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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프랑스혁명 싹 틔운 건 포르노 소설이라네요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 하는 ‘이달의 책’ 1월 주제는 ‘책의 힘, 글의 맛’입니다. 한 해를 시작하며 책 읽기의 즐거움, 글의 힘을 일깨우는 신간을 골랐습니다. 지성과 감성을 채워주는 책과 더불어 풍요로운 한 해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책의 정신
강창래 지음
알마, 376쪽, 1만950


책을 고를 때 각종 권장도서 목록에 휘둘리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필요하다. 비판적 감수성이 메말라 어떤 책이든 ‘무조건 옳다’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응급처치로 이 책을 처방하고 싶다.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이란 부제가 말하듯 저자는 고전으로 추앙받는 서적을 뒤집어 읽고 의심해본다. 뉴턴의 걸작 『프린키피아』, 인간의 행동이 사회제도에 의해 규정된다고 본 마거릿 미드의 『사모아에서 성년 되기』, 공자의 말씀을 적은 『논어』 등 전환기의 길목에 서 있는 책들을 소환했다. 이 삐딱한 독해법의 목적은 ‘좋은 책’을 찾는 것이다. ‘양서’에 대한 고정관념과 환상을 파괴한 자리에 진짜 ‘양서’의 정신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첫 번째 사례로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든다. 우리는 18세기 프랑스혁명이 『사회계약론』에서 발아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가 설명하길, 혁명의 싹을 틔운 건 포르노소설이었다. 혁명 직전 많이 팔린 책은 음란하고 외설적인 『오를레앙의 처녀』(볼테르 지음), 『경솔한 보배』(디드로 지음), 그리고 루소의 연애소설 『신 엘로이즈』였다. 사람들은 적나라한 성행위 묘사에 집중하면서 신분의 차이를 망각했고, 지배층의 위선을 폭로했으며 저절로 평등사상을 체화했다. 즉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사회계약론』 보다 당대의 포르노소설이 세상을 바꾼 더 좋은 책인 셈이다.

 저자는 “이 세상 모든 책은 하나하나가 다 하나의 편견”(8쪽)이라고 말한다. 특히 시대에 따라 재편집되는 고전은 더 취약하다. 그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이쯤에서 저자의 독서법을 들여다보자. 그는 “편견은 수많은 편견을 접함으로써 해소된다”고 했다.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기 위해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의 회상』부터 러셀의 『서양철학사』까지 12권의 역사 및 철학서를 읽는 것이다. 그래야 소크라테스의 이면을 볼 수 있으며, “책에 먹히지 않고 책을 먹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우리네 평범한 이들이 12권의 책을 다 읽는 것은 쉽지 않을 터다. 그래도 괜찮다. 그럴 땐 이 책처럼 ‘메타북스(metabooks)’를 읽으면 되니까. 책 속에 길이 있는지 장담할 수 없으나, 책으로 걸어들어가는 길은 분명히 제시하는 ‘양서’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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