많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정작 시장은 차분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보다 3000원(0.24%) 내린 130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쇼크’를 받은 건 애널리스트들뿐이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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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이 잠잠했던 건 이미 외국계 증권사들이 놓은 ‘예방주사’를 맞은 덕이다. 지난 2일 새해 첫 증시가 열리자마자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팔기 시작했다. BNP파리바가 삼성전자의 순익을 8조7800억원으로 확 내려 잡은 영향이 컸다. 같은 날 크레디트스위스도 영업이익을 8조원 중반대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틀 내리 떨어지며 5%가 넘게 빠졌다.



 그러자 국내 증권사들도 실적 목표치를 잇따라 낮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뒷북’ 보고서들도 외국계와는 달리 대부분 9조원대에서 이익을 방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과급 지급 같은 일회성 비용 탓이니 너무 민감해 할 필요 없다”, “주가가 과도하게 내렸으니 매수하라”는 권유가 덧붙기도 했다. 하지만 실적 발표 뒤에는 “스마트폰의 수익성 악화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경계가 커지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20%에 육박하는 명실상부한 대장주다. 전체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바꿔놓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가 전망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자연히 삼성전자에 관한 리포트는 리서치센터의 ‘실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그런 종목의 예상이 상당 폭 빗나갔는데도 시장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건 상당히 의외다. 한 펀드 매니저는 “돌려 말하면 시장이 국내 증권사의 예측을 믿지 않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물론 특수한 사정도 있었다. 연말에 ‘신경영 20주년 기념 성과급’으로 8000억원이나 나간 게 컸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4분기에는 성과급이 나가거나 미처 몰랐던 부실이 한꺼번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아 통상 실적 예측치가 실제치보다 높게 잡히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 증권사의 ‘낙관적 추정’이 반복되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업황이 정점을 찍고 내려올 때는 외국계 증권사와의 예측 경쟁에서 연전연패다. 국내와 외국계 증권사는 지난해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을 놓고도 엇갈린 전망을 내놨었다. 당시 외국계는 9조원대 중반의 영업이익을 예상했고, 국내 증권사는 대부분 10조원 이상을 내다봤다. 실제 발표된 수치는 9조5000억원이었다.



 단순한 실력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게 증권가의 얘기다. 무엇보다 기관투자가나 주요 기업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증권사에 수수료를 주는 기관투자가와 자산운용사가 ‘갑’이라면 리서치센터는 ‘을’의 위치”라면서 “섣불리 주가에 불리한 리포트를 냈다가 그 종목을 많이 들고 있는 기관이 손해라도 보게 되면 애널리스트에게 비난의 화살이 몰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소신 있게 ‘매도’를 권하는 보고서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기업 보고서 2만5000여 건 중 ‘매도’ 의견을 낸 건 단 2건에 그쳤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거의 매수 의견이다보니 ‘중립’이 사실상 매도로 해석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반면 외국계의 경우 보다 자유롭게 비관적인 내용의 리포트를 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고객이 주식을 사들이려는 곳뿐 아니라 내릴 것 같은 종목을 공매도해 수익을 올리는 헤지펀드 등으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이제는 헤지펀드 활성화에 대비해 국내 증권사들도 투자의견을 좀 다양하게 내야 한다는 말이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국내 증권사 보고서가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하니 외국계 보고서의 시장 영향력은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있다. 6일 나온 골드먼삭스의 보고서가 그랬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에 연초 오름세를 보이던 원화 값이 하루 새 달러당 10.2원 급락했다. 시중 금리의 오름세도 단숨에 꺾였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전문가 설문에선 99.2%가 ‘금리 동결’을 예측한 상황이다.



 한편 4분기 실적에 대한 삼성전자의 자체 평가는 일종의 ‘숨고르기’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 1분기에는 성과급 같은 일회성 비용이 사라질 뿐 아니라 마케팅 비용도 상대적으로 줄어 실적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디스플레이 등 삼성 주력 제품의 경쟁력은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수기인 4분기에 매출(59조원)이 전 분기보다 뒷걸음질친 데 대해서도 “실적이 안 좋은 해에는 연말에 ‘물량 밀어내기’를 통해 목표치를 맞췄지만 올해는 3분기에 최대 실적을 내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선 스마트폰 등 삼성전자의 주력인 모바일 부문의 실적이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통신업체 임원은 “스마트폰 수요의 중심이 선진국에서 신흥시장으로, 초고가 제품에서 중저가 제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시장의 변화는 평균판매단가(ASP)를 낮춰 삼성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지난 한 해 매출액은 228조4200억원, 영업이익은 36조77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2년보다 13.6%, 영업이익은 26.6% 각각 증가한 것이다. 연간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조민근·안지현·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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