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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자유화 25년 … 해외여행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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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월 1일은 우리나라 여행 업계에 광복절과 같은 날이다. 그날 이후 대한민국 국민은 자유로이 외국으로 놀러 나갔다. 이른바 전 국민 해외여행 자유화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이전에는 여권만 있어도 특별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나 아무 때에 아무 나라나 갈 수 있다. 사반세기가 지난 오늘 우리네 여행 풍경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해외여행 자유화 25주년을 맞아 week&이 특별 기획을 준비했다. 우선 한국인이 사랑한 해외여행지 12곳을 선정했다. 정부부처·여행사·관광청·항공사 등 20여 곳을 취재해 한국인에게 특별한 여행지 12곳을 추렸다. 방문자 수는 물론이고 한국인에게 남은 인상, 국내외 여행 업계에 미친 영향 등도 고려했다. 이어 한국인의 해외여행 풍속도를 시대별로 조명했다. 배낭을 메고 유럽을 헤집고 다녔던 대학생의 경험, 비자 받으려고 미국 대사관 앞에서 온종일 줄 섰던 일, 김포공항에서 신혼부부를 헹가래쳤던 기억, ‘코끼리표 밥솥’을 안고 입국장을 들어오는 장면을 다시 끄집어냈다. 지금은 하나같이 추억이 된 장면이다. 지난해 한국인은 1500만 명 정도가 해외로 나갔다. 세 명 중 한 명꼴로 외국을 나간 셈이다.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25년, 우리는 지금 해외여행 일상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문득 25년 후 모습이 궁금해졌다.


요즘은 퇴근길에 훌쩍~ 참 쉽죠, 해외여행
여행 자유화 25년 … 달라진 풍경들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이후 25년이 흘렀다. 해외여행 자유화 직전과 비교해 출국자 수는 약 20배 증가했다(1988년 72만 명, 2013년 추정 1500만 명). 여행사는 더 많이 늘어났다. 해외여행 상품을 파는 여행사는 89년 초 300개에서 2012년 9400여 개로 30배 증가했다. 숫자만 늘어난 건 아니었다. 지난 25년 사이 한국 사회는 해외여행과 함께 웃고 울었다. 해외여행 자유화 사반세기 풍경을 압축·정리했다.

1 1989년 1월1일 해외여행이 자유화됐다. 그 시절에는 효도관광 떠나는 어르신들이 모인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는 장터마냥 시끌벅적했다.

89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한국인은 누구든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게 됐다. 여권 발급에 연령 제한이 없어진 것이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88년까지 해외에 나가려면 만 30세 이상이거나 공무·출장·유학 등 목적이 분명해야 했다.

85년 해외로 나간 한국인은 48만여 명이었다. 일본·미국 다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많았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외국에 나간 한국인의 상당수는 열사(熱沙)의 나라로 간 산업역군이었다. 관광여권이 처음 생긴 83년에는 50세 이상으로 발급을 제한했고, 관광예치금 명목으로 200만원을 납입해야 했다. 모두투어 홍기정(62) 부회장은 “80년대에는 해외 출장을 가려고 해도, 회사 매출액을 따졌기 때문에 극소수만 해외여행을 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급부상한 여행지는 자유중국(타이완)이다. 공산주의 국가 중공(지금의 중국)을 갈 수 없으니 타이완이라도 가야 했다. 그때는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소련(지금의 러시아) 등 공산권 국가는 모두 여행이 금지됐다. 그 시절 정부는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빨간 물’이 들까 걱정했다. 92년까지 남자는 반공연맹(지금의 자유총연맹), 여자는 예지원에서 소양교육을 받아야 여권을 지급했다.

해외여행 자유화에 가장 열광한 부류는 신혼부부와 대학생이었다. 신랑 친구들은 김포공항에 모여 헹가래를 치며 법석을 떨었다. 기껏해야 제주도였던 허니문 시장은 이내 전 세계로 확대됐다. 가까이로는 괌·사이판, 멀리로는 하와이까지 신혼여행지로 뜨거웠다. 심지어 이 세 휴양지를 1주일 안에 돌아보는 여행상품도 있었다.

2 그때나 지금이나 ‘사재기 관광’은 골칫거리다. 1980~90년대에는 양주·의약품 등을 무더기로 사오는 사람이 많았다. 3 해외여행은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외화 낭비의 주범으로 몰렸다. 1999년 한 시민단체가 해외여행 자제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
여름방학을 맞은 대학생은 배낭 메고 유럽으로 향했다. 바게트 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야간열차에서 새우잠 자며 이 나라 저 나라 유랑하는 게 90년대 초반 학번의 로망이었다. 유럽에서 3~4주 머물며 7~10개 나라를 돌아다녔다. 대학생을 겨냥한 배낭여행 전문 여행사가 속속 생겼고, 하이텔·천리안 등 PC통신의 ‘세계로 가는 기차’와 같은 여행동호회에 고급정보가 몰렸다.

