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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진짜 하루살이는 코레일이다

최선욱
경제부문기자
역대 최장 기간(22일) 벌어진 철도파업. 하루 300만 명이 이용하는 철도가 한 달 가까이 제기능을 못했다. 그나마 열차가 멈추지 않고 전국 곳곳에서 기적소리를 낼 수 있었던 건 피로를 이기며 수송현장을 지킨 사람들 덕분이었다. 대체인력 217명도 그들 중 일부다. 코레일과 정부가 철도노조에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사람들이다.



 새해 벽두 이들에게 우울한 소식이 전해졌다. “파업이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코레일은 조만간 이들에게 계약종료를 통보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26일 낸 추가 채용공고도 없던 일로 했다. 지원했던 1700여 명은 휴대전화 문자로 이 사실을 통보받았다.



 코레일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했다. “단순 아르바이트 같은 일용직 개념으로 일하러 오신 분들”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파업 지지자들의 손가락질을 감수했고, 코레일과 정부의 우군 역할을 한 이들을 한순간에 하루살이로 폄하한 셈이다.



 물론 공공기관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정부의 고용정책 때문에 코레일이 이들의 채용을 포기했다는 속내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숙련된 인력을 단순 ‘알바’ 취급하는 태도에는 오만함마저 비친다. 이런 오만이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불렀다는 비판을 잊은 듯하다.



 이들을 채용할 때 장관까지 나서 떠들썩하게 홍보했다. 결과적으로 노조를 압박하는 일회성 엄포용으로 숙련인력을 이용했다는 점을 자인한 꼴이 됐다. 벌써 인터넷에선 “파업 진압하려고 무리했군” “진짜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말이 나온다.



 짐을 싸야 하는 대체인력에 대한 일부 네티즌의 비난도 이는 모양이다. “원래 알고 들어갔던 것 아니냐”는 투다. 정부 관계자는 “철도노조의 파업을 지지했던 사람들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비난이 얼핏 ‘알바’로 규정한 코레일 측의 입장과 같아 보여 씁쓸하다.



 따지고 보면 대체인력들은 파업상황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한 숙련인들이다. 그런 그들이 떠나는 순간까지 등 뒤에서 출렁이는 손가락질을 감수하고 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파업 가담자에 대한 직위해제를 결정하며 “어머니의 심정으로 했다”고 말했다. 그 마음으로 이들의 쓰라린 가슴을 보듬어주는 방안을 찾는 것은 어떨까. “불법파업으로 운행 차질을 빚는 철도를 내 손으로 정상화시켰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말이다. 그래야 앞으로 정부와 코레일이 추진할 개혁 작업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최선욱 경제부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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