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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 "통상임금, 기업 규모별로 차등 적용 검토"

현오석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통상임금을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2일 저녁 전북 전주지역 경제인들과의 간담회에서다. 현 부총리는 “통상임금을 기업 규모별로 나눠 적용하거나 (적용)시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부처 간에)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택수 전주상공회의소장이 “통상임금 판결 이후 (노조의) 소송전 때문에 기업인이 힘들다”는 하소연에 대한 답이었다.

 현 부총리의 발언내용이 알려지자 노동계는 발끈했다. 한국노총 이정식 중앙연구원장은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위헌적이고 초법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삼권분립의 원칙조차 무시하고 정부가 재계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며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는 차원에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와 고용노동부도 당황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사안을 정부 마음대로 유예시킬 수는 없다”며 진의 파악에 나섰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재부에 시행시기를 늦추거나 규모별로 차등 적용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통상임금 문제는 지난해 12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의 판결로 일단락됐다. 당시 대법원은 “정기적으로 지급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키로 한 노사합의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휴일근무수당, 연월차수당, 시간외 근무수당을 새로 계산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판결로 기업들은 연간 8조원(경총 추산)이 넘는 인건비를 더 부담할 전망이다.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기재부는 “중소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경감하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서 검토할 수 있는 사항을 원론적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용부 임무송 근로개선정책관은 “대법원 판결 이후 관련 행정지침을 고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며 “상여금과 각종 복지수당 가운데 통상임금에 해당되는 항목을 가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임금 관련 문제는 개별 노사 간에 자율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별로 임금체계가 달라 일률적으로 시행시기를 늦추거나 단순히 기업규모를 따져 적용방식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가뜩이나 소송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현 부총리의 발언은 노동계를 자극해 개별 노사관계를 노동계와 정부 대결 구도로 몰아갈 위험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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