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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인생도 리셋이 되나요?

정재승
KAIST 교수
바이오 및 뇌공학과
2014년 새해가 밝았다. 지금쯤 다들 새해 결심으로 며칠 전부터 결연해 있을 것이다. 그동안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며 자책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새로운 다짐들을 하게 된다. 엉클어진 일상을 바로잡고 일, 사랑, 인간관계, 삶의 태도 등에서 인생을 ‘새로고침’ 하고 싶어진다. 살을 빼겠다거나, 술이나 담배를 끊겠다거나, 대학원에 들어가겠다거나, 책을 규칙적으로 읽겠다는 등 구체적인 실행목표도 세운다.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욕망은 이맘때에만 돋는 특별한 욕망이 아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업데이트, 재부팅, 리셋 등 다양한 수준에서 인생의 새로고침을 늘 꿈꾼다. 실제로 새해는 어제 경험한 ‘다음 날’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숫자가 주는 의미 덕분에 우리는 이맘때 새출발의 옷매무새를 여민다.

 스크랜튼대학교 노크로스와 밴가렐리의 연구에 따르면 77%의 사람들이 새해 결심을 일주일 이상 지키지 못한다고 한다. 새해에 했던 몇 가지 결심들 중에서 하나라도 2년 이상 유지하는 사람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20%라는 숫자가 오히려 생각보다 많아 놀라울 정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심삼일’은 동서양에서 두루 통하는 진리란 얘기다.

 해가 바뀔 때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가 새해 결심을 한다는 건 더 나은 삶을 늘 꿈꾼다는 증거이니 격려할 만한 행위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점에선 참 부질없는 짓처럼 보이기도 한다.

 새해 결심이 잘 지켜지지 않는 건 ‘습관’이라는 무서운 사고전략 때문이다. 뇌의 무게는 1.4㎏. 그러나 우리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20% 이상을 이 작은 기관이 사용한다. 즉 머리를 쓴다는 게 에너지를 매우 많이 쓰는 행위라는 뜻이다. 사람은 머리를 별로 쓰지 않고 일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몸을 별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번 더 나은 삶에 이르는 행위를 잘 알면서도 그대로 행하지 않고, 예전에 했던 행위를 별생각 없이 반복한다. 그걸 습관이라고 부른다. 한번 체화된 행위는 바꾸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바꾸려면 두뇌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니까. 새해 결심이 계단이라면 작년까지의 습관은 계단 옆에 놓인 에스컬레이터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새해 결심이 주로 실패하는 건 지키지 않아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키면 좋겠지만 안 지킨다고 해서 치명적이진 않다. 기껏해야 우리는 작년처럼 살게 될 테니까. 절박함이 부족해서 새해 결심을 지키지 못하는 거다.

 자기반성을 통한 처절한 절박함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습관이라는 틀에 갇힌 두뇌를 바꾸지 못한다. 재수생이 재수 기간을 유익하게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건 대학에 떨어진 경험마저도 우리의 일상을 바꾸기엔 부족한 절박함인 것이다. 결국 새해 결심을 제대로 지키려면 그 이상의 처절한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새해부터 덕담을 드려도 부족할 판에 힘든 말씀을 꺼내자면, 우리가 2014년에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늘 죽음을 생각하라’를 실천해야 한다. 우리의 삶은 유한하며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뼈아프게 인식하는 순간, 남은 삶을 의미 있게 사는 데 우리 뇌는 비로소 최대의 에너지를 쓸 채비를 하게 된다. 폐암에 걸려본 환자는 담배를 끊을 수 있고, 간암에 걸려 본 환자는 술을 끊을 수 있다. 습관적인 삶이 아니라 즐거움과 보람이 있는 삶, 사회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삶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은 성공한 사람들의 몇 가지 습관을 권하며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라고 종용하지만, 우리가 새해 결심을 지켜야 하는 건 그런 속된 이유에서만이 아니다. 하나뿐이어서 소중한, 하지만 구질구질한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생의 모험을 떠나기 위해서다.

 새해 결심이 성공하려면 무얼 고칠 것인가를 고심하기 전에 왜 고쳐야 하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새해에 새로고침 해야 할 것은 습관이 아니라 ‘인생의 가치’다. 그동안 학교에서 좋은 성적 받기, 직장에서 버티기, 돈 많이 벌기 같은 걸 위해 새해 결심들을 했다면, 이젠 죽음을 앞둔 우리 삶이 사그라지기 전에 반드시 하고 떠날 가치들을 생각해 봐야 한다.

 영국의 소설가 길버트 채스터튼의 말처럼, 우리는 새해에 새로운 1년을 얻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영혼을 얻어야 한다. 인생은 죽을 만치 절박한 ‘삶의 가치’ 앞에서만이 리셋된다.

정재승 KAIST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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