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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향한 염원 … 45년 장인인생 걸었죠





비천상 조각전 여는 허길량씨
'에밀레종' 부조 등 33점 나와











구름 위에 사뿐히 앉은 비천(飛天)이 양손으로 조심스레 연꽃을 받쳐들고 있다. 너울거리는 천의(天衣)에는 소나무의 나이테가 옷의 무늬인 양 은은하게 드러난다. 목조각 장인 허길량(60)씨의 손을 통해 입체적으로 되살아난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부조 비천상이다. 표정은 온화하고 몸짓은 우아하다. 머리에 쓴 관에는 꽃잎의 문양 하나하나까지 정교하게 새겨졌다.



 2002년 통나무로 조각한 33점의 관음상 전시로 화제를 모았던 허길량 장인이 12년 만에 두 번째 전시를 연다. 내년 1월 8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소나무 비천이 되어’다.



허길량
 불교의 도리천에는 33개의 하늘, 즉 33천(天)이 있는데, 비천은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며 이 하늘을 오고 가는 선인(仙人)이다. 전시에는 예산 수덕사 대웅전에 그려진 바라를 연주하는 비천, 고려불화 관경극락변상도의 꽃잎을 뿌리는 비천 등 33점의 다채로운 비천상이 소개된다.



 목조 비천상들은 지름 80㎝ 이상의 큰 소나무를 통째로 사용해 깎았다. 나무결을 살리기 위해 사포도 쓰지 않고 조각칼만으로 새기고 다듬었다. 복잡하고 오묘한 형상이 많아 작업과정이 유난히 까다로웠다.



 “사포로 표면을 몇 번 밀면 매끈해지지만, 조각칼로 다듬으려면 100번을 왔다 갔다 해야 합니다. 그래도 칼의 터치가 훨씬 아름답죠. 날리는 옷자락 등 얇은 부분은 나무 두께가 3㎜ 밖에 되지 않는 곳도 있어요. 실수로 나무가 부러지면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정성을 모아 집중해야 했습니다.”



 15살에 목공예에 입문한 허 장인은 서수연·이인호 선생으로부터 불교조각을 배웠다. 우일 스님의 문하생으로 불상의 형태·비례·색채 등을 익히며 45년을 목조각에만 매달렸다. 인천 흥륜사 천수천안 관음보살상, 밀양 표충사 사천왕상, 해남 대흥사 천불전 삼존불 등 한국 사찰의 대표 불상들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200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장 보유자로 지정됐지만, 동종업계 종사자와 송사에 휘말리면서 무형문화재 지정이 해제되는 시련을 겪는다. 그는 “문화재 지정이 해제됐을 때는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장인은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조각칼을 쥐었다”고 했다. 2011년 승소판결로 누명을 벗었지만 현재까지도 재지정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통나무를 조각도로 파내 비천을 불러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작품 하나당 약 3~4달이다. 33점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 꼬박 10여 년이 걸렸다. 그 시간을 꾸준히 작업에 전념하는 동안 “이 불운도 하늘의 뜻이라면 받아들이겠다”는 담담함이 찾아왔다. 이런 마음이 드러난 듯 비천상들의 표정은 한없이 평화롭다.



 “작품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모두 표정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에요. 살짝 미소를 띤 얼굴, 조용히 기도하는 얼굴, 기쁨으로 가득 찬 얼굴 등등. 탑이나 종에 새겨진 비천상은 마모된 부분이 많이 섬세한 표정이나 동작을 알기 어려웠습니다. 비천상 하나하나와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불심(佛心)을 끌어내려 노력했죠.”



 완성된 조각은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수 차례 생옻칠을 했다. 한국공예예술가협회 이칠용 회장은 “정성을 들인 옻칠로 소나무의 질감과 색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최고 수준의 작품이 탄생했다”고 평했다. 무료. 02-580-1300.



이영희 기자



사진 설명 허길량 장인이 목조각으로 재현한 경기도 여주 고달원지 원종국사 부도(浮屠·사리를 안치한 탑)비천상. 연잎으로 채운 바구니를 부처에게 공양하는 모습이다. [사진 아트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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