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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장성택 처형으로 북한 붕괴론 또 확산

강영진
통일문화연구소장
북한은 우리에게 크나큰 부담이다. 6·25전쟁처럼 우리 체제의 사활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국이요, 항상 우리 경제의 뒷다리를 잡아당기는 디스카운트(discount) 요인이다. 반면 북한은 한국사회 미래 비전(vision)의 제1원천이기도 하다. ‘단일민족’ 사고가 뿌리 깊은 우리 사회에서 ‘통일’이라는 말에서 한국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비장하다. 또 선진국 문턱에서 정체돼 있는 한국이 통일을 이루면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하고 선진국을 넘어 강대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상당하다.



 그러나 북한의 현실은 답답한 수준을 넘어 절망감을 안기는 차원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북한처럼 지독한 경찰국가는 있은 적이 없었다. 경찰과 정보기구, 군, 노동당 등 통치기구가 북한 주민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낱낱이 지시하고 감시한다. 장성택 처형 판결문에 김정은을 향해 ‘건성으로 박수를 쳤다’는 죄목이 포함된 데서 알 수 있듯이 통치자의 지시와 감시를 마음속에서부터 수긍하지 않는 주민들에 대한 처벌은 잔인하다. 또 극심한 경제난 때문에 식량과 생필품 배급제는 물론 의료와 교육 시스템 등 주민에 대한 국가의 경제적·행정적 지원이 끊어져 기근에 빠진 지가 20년에 이른다.



 북한이 머지않아 붕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종종 불거지는 데는 이런 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도덕적·과학적·역사적으로 무너져야 할 당위성이 매우 크고 상식적으로 무너질 가능성도 크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에서 중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통일이 멀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엽기적인 장성택 일파의 처형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통일 기대감이 새삼 높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 붕괴론의 확산은 정부의 대북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상대하기 껄끄러운 북한과 굳이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할 가치가 없으며 북한이 곧 무너질 것이기 때문에 남북한 긴장이 높아지더라도 잠깐만 견뎌내면 될 것이라는 막연하고 맹목적인 낙관론이 득세하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상식과 달리 지금껏 버텨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은 유연한 대북정책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핵심 논거이기도 하다. 북한이 조만간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은 경험상 잘못된 것이며 북한 체제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과 긴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은 부작용만 키울 뿐이라고 주장한다.



 멀지 않은 시점에 북한 붕괴에 이은 통일이 닥쳐올 것이라면서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대북정책의 중점이었던 것은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이었다. ‘5·24 대북 제재조치’를 계기로 통일부가 남북교류보다 통일 대비책 마련에 몰두하고 통일기금 모금 운동에 나선 것이 단적인 예다.



 필자는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은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북정책이 붕괴 가능성에 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에 동의한다. 북한이 붕괴할 때 일어날 수 있는 파장에 대비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언제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일에 정책의 중점을 두는 것은 너무 맹목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금까지의 통일 대비 논의에서 가장 부각된 쟁점은 경제적 부담 문제다. 필자는 이 역시 핵심을 놓친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일이 경제적 부담일 순 있지만 어차피 극복해야 할 문제다. 그보다 더 급한 것은 유사시 북한을 조속히 안정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적대관계였던 두 체제가 한 체제의 붕괴에 따라 평화적으로 통합된 사례는 역사적으로 독일이 유일하다. 그보다 한 나라의 붕괴 과정이 피비린내 나는 내전과 인접국과의 전쟁으로 이어진 사례는 무수히 많다.



 장성택 숙청은 군부와 당 행정부 사이의이권다툼 끝에 무력충돌이 발생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 사건은 붕괴 상태의 북한에서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가진 여러 무장세력이 충돌할 위험성이 큼을 보여준다. 이를 최대한 억제하지 못하면 자칫 한반도 전체가 혼란에 빠질지도 모른다.



강영진 통일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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