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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 한 땀 배우는 데도 최소 석 달 … 그래야 웃습니다

중앙일보 보도 후 강소상인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시리즈에 참여했던 강소상인 가운데 28명을 후속 취재했다. 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더 겸손하게, 더 성심성의껏 손님을 맞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에게는 창업 문의도 줄을 이었다. 강소상인들은 창업 희망자들이 ▶진득하게 일을 배우지 않고 ▶자기 분야에 전문성을 쌓는 일에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여기 강소상인들의 육성을 모았다.



위기의 골목상권, 강소상인에게 배우자 <결산>
가게마다 창업 상담 쇄도 … 더 바빠진 강소상인들



김밥도 일주일 만에 배울 게 아니에요



“김밥 기술을 가르쳐 달라는 사람도 엄청나게 왔다. 지방에서 온 분들 중에는 1주일 만에 모든 기술을 배워가겠다고 하시는 분이 있었다. 단순한 김밥장사라도 그렇게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신문에 보도된 이후로 주문이 50% 이상 늘었다. 김밥을 사먹으러 대전에서 일부러 오신 손님도 있었다.” -‘해남원조김밥’ 정기웅



진득하게 배울 마음부터 가지세요



“수선 일을 배워보겠다고 여러 명이 찾아왔다. 사업하다가 접은 분, 봉제 일하다가 새 아이템 찾는 분 등등 사연도 다양했다. 그런데 한국사람들 급한 성격 탓인지 진득하게 일을 배우지를 못하더라. ‘이걸 제대로 배워서 돈벌이하려면 얼마나 걸리나’라고 물어보길래 ‘최소 3개월 이상 걸리고 그동안은 수입이 없다’고 했더니 배우는 걸 주저하더라. 단기간에 쉽게 배워 전문가가 되는 길은 없다.”



-아웃도어 의류 수선 ‘더원리페어’ 김수동



서울서도 신발 못 구한다고 보내달래요



“6월에 서울 강남구청 요청으로 상인·취업준비생, 창업에 실패하고 재기를 준비하시는 분 등 250명을 모시고 강연을 했다. 군대식 경례로 인사를 대신하는 덕에 국군방송에도 30분 동안 출연했다. 시장상인회를 통해 우리 가게 전화번호를 알아서 고무신·안전화 등 서울에서 구하기 힘든 신발을 택배로 판매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안전화 공장에서도 연락이 왔다. 장사 노하우를 알려 달라고 찾아온 사람도 여럿이다.” - ‘골든슈’ 백광복



미국에서 옷 얼룩 빼달라 보내셨어요



“전국 세탁소 주인들이 일하다가 ‘사고낸 옷’을 들고 찾아오는 바람에 정작 내 일을 못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골목에서 장사하면서 70만~80만원짜리 옷을 잘못 다룬 분들이었다. 미국에서 미주중앙일보를 보고는 원피스 얼룩을 빼달라고 오신 분이 있었다. 말끔하게 만들어 돌려드리자 ‘선생님 제발 100세까지 사시라’며 큰절을 하고 갔다. 세탁 전문학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세탁의 달인 ‘미도세탁소’ 조수웅



덕분에 프리미엄 이미지 생겼어요



“TV는 한번 보고 나면 잊혀지지만 신문 기사는 인터넷에서 다시 볼 수 있고 스크랩을 할 수 있어 손님들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찾아오더라. 대형마트 등에서 참치회를 싸게 판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기사 나가고 난 후 우리 가게는 오히려 프리미엄 이미지를 형성하게 됐다. 온라인 할인 쿠폰이나 고객들의 생일·주소 등을 활용한 판촉활동 등 대학교에서 배웠던 것들을 하나둘씩 영업에 적용하고 있다.” -‘오참치’ 오동규



