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딱 한 걸음만, 낯선 세상으로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곧 흐지부지되리란 걸 알지만, 새해에는 새 마음으로 새 계획 하나쯤 세워줘야 제맛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2014년 첫 영화로 고른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새해라고 별것 있어’ 늘어져 있던 마음을 툭툭 건드려, 작은 도전이라도 해보라며 등을 떠미는 영화다.



 주인공 월터(벤 스틸러)는 세계의 자연과 인간을 담는 잡지 ‘라이프’의 필름 관리자다. 16년간 같은 회사에서 같은 업무를 하고 있는 그의 취미는 시도 때도 없이 공상에 빠져드는 것.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 셰릴(크리스틴 위그)을 짝사랑하지만, 상상 속에서만 용기를 내볼 뿐이다. 마흔 두 살이 되던 날 월터는 잡지 ‘라이프’가 곧 폐간될 것이며, 온라인 회사로 변모하기 위한 구조조정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잡지의 마지막호 표지에 쓰일 사진은 유명 사진가 숀 오코넬(숀 펜)의 작품. 하지만 숀이 ‘삶의 정수’를 담았다고 보내온 이 필름이 어디론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이후 전개는 예상 가능하다. 담당자인 월터는 사라진 필름을 찾기 위해 숀의 자취를 따라 떠난다.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히말라야 등을 헤매며 그동안 상상 속에서만 체험했던 일들과 마주한다. 헬기에서 뛰어내리고, 상어에게 쫓기고, 화산폭발을 피해 도망치는 일생일대의 모험이다. 그리고 이 특별한 경험을 통해 월터는 일상을 새로운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장엄한 자연을 배경으로 스펙터클한 장면이 연이어 펼쳐지지만 영화는 묘하게 심심하다. 예기치 않은 도전에 직면한 주인공의 머뭇거림이 지나칠 만큼 섬세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숀을 찾아 그린란드에 도착한 월터는 숀이 타고 있는 배로 향하는 헬리콥터에 오르는 것을 망설인다. “무전으로 연락하면 안 될까요”라면서. 술 취한 조종사에게 겁을 먹은 탓도 있지만, 그 복잡한 표정에서는 16년간 전화와 e메일로만 연락해 온 스타 사진가를 대면하는 두려움, 결정적인 순간을 가능하면 뒤로 미루고 싶은 소심한 마음이 절절하게 읽힌다.



 영화에는 실제로 지난 2007년 폐간돼 현재 온라인 사이트만 운영되고 있는 ‘라이프’지의 모토가 반복해 등장한다. ‘세상을 보고/무수한 장애물을 넘어/더 가까이 다가가/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라는 내용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바라 본다. 올 한 해 내 앞의 작은 장애물 하나만 넘을 수 있었으면, 그리하여 내가 모르던 세상에 딱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