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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짜증나는 승차거부 … 그 뒤엔 구청 과태료 봐주기

서울시가 연말연시를 맞아 특별 단속에 나섰지만 강남·신촌·홍대 일대에서 택시 승차거부는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 단속반이 지난달 홍대입구역에서 택시 승차거부를 단속하고 있다. 서울시는 CCTV 등을 이용해 승차거부 단속을 확대할 예정이다. [강정현 기자]


자정을 막 넘긴 시간에 서울에서 택시잡기는 전쟁이나 마찬가지다. 서울시가 기본요금을 3000원으로 인상(10월 11일)하면서 특별단속을 벌인 지 3개월이 다 돼 가지만 승차거부는 여전하다. 서울시의 고질병 중 하나인 승차거부가 없어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서울시 운영 ‘120 다산콜센터’를 통해 자치구에 전달되는 한 해 1만2000여 건의 민원 처리 결과를 추적해 봤더니 과태료(최대 20만원) 처분율이 25개 구청별로 제각각이었다. 많게는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슈추적] 요금 오르면 택시 잡기 쉬울 줄 알았는데 … 여전히 기승 왜
차고지 몰린 서울 강서·도봉·중랑
신고 많아도 처분율은 고작 3~10%



 기상청이 한파주의보를 발령한 지난 27일 오후 11시30분쯤 홍대입구역 주변.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과 승객을 가려 태우려는 택시가 뒤엉켜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취객은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어 위험천만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친구들과 송년 회식을 마친 직장인 정현수(39)씨도 이들 틈에 끼여 택시 잡기 전투를 벌이고 있었지만 20여 분 동안 허탕만 쳤다. 간신히 택시를 불러 세우는 데까지는 성공했는데 “중랑구~”라고 행선지를 밝히는 순간 택시는 뒤도 안 돌아보고 출발해버렸다.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홍익대 정문 근처에선 가까스로 택시에 올라탄 승객이 몇 미터 못 가서 차도로 내쫓기는 게 보였다.



 28일 오전 1시쯤 종각역의 풍경도 비슷했다. 서울 종로의 회사에 다니는 김현주(25·여)씨는 부서 송년회를 마치고 광진구의 집으로 가는 택시를 잡기 위해 발을 동동 굴렀다. 김씨는 “똑같은 장소에서 승차거부 신고를 했는데 어떤 택시는 경고를, 또 다른 택시는 과태료 처분이 내려져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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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본지가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승차거부 행정처분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처분 수위는 자치구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이 자료가 공개된 건 처음이다. 지난해 승차거부에 따른 과태료 처분율이 가장 낮은 구청은 강서구(3.7%)였다. 전체 승차거부 민원(1230건) 중 46건에 대해서만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어 광진(5.8%)·도봉(8.5%)·중랑(10.7%)·양천(12%)·송파(13.6%)·성북구(13.7%) 순이었다. 같은 기간 서울시 평균 과태료 처분율은 14.5%였다.



 구청별 특징도 뚜렷했다. 강서구는 승차거부 민원 대부분을 경고(92%·1130건)로 처리했다. 금천·강동구도 경고 비중이 높았다. 광진구는 전체 민원(430건) 중 338건을 ‘혐의 없음’으로 처리, 무혐의 처분율 1위였다. 과태료 처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은 성동(35.9%)·서초(32.4%)·강동(29.4%)·은평(27.2%)·강남구(26.7%)로 조사됐다.



 문제는 과태료 처분율이 낮은 구청에 택시 차고지들이 몰려 있다는 점이다. 강서(2800대)·도봉(2155대)·양천(1613대)·송파구(1320대)가 대표적이다. 승차거부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처분율이 각기 다른 이유는 ‘표심(標心)’ 때문이다. 구청장이 해당 자치구에 속한 법인이나 개인택시에 처분을 내리는 구조라서다. A자치구 관계자는 “구청장 입장에선 다음 선거를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택시 기사들은 선거판에서 ‘빅마우스’로 불릴 정도로 여론 전파력이 뛰어나다.



 지난달 24일 신촌에서 만난 기사 한모(39)씨는 “증거를 대도 순순히 승차거부를 시인하는 기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단속 담당자도 “10명 중 8~9명은 부인으로 일관한다”고 말했다. 단속증을 찢어 길바닥에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자치구의 교통민원심의위원회(위원 5~12명) 구성도 문제다. 심의위 위원에는 현직 택시 기사는 물론 운수업계를 대변하는 운송조합이나 운수노동조합 출신들이 참여한다. 지난해 조사에선 25개 자치구심의위 중 운송조합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참여한 곳이 15개나 됐다. 과태료 처분율이 낮은 강서·광진·도봉·중랑·양천·송파구에는 운송조합·운수노동조합 출신 위원(1~3명)들이 빠지지 않았다.



 승차거부를 줄이려면 서울시가 과태료 처분권을 행사하거나 행정처분 수위를 정해 자치구에 권고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계명대 박용진(교통공학과) 교수는 “서울시에서 처분권을 가져와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구원 안기정(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영업정지 처분을 할 수 있게 규정한 택시발전법안이 통과되면 승차거부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경우 승차거부로 적발되면 30일간 영업을 할 수 없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승차거부 적발 시 택시운전 면허를 취소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글=강기헌·장혁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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