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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은] 건수 경쟁으로 마음의 병 치유?

‘정신보건 분야, 10월까지 80%, 11월까지 90%, 12월까지 100% 목표 달성 요망. 실적 부진 지역은 현지 확인과 각종 페널티 부여 예정.’ 정신보건사업 정부합동평가와 관련해 한 광역자치단체가 시군구로 보낸 공문 내용이다. 최근 정신보건센터협회는 이와 관련한 항의 전화를 자주 받는다. 인구 10만 명의 어떤 지역에선 2013년 9월 말까지 2020명의 주민에게 정신건강 상담을, 그중 760명에게는 4회 이상 지속적 상담서비스를 각각 제공했다고 한다. 실무자가 3명이니 1인당 600명 이상을 상담한 셈이다. 센터는 상담업무만 하는 게 아니라 등록 중증정신장애인 240명 이상의 재활서비스도 책임진다. 이 지역은 해당 광역자치단체 내 지자체 중 1위를 달린다. 그러나 정신보건사업에 대한 이런 양적 평가는 세계 어디서도 찾기 힘들다. 마음의 병을 이런 식으로 치유할 순 없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신보건사업 예산이 너무 적은 데서 기인한다. 한 지역의 자살예방사업을 지원하는 시군구 자체 예산은 750만원이다. 이 액수는 어쩌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인 우리 사회가 자살을 바라보는 수준일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예산이 인구와 무관하게 동일 액수로 지원된다는 점이다. 인구 40만 지역과 4만 지역의 예산이 같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줄 세우기식 실적 경쟁을 유도하고 시도 및 시군구 보건소는 합동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고 정신보건센터에 무리한 목표 달성을 요구한다. 정부가 국민 정신건강에 정말 관심이 있다면 이 같이 의미 없는 건수 경쟁 유도는 중단하는 게 맞다. 공공서비스를 강화하기 원한다면 그에 걸맞은 투자가 필요하다.



이명수 정신보건센터협회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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