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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월드컵 상대국 알제리를 가다] <상>축구장은 해방구…그 열망 안고 뛰는 선수들









한국 축구대표팀은 6월 브라질월드컵에서 러시아와 알제리, 벨기에와 H조에 속했다. 3개국을 직접 찾아 생생한 분위기를 느끼고 전력을 파헤쳐 본다. 첫 방문국은 이 중 상대적인 약체로 꼽히는 알제리다.



시리즈 순서

<상> 축구장은 해방구… 그 열망 안고 뛰는 선수들

<하> 알제리 축구협회장과 기자가 말하는 알제리



아프리카 북부에 위치한 마그레브(Maghreb·아랍어로 '일몰의 땅') 3국. 작가 알베르 카뮈의 고향. 2011년 북아프리카를 휩쓸고 지나간 '아랍의 봄'이 유일하게 빗겨간 국가.



알제리, 그리고 알제리 축구는 한국에는 미지의 세계다. 하지만 현장에서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건 알제리의 엄청난 축구 열기였다.



알제리의 12월은 영상 8도 정도다. 축구장을 둘러싼 환경은 낯설기만 했다. 거리 곳곳에는 AK 소총과 폭탄 탐지기를 든 군인, 파란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넘쳤다. 알제리에서 보낸 2박3일간 가이드를 맡아준 현지 교민 유영준(30)씨는 "작년 1월 이슬람 무장세력의 국제 인질극으로 외국인 37명이 희생당한 뒤 경비가 강화됐다. 총에는 실탄이 들어있다. 카메라로 군인과 경찰을 찍으면 잡혀간다"고 주의를 줬다.



알제리 사람들은 순박하고 따뜻했다. 알제리인들은 기자를 보고 "니하오, 재키찬, 브루스 리"라며 손을 흔들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아미(ami·프랑스어로 '친구'), 브라질월드컵 같은 조 아닌가"라며 반겨줬다.



축생축사(蹴生蹴死)



알제리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치안도 허술하다. 그 안에서 축구는 희망이자 즐거움이다. 거리 곳곳에 알제리 축구대표팀의 마지드 부게라(32·레퀴야)와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27·아르헨티나)가 모델로 나선 통신회사 광고판이 보였다. 알제리 청년들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포르투갈) 헤어 스타일에 맨유와 바르셀로나 등 유럽 축구팀 자켓을 입고 있었고, 아이들은 공터에서 삼삼오오 모여 축구를 했다.



오세정 주 알제리 대한민국 대사관 서기관은 "알제리는 축구가 국가 스포츠다. 한반도 약 10배 크기의 알제리는 산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세계 10위권인 에너지 부국이지만 빈부격차가 심하고, 실업률이 30%에 달한다. 축구는 유일한 해방구다"며 "작년 11월 부르키나파소를 1-0으로 꺾고 브라질월드컵 본선행을 축하하다가 여러 건의 사고가 발생해 12명이 숨지고 240명이 다쳤다. 그야말로 축생축사(蹴生蹴死)다"고 전했다.



알제리 종합지 익스프레시온의 메르베르베쉬 루네스 축구팀장은 "알제리 축구팬들은 부르키나파소전 전날부터 밤새 줄을 섰다. 킥오프가 오후 8시였는데 낮 12시에 4만석이 꽉 찼다"고 했다.



홍염, 욕설 난무하는 프로축구장



지난달 29일(한국시간) 알제리 프로축구 USM알제와 ES세티프의 대결이 열린 경기장을 찾았다. 장소는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300㎞ 떨어진 세티프의 '스타드 8 마이 1945' 경기장이었다. USM알제가 리그 1위, ES세티프가 2위팀이다.



경기 전날 알제 구단 사무실 취재 요청을 했다가 거절 당했다. "바히드 할리호지치(62) 알제리 대표팀 감독이 외부로 전력 노출을 최소화해달라 부탁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다행히 세티프 구단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취재 협조 공문을 보고는 경찰까지 붙여 기자를 기자석까지 친절하게 데려다줬다.



킥오프 2시간 전부터 2만5000명 만원 관중이 들어찬 경기장은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경기장 곳곳에 배치된 경찰은 어림 잡아 1000명에 달했다.



관중석의 팬들은 90분 내내 레이저 포인터로 선수들과 심판들에게 녹색 레이저빔을 쏴댔다. TV 엘샤루크의 사미르 메하르베시 기자는 "부르키나파소와 월드컵 예선 때도 레이저빔이 난무했다. 조금 있으면 홍염이 날아들 수도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알제가 후반 21분 선제골를 넣자 S석의 원정팬들이 경기장 트랙에 홍염(폭죽 끝에 불을 붙인 것)을 던졌다. E석의 홈팬들은 후반 막판까지 끌려가자 10여 개의 홍염을 그라운드 안으로 투척했다. 축구장이 아니라 전쟁터 같았다. 홍염 때문에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알제리 기자들은 한국에서 기자가 왔다며 기자석 자리까지 양보해줬다. 하지만 킥오프와 동시에 팬으로 돌변했다. 한 기자는 선수를 가리키며 "저 놈은 PC게임 투척기처럼 뻥축구를 한다"며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경기는 극적인 1-1 무승부로 끝났다. 라바 샤덴(68) 세티프 감독은 기자에게 "알제리 대표팀은 국민들의 열망을 안고 뛴다. 월드컵에서도 오늘 세티프처럼 팬들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알제리 대표 출신인 아미르 카라위(27·세티프)는 믹스트존에서 "알제리 국민들의 열광적인 열정은 부담보다 큰 힘이다. 달리는 말에 가하는 채찍질 같다"고 말했다.











살아서 돌아가는 게 다행



기자회견을 마친 뒤 주차장으로 돌아왔더니, 알제리 축구팬이 던진 돌에 가이드 유영준씨의 자동차 뒷창문이 산산조각 나있었다. 구매한 지 4개월 된 신차였다. 그는 "이곳이 알제리다. 살아 돌아가는게 그나마 다행이다"고 오히려 기자를 위로했다.



축구가 끝나니 알제리 축구팬들은 순한 양이 됐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되돌아가는 기자를 위해 비닐과 테이프를 가져와 임시 창문을 만들어줬다.



다음날 만난 김종훈 주 알제리 대사는 "2011년 알제리 축구 선수들이 이집트 원정에서 이집트 팬들이 던진 돌에 맞아 피가 흐르는 사진이 알제리에 보도된 적이 있다. 뿔난 알제리 팬들은 자국 내 이집트 기업을 공격했다. 알제리 축구팬들은 훌리건처럼 싸우는게 아니라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려 차를 몰고 거리를 질주하다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이 월드컵에서 페어플레이를 펼쳐 알제리를 꺾는다면 교민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포터의 차를 부술 정도로 축구 열정이 과한 나라.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알제리 축구의 '애국심'이라는 키워드다. 익스프레시온의 루네스 기자는 "프랑스 대표팀 출신인 지네딘 지단(42·은퇴)과 사미르 나스리(27·맨체스터시티), 카림 벤제마(27·레알 마드리드) 등이 모두 알제리 혈통이다. 현재 알제리에는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선수들도 많지만 부모나 조부의 국가를 택했다. 우리 국가(國歌)인 '조국의 맹세'처럼 애국심이 투철하다"고 전했다.



알제·세티프(알제리)=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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