장사하려면 전문성부터 갖추고 오세요



“과일장사 하시는 분들이 경영 노하우를 알려 달라며 엄청나게 찾아왔다. 부산·구미에서도 왔다. 과일 장사는 구매가 90%다. 그래서 좋은 과일 고르는 법, 싼 값에 떼어오는 방법 등을 알려드렸다. 그런데 과일가게 운영하신다는 분들 중에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분이 많아 놀랐다. 사과 중에 부사만 해도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 그런 지식조차 없는 분이 있더라. 장사를 하려면 자신의 분야에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기사 나간 뒤에 매출이 많이 올랐다. 아이들 셋과 장모님 모시고 임대주택에서 어렵게 살던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과일가게 문 연 이후 매일 첫 손님이 치른 과일값을 따로 떼어 사회연대은행에 기부하고 있다. 앞으로는 기부를 더 늘릴 예정이다. ”



-‘행복을 파는 과일가게’ 이준용



전통문화에 대한 책임감 커졌어요



“일본 후쿠오카의 한 대학으로부터 ‘뻗어나가는 여성 CEO 한국 대표’로 초청받아 심포지엄에 다녀왔다. 강단에서 장아찌, 조선간장·된장·고추장 담는 과정을 강연한 뒤 마무리 발언으로 ‘전통문화는 찾지 않으면 끊긴다’고 말하자 객석에서 큰 박수가 터졌다. 전통문화에 대해 내가 할 일이 많아지고 어깨가 무거워졌다는 것을 느꼈다. 전국 방방곡곡 할머니들을 찾아다니며 전통 장을 담그는 지혜와 노하우를 배워 서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2호점, 3호점 내자는 제안이 여러 번 왔다. 반찬은 체인 내면 본래의 맛이 흐려진다. 점주들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재료를 다른 곳에서도 사오기 때문이다. 체인 대신 직영점 늘리는 방식을 고민 중이다.”



- 반찬가게 ‘춘향이와 이도령’ 허윤숙



한 가지만 제대로 하시면 손님이 와요



“한 제분회사의 회장 사모님이 수행원을 데리고 다섯 번이나 방문해 수제비를 먹고 갔다. 그러더니 어느 날 밀가루 부대를 두어포 그냥 주고 갔다. 써보니 맛있어서 이 밀가루로 바꿨다. 멸치도 전보다 두 배가량 비싼 제품으로 바꿨다. 끊임없이 맛을 개선하는 것이다. 기사 나간 당시보다도 맛이 더 좋아졌다고 자부한다. 인천·천안·창원 등 전국에서 조리법을 가르쳐 달라고 몰려왔다. 수제비든 된장찌개든 품목은 상관없다. 한 가지만 제대로 하면 손님은 온다는 말을 꼭 전해 드리고 싶다.” -‘연남 수제비’ 강동진



가족 경영, 더 양보하고 화목하게 됐어요



“장사하다 보면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많다. 특히 가족 네 사람이 매일 마주 보면서 일하는 것이 오히려 힘들 때도 있다. 생각이 다를 때가 있고 뭔가 결정할 때 의견이 다를 수가 있다. 사장이 직원들과 일하는 경우 사장의 결정대로 따르면 되는데, 가족들이다 보니 서로 불편함 없이 결정해야 해서 어려움이 있다. 기사 나오고 나서 가족들 사이에 더 양보하고 화목하게 일하게 됐다.” -‘우가네 순대국’ 우숙하



워낙 영세했는데 자부심 갖게 됐어요



“수선업은 워낙 영세해서 자부심을 갖기 힘든 업종이었다. 그런데 기사가 나가고 나서 수선사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지방에서도 양복을 가져와 맡기는 손님이 늘었다. 기성복을 파는 백화점은 전국에 많지만 수선을 정말 잘하는 곳은 손에 꼽힐 정도니 이렇게 손님들이 찾아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수선 전문 ‘한길사’ 황인찬



제가 아르바이트하면서 비결 전할게요



“더 정성껏, 더 환한 얼굴로 손님을 대하게 됐다. 창업 상담하는 발길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만화가게 오픈을 준비하는 어떤 분은 도와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하도 간절해서 ‘문 열면 사흘 동안 가서 아르바이트로 일해 주면서 노하우를 전수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어떤 분은 우리 가게에 와서 사흘 동안 만화는 안 보고 내가 일하는 모습만 유심히 관찰하다 가시는 분도 있었다. 서울시에서 기사를 보고 보신각 타종을 의뢰해 왔다. ‘자랑스러운 시민 대표’ 11명 중 한 명으로 31일 자정 타종식에 참석한다. 타종하면서 더 정성껏 손님을 모시겠다는 다짐을 하겠다.”