이들은 이후 유럽 배낭여행 1세대라 불리며 국내 여행업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배낭여행 1세대 출신인 내일투어 김희순(46) 전무는 “당시엔 캠퍼스를 돌며 포스터를 붙이는 게 최고의 홍보수단이었다”며 “새로운 문화 체험에 목말라 있던 학생들에게 여름방학을 이용한 유럽여행은 동경의 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91년 이후 관광수지가 적자로 돌아서자 해외여행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았다. 해외여행은 외화 낭비의 주범으로 몰렸고, 신문에는 연일 보신관광·사재기관광 등을 개탄하는 사설이 실렸다. ‘어글리 코리안(Ugly Korean)’이란 말이 등장한 것도 이맘때였다. 해외여행 자유화 1년이었던 89년 121만 명이었던 출국자 수는 96년 464만 명으로 4배 뛰었다.

그러나 1997년 12월 외환위기가 찾아오면서 해외여행 열기는 한풀 꺾였다. 여행사가 줄도산했고, 경쟁적으로 김포공항에 취항했던 외국계 항공사도 이내 기수를 돌렸다.


다행히도 외환위기의 후유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경기가 살아나고 환율이 안정되면서 억눌렸던 해외여행의 열기도 되살아났다. 98년 306만 명으로 급감했던 출국자 수는 434만 명(99년), 550만 명(2000년)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2005년에는 급기야 1000만 명을 돌파했다.

2001년에는 인천공항이 개항하면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장거리 노선을 적극 개척했고, 외환위기가 터지자 한국을 떠났던 외국계 항공사도 속속 되돌아왔다. 2000년대 들어서는 관광보다 휴양을 중시하는 여행 문화가 인기를 끌었다. 필리핀 세부, 태국 푸껫, 인도네시아 발리 등 동남아시아의 이름난 휴양지가 한국인으로 북적댔다.

2000년대 중반 대기업 대부분이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하자 해외여행 시장에도 훈풍이 불었다. 주말을 활용한 3040 직장인의 해외여행이 본격화한 것이다. 일본의 도쿄(北京)·오사카(大阪), 중국의 홍콩·상하이(上海) 등 가까운 도시를 주말을 이용해 다녀오는 1박3일 또는 2박3일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92년 한·중 수교 이후 백두산과 만리장성이 한국인의 여행지로 떠올랐다면, 2008년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이 시행된 뒤로는 하와이가 단연 돋보였다. 지금까지도 허니문 시장은 여전히 하와이가 압도하고 있다.

2000년대 해외여행 시장이 마냥 뜨거웠던 건 아니다. 사스(SARS)·쓰나미·신종플루, 여기에 9·11 테러까지 돌발 변수가 워낙 많아 해외여행 업계는 부침이 심한 2000년대를 보냈다. 특히 2008년 미국 금융위기는 90년대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충격이었다.

2010년 이후 해외여행 시장은 개별 자유여행(FIT) 중심으로 급속히 개편되고 있다. 업계는 2013년 해외여행자의 70%가 개별 자유여행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우선 인터넷의 발달이 컸다. 익스피디아·아고다 등 미국의 대형 온라인여행사가 상륙하면서 온라인으로 호텔을 직접 예약하는 풍속도가 널리 퍼지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의 약진으로 항공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4 지금의 2030세대는 획일적인 여행을 거부한다. 최근엔 외국인들과 어울려 다니는 ‘다국적 배낭여행’도 인기다.
이제 한국인은 관광만을 위해 외국에 나가지 않는다. 여행의 목적이 쇼핑·예술·트레킹·미식·온천·크루즈 등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는 추세다. 하나투어 정기윤 홍보팀장은 “장소(where)보다 그곳에 가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SNS를 활용해 개인의 여정을 실시간 중계하는 것도 요즘의 여행 풍속도다. 에어비앤비·카우치서핑 등 숙박 공유 사이트나 컨티키·탑덱 등 다국적 여행 프로그램 등 현지인과 어울리는 여행 프로그램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국관광공사가 2013년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해외여행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4.8%가 “2014년 해외여행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여행 시기는 여름휴가 때보다 5월이나 10월이 더 많았다. 해외여행 일상화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글=손민호·최승표 기자
사진=중앙포토·각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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