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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인디밴드, 백혈병 소녀 위해 희망을 노래하다

홍대 인디밴드 ‘뉴금붕어밴드’ 멤버들(왼쪽부터 옥승수·조은빛·손석호)이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난향동의 한 어린이 공부방에서 투병 중인 해원(11·가명)양을 위해 자신들이 직접 만든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밝은 미소로 내 곁에 있는 너를 상상해- 너를 꼭 닮은 바다로 난 달려가고 있어-’.

 5인조 혼성 인디밴드 ‘뉴금붕어밴드’의 리더 손석호(41)씨가 작사·작곡한 디지털싱글 ‘랄랄라’의 가사다. 언뜻 들으면 연인을 위한 흔한 가사 같다. 하지만 소아백혈병을 앓고 있는 11세 소녀 해원이(가명)의 사연을 담은 노래다.

 손씨는 오는 25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날은 랄랄라의 첫 음원수익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손씨는 10여 년 가까이 홍대 언더그라운드 밴드에서 활동해 왔다. 당연히 멤버들의 주머니 사정은 넉넉지 않다. 하지만 손씨는 노래 랄랄라의 음원수익금을 해원이의 치료비로 전액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큰돈은 아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통원치료비도 마련하기 힘든 해원이에게는 더없이 값진 선물이다.

 해원이를 만나기 전부터 손씨는 서울 관악구 난향동에 있는 한 아동보호시설에서 결식아동들을 돕는 정기봉사를 해 왔다. 5년째 되던 지난해 1월, 시설에 마련된 공부방으로 책을 읽으러 온 해원이를 만났다. 창백한 얼굴의 해원이는 또래에 비해 유독 마르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해원이가 모자를 벗자 듬성듬성한 머리숱이 드러났다. 손씨는 공부방 교사에게 해원이의 사연을 물었다.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해원이는 2년 전 소아백혈병 진단을 받아 투병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해원이는 손씨를 ‘기타 삼촌’이라 부르며 잘 따랐다. 기타를 실제로 처음 본 해원이는 손씨가 기타를 꺼내들 때면 곁으로 바싹 다가왔다. 손씨가 기타줄을 튕길 때마다 해원이는 신기한 듯 미소를 지었다. 손씨가 시설을 찾는 매주 토요일마다 만남이 이어지며 이들의 인연은 깊어졌다. 그러던 어느 봄날, 해원이가 공부방에 나오지 않았다. 병세가 악화되면서 항암치료 횟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면역력이 약해진 해원이는 좁은 방에 갇혀 병마와 힘겹게 싸웠다.

해원이 어머니가 직접 쓴 편지. 손석호씨는 편지 내용으로 ‘랄랄라’의 노랫말을 지었다.

 “병이 다 나으면 꼭 바다를 보러 갈 거예요.” 해원이가 건넸던 말이 손씨의 마음에 남았다. 손씨는 해원이를 위한 노래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손씨의 제안에 밴드 멤버들은 흔쾌히 악기를 꺼내 들었다. 해원이 어머니가 딸에게 쓴 편지를 토대로 노랫말을 썼다. 해원이가 병을 털고 일어나 바다로 달려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내용이었다.

 뉴금붕어밴드의 보컬 조은빛(27·여)씨가 부른 ‘랄랄라’는 유튜브 등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들을 수 있다. 손씨는 지난 3월과 9월 홍대 클럽 ‘라이브앤라우드’에서 해원이를 위한 작은 콘서트를 열었다. 공연수익금 250만원을 해원이에게 전달했다. 손씨와 멤버들은 지난해 9월 공연이 끝나고 ‘랄랄라’를 디지털음원으로 발매하기로 뜻을 모았다. 노래가 세상에 알려지며 해원이의 병세도 호전됐다. 지난해 11월부터 다시 공부방에 나오기 시작했다. 손씨는 “빨리 병이 낫길 기원하던 멤버들의 바람이 음악을 통해 해원이에게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음악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홍대 뮤지션은 손씨뿐만이 아니다. 홍대에서 기타제작 전문점 ‘윌마기타샵’을 운영하는 김구범(30) 대표는 저소득가정 청소년들을 돕는 자선공연 프로젝트인 ‘음악, 세상을 치유하다’를 1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공연은 김씨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매월 이뤄진다. 홍대 인디밴드 ‘어쿠스틱콜라보’ ‘로맨틱 모먼트’ 등이 출연료를 받지 않고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다. 공연 수익금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동명아동복지센터에 전달한다. 김씨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홍대 인디밴드들이지만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으로 즐겁게 노래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0일에는 독거 노인들에게 연탄을 제공하는 자선 콘서트가 홍대 클럽 ‘라이브앤라우드’에서 열렸다. 홍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재즈 아티스트들이 여는 자선 콘서트 ‘연탄 프로젝트’다. 열여섯 번째 공연이었다. 이 공연을 통해 지금까지 독거 노인들에게 연탄 5000여 장을 전달했다. 1회 공연부터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재즈 보컬리스트 조정희(36·여)씨는 “1월 중순께 뮤지션들이 직접 혜화동과 정릉동에 사는 독거 노인들을 찾아 뵙고 연탄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장혁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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