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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상기법’ 추진하려면 사생활 보호 강화해야

통신비밀보호법 5조는 11개 항에 걸쳐 감청 대상 범죄 280건을 상세히 규정한다. 1항엔 내란죄, 방화죄, 아편죄, 약취·인신매매·강간·사기 같은 온갖 범죄가 들어 있다. 2항은 군 형법 중 반란·이적(利敵), 지휘권 남용 등이, 3항은 국가보안법상의 범죄가 대상이다. 감청을 빠져나갈 범죄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론 큰 구멍이 나 있다. 휴대전화 때문이다. 현재 유·무선 통신 중 휴대전화(무선)의 비중이 75%인데, 이에 대한 감청을 제대로 할 수 없다. 휴대전화로 전화하면 전파는 가까운 기지국을 거쳐 기지국 간 유선 통신망을 지나 상대 휴대전화에 닿는다. 팸토셀 같은 장비를 이용한 이동감청이 있으나 사용이 어렵다. 효율적인 감청을 하려면 중간의 유선 통신망에 장비를 걸어야 한다.

그러나 통신업체엔 감청 장비가 없고, 검찰·경찰·국가정보원도 2005년 정부의 불법감청 고백 이후 공식적으로 휴대전화 감청 장비를 없앴다. 법원의 허가나 대통령의 감청 승인이 있어도 소용없다. 전 국정원 간부는 “휴대전화 감청을 아예 못했다”고 말한다. 보통 ‘도청에 시달린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사뭇 다르다.

국정원은 휴대전화 감청이 안 돼 간첩사건을 예방하지 못했다고 불만이다. 또 경찰·검찰은 유괴·납치강도 같은 강력 범죄나 마약·밀수처럼 은밀한 범죄에 대포폰·선불폰이 사용돼도 감청을 못한다고 한다.

최근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제출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그런 현실을 감안했다고 볼 수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통신업자들에게 장비 구축을 의무화해 거의 사문화된 합법적 감청을 되살리고 범죄를 예방하자는 것이다. 2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비용도 국가가 지원한다.

휴대전화 감청에 관한 한국의 법체계는 스마트폰 보유 세계 1위, 인구당 휴대전화 보유 비율 세계 5위인 나라의 위상치곤 늦은 감이 있다. 미국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1994년 CALEA법으로 민간업자의 휴대전화 감청 장비 구축을 의무화했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임종인 원장은 “무료 인터넷 통신인 스카이프가 2005년 법 적용을 거부해 소송이 붙었는데 워싱턴 고등법원은 ‘인터넷이라도 통신이라면 적용 대상’이라고 판결했다”고 말했다. 독일은 95년 전기통신법으로 강제했고 호주(1997년), 네덜란드(1998년)가 뒤를 이었다. 영국은 2000년에 합류했다.

한국에선 2005년 노무현정부에 이어 17, 18대 국회에서도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국제적 추세와 관계없이 우리 국민의 감정은 감청설비 강제 구축이나 연 20억원의 강제금 부과를 자유의 구속, 사생활 침해로 받아들이는 쪽이다.

이런 거부감을 완화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사법부 역할이다. 미국은 판사의 감청 영장 발부와 기각률을 공개해 권력 남용과 사생활 침해 논란을 막았다. 우리 사법부가 의심받는 가장 큰 이유는 감청 영장을 발부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편의를 봐주기 때문이다. 범죄 예방과 수사라는 현실적 필요성과 사생활 보호라는 가치 사이의 균형은 엄격한 법과 투명한 집행으로 확보할 수밖에 없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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