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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처럼 … 본격 경기회복 전환점 된다

올해 한국 경제는 3%대 성장해 지난해의 부진을 벗어날 전망이다. 성큼성큼 달려 나가는 수출에 내수까지 보조를 맞추면 2004년과 같은 본격적인 경기회복(턴 어라운드)을 기대할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밤 대낮처럼 불을 밝힌 부산항 감만 부두에서 수출입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한창이다. [부산=송봉근 기자]


힘들고 배고팠던 기억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 ‘응답하라 1994’의 인기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한국 경제의 눈으로 이 드라마를 본다면 어떨까. 20년 전으로 돌아가기? 언감생심, 무리다. 강산이 두 번 바뀐 세월이다. 토대부터 지붕까지, 한국 경제의 모든 게 달라졌다.

2014 경제 전망 ①국내
10년 전 카드사태 마무리
2007년까지 호황 발판 마련
올핸 저성장 탈출 조짐 보여
소비 호전, 3.9% 성장 기대



 1994년, 한국 경제는 팔팔했다. 80년 후반 3저 호황(저달러, 저유가, 저금리) 때 채워둔 곳간이 아직 넉넉해 보였다. 물가와 수출경쟁력을 감안해 적당히 적자를 봐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던 때였다. 8.8%에 달하는 성장률은 물가(6.3% 상승)와 국제수지(35억1000만 달러 적자)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다. 김영삼 정부 2년차, 대졸 취업난은 먼 얘기였고 체감 경기도 좋았다. 노태우 정부에서 시작된 신도시가 일산·분당에서 평촌 같은 곳으로 확대되고, 80년대 후반부터 소득분배도 개선됐다. 이런 분위기가 97년 외환위기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1994년은 너무 먼 과거다. 20년 전에는 한국 경제에 ‘성인병’이 없었다. 고령화나 양극화, 저성장이 모두 낯선 단어였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체급이 바뀐 한국 경제에 그때만큼 잰걸음을 기대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다.



 10년 전은 어떨까. 2004년이다. 그때라면 어찌어찌 돌아갈 수 있을 듯하다.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아도 성인병을 앓았고, 노무현 정부가 집권한 2년차라는 게 지금과 닮았다. 당시는 경기 회복의 전환기(턴 어라운드·turn around)였다. 2002~2003년 나라를 뒤흔들던 ‘카드사태’가 마무리됐다. 몇 년째 호조였던 수출은 31% 급증하며 경기를 달궜다. 마이너스였던 민간소비가 플러스(0.3%)로 돌아서며 쌍끌이 성장에 성공했다. 한국 경제는 이해 4.6% 성장하며 금융위기 전까지 호황을 구가했다.



 안정적 성장이었다는 점도 좋았다. 2004년 성장률은 국내외 기관의 예측치(5.0%)와 큰 차이가 없었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성장률 예측치조차 내놓지 못하던 시대가 이때로 마무리됐다. 기업과 가계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경기상황에서 마음 놓고 생산하고 소비했다. 휴대전화와 자동차 같은 대표상품이 세계로 뻗어나간 것도 이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까지 한국 경제는 또 한번 도약했다.



 정부도 그때를 추억하는 듯하다. 지난 연말 경제전망에서 올 성장률을 3.9%로 내다봤다. 지금까지 나온 국내외 기관의 예측치 중 가장 높다. 경제성장률과 수출·물가·소비 모두 낙관했다. ‘데자뷰 2004년’이다. 마침 글로벌 경제상황도 그때와 비슷하다. 2004년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원화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됐다. 모두들 수출을 걱정했지만 두 자릿수 증가율은 꺾이지 않았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것을 기술로 만회했기 때문이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수출상품 구조가 변하면서 환율이 수출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80~90년대 같지 않다”며 “환율 하락은 속도가 관건인데, 완만한 원화절상은 수출증가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높아진 원화값이 물가상승률을 낮춰 체감경기를 호전시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래도 3.9%는 버거워 보인다. 3.9%는 3%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의 맨 위다. 모든 변수가 기대 이상으로 움직여줘야 가능한 목표다. 곳곳에 놓인 걸림돌이 뒷다리를 잡지 않아야 한다. 첫째 걸림돌은 신흥국, 특히 중국이다. 으뜸가는 교역상대국인 중국은 이미 두 자릿수 성장시대를 마감했다. 중국 내부와 외부의 기대치도 기껏해야 7% 후반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수출의 주무대인 신흥국이 침체하면 미국 수요가 살아나도 2000년대 중반처럼 가파르게 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체감경기는 또 다른 문제다. 길거리에서 훈풍이 느껴지려면 소비가 살아나야 한다. 하지만 막대한 부채가 가계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2004년 말 500조원이 안 되던 게 지난 연말 100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와 주요 기관이 올 민간소비 증가율을 성장률보다 낮게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가계부채가 당장 대규모 금융위기를 불러오진 않겠지만 규모가 너무 커 소비를 억누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셋째 변수는 안정성이다.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과도한 성장은 거품을 부르고, 기대에 못 미치면 심리를 위축시킨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 해의 성장률보다는 추세가 중요한데 양극화와 고령화를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친기업보다는 친시장으로 효율을 높이고 가계의 심리를 안정시켜 내수 회복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나현철·한애란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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