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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다시 성장을 생각한다

[일러스트=강일구]


김종수
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말 2014년 경제전망과 정책방향을 발표한 자리에서 “퀀텀 점프(대도약)의 기적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한국 경제를 올해 단순히 회복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비약적으로 성장시키자는 것이다. 정부도 대통령의 야심 찬 의욕에 부응해 올해 경제정책의 중점을 ‘경제 활성화와 민생안정’에 두고 국민이 경기가 살아났다는 체감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부의 전망대로라면 올해 3.9%의 성장을 이루고 45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만 된다면 한국 경제는 실로 4년 만에 세계경제성장률(3.6%·IMF 전망)을 넘어서는 성장을 달성하는 쾌거(?)를 거두는 셈이다. 박 대통령의 바람처럼 대도약까지는 아니라도 그간의 저성장 우려에서는 확실히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장밋빛 경제 전망



 작금의 세계경제 회복세는 이 같은 낙관적인 전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무제한 돈풀기(양적 완화)로 경제 살리기에 매진했던 미국이 드디어 지난 3분기에 4.1%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를 근거로 ‘양적완화’의 단계적 축소에 나섰지만 미국 경기가 지금처럼만 살아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 또 양적완화 정책을 축소하더라도 올 한 해 동안은 여전히 통화공급을 늘리는 셈이어서 자금경색의 우려는 거의 없다. 양적완화 축소가 시장에서 긴축의 신호라기보다는 ‘경기 회복의 증거’로 간주되는 이유다. 유로존도 독일과 영국을 필두로 경기가 바닥을 찍고 살아나는 모양새다. 일본 역시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1년 이상은 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신흥국들의 불안한 모습도 한 고비는 넘긴 것 같다. 약간의 불안요소가 남아 있긴 하지만 수년래 처음으로 세계경제가 모처럼 기지개를 켜는 양상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경제 회복의 호기를 맞은 셈이다. 정부의 낙관적인 성장 전망은 기본적으로 이를 바탕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묘한 대목이 있다. 대통령과 정부가 모두 지표로서의 ‘성장률’은 언급하면서도 정책 목표로서 ‘성장’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대통령은 ‘경제의 비약적인 성장’이란 말 대신 ‘퀀텀 점프’라고 하고, 정부는 ‘경제 성장’ 대신 굳이 ‘경제 활성화’란 말을 고집한다. 뭔가 ‘성장’이란 말에 대한 거부감이나 기피증세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 그럴까. 과거 성장지상주의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에 편승하는 것 같기도 하고, 성장을 앞세웠던 MB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런 비경제적인 논거와는 달리 과거와 같은 성장 정책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포럼에서 세계경제가 성장잠재력을 상실하고 저성장·저물가·저금리·저고용의 구조적인 ‘장기정체(secular stagnation)’에 빠졌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서머스의 말대로 이런 상태가 오히려 ‘새로운 정상(new normal)’이라면 인위적인 성장 정책은 통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성장을 포기하고 분배와 형평에 주력하는 이른바 ‘탈성장(degrowth)’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가 한국 경제의 실상을 이렇게 인식하고 있다면 ‘성장’을 기피하려는 이유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과연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성장의 한계에 이르러 무슨 수를 써도 되살아나기 어렵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그리고 고작 3.9%의 성장률에 만족하고 이를 ‘퀀텀 점프’라고 포장해도 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서머스는 그동안 세계경제가 성장 잠재력을 키우지 못한 채 자산가격만 부풀리는 바람에 거품이 발생하고 성장이 구조적으로 정체됐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자산가격의 거품을 빼고 성장 잠재력을 키우면 다시 성장세를 회복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잠재 성장률 자체를 올리자



 사실 서머스의 주장과는 별개로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이 중장기적으로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많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0년까지 3.8%인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이 2031~2040년에는 1.9%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치는 이보다 더 낮아 2011~2030년간은 2.7%이고 그 후로는 1.0%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앞으로 한국 경제가 이런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선진국 도약은커녕 중진국으로의 후퇴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잠재성장률 전망치가 피할 수 없는 불변의 운명은 아니다. 잠재성장률은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적정 성장률’이다. 그리고 그 수치는 자본과 노동, 생산성이란 세 가지 성장 요소의 추세적 비율을 계산해서 산출된다. 그러나 경제활동이 컴퓨터가 뽑아낸 수치의 기계적인 조합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경제적 성과는 똑같은 자본과 노동을 투입하더라도 인간의 의지와 창의, 유효한 정책에 의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과거의 추세가 미래의 운명을 확정 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운명으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오히려 변화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거꾸로 성장의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을 동원하는 식으로 발상을 전환하자는 얘기다. 중장기적인 성장 비전과 전략을 세우고, 그에 따라 단기적인 경기대책을 운용하는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퀀텀 점프를 하더라도 어디로 어떻게 뛸지를 정해야 뛸 것 아닌가.



김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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