- 만화가게 ‘현이와 양이’ 정미선



부부가 지쳤을 때, 마음 다잡는 계기 됐어요



“심신이 지쳐 가게를 3주 정도 닫기도 했던 때였는데 기사가 나가면서 부부가 마음을 다잡게 됐다. 이후 매장 간판과 옷걸이를 교체했다. 직원도 새로 뽑았다. 나보다 포부가 더 큰 친구다. 나 때문에 빅사이즈 신발 사업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본인이 더 예쁜 신발을 많이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전주에 슈자이너 2호점도 생겼고 본점에서 신발을 공급한다.”



- 빅사이즈 구두가게 ‘슈자이너’ 박진선



유명세 치른 탓에 짝퉁샵 생겼어요



“좀 더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세를 치른 탓인지 짝퉁 샵이 생겼다. 강남역에는 양복점, 목동에는 수제 셔츠 가게가 같은 이름으로 생겼다. 기사 나간 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취재차 찾아왔다. 현재 산자부 블로그에도 우리 가게 관련 내용이 실렸다. 40~50대 남성 2명이 ‘프랜차이즈를 하고 싶다’고 찾아왔지만 정성이 덜 담긴 제품을 만들 수 없어 돌려보냈다.”



- 양복점 ‘새빌로우’ 최호성



한복교실 열어 노하우 전수할게요



“한복을 배워보고 싶다고 찾아온 분들도 몇 분 있었다. 그런데 가게를 운영하면서 교육까지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예전에 한 번 해봤는데 교육 중에 손님 오시고 하니 일에 맥이 끊겨서 진행이 안 되더라. 정중히 거절하고 대신 한복 만드는 일을 배울 수 있는 학원을 소개해 드렸다. 한복교실을 운영해 노하우를 전수할 생각이다.” -‘초례청주단’ 이명자



유모차 20년 수리, 자부심 가졌어요



“20여 년간 유모차만 붙들고 살아오면서도 스스로에게 당당하지 못했다. 내가 하는 일은 주목받을 일도, 특별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살아온 길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됐다. 지점 내자고 연락한 사람도 많았다. 부산·경남에 2호점을 내려고 준비하는 중이다.”



-유모차 고치는 ‘키드카’ 장수웅



가발업이 발전 중이라고 알려 뿌듯해요



“지방은 물론 멀리 미국에서도 손님이 찾아왔다. 가발 일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너무 바쁘고 가족 체제로 운영하다 보니 일을 가르쳐 줄 수 없었다. 현재 대한이용협회에 계속 강의를 나가고 업계 사람들과 세미나도 한다. 가발업·이용업이 쇠락한 산업이 아니라 발전 중인 산업이라는 점을 알릴 수 있어 뿌듯했다.” -‘가발박사’ 장만우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겨야 일도 풀려요



“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다 보면 운도 따르고 일도 풀리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늦은 나이에 깨달은 게 안타깝다. 가죽에 관심 있는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많이 왔다. 더욱 연구하고 공부해서 세계적인 가죽 명품 브랜드를 만들겠다.”



- 가죽 공예 ‘윌하우스’ 박상기



90세 어르신께서 탁구 배우러 오셨어요



“ '전에는 탁구장이 나 혼자만의 사업이었지만 이제는 모든 회원이 자부심을 갖는 공동체가 됐다. 신문을 보시고 올해 90세이신 어르신이 ‘꼭 이 탁구장에서 레슨을 받아야겠다’며 찾아오셨다. 이 추위에 멀리 서초동에서 천호동까지 오신다. ” -‘오핑 탁구장’ 김태훈



정리=박태희 기자

중앙일보·삼성경제연구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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