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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소설가 하성란의 속살 … 이 시대 작가로 사는 법

아직 설레는 일은 많다

하성란 지음

마음산책, 356쪽

1만 3000원




하성란(46)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은 건 10년 전쯤이었다. 두 번째 소설집 『옆집 여자』에 수록된 ‘곰팡이꽃’이었는데, 당시 받았던 충격이 꽤나 컸다. 아파트 주민들이 내다버린 쓰레기 봉투를 집안에 들고 와 헤집어보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그 이후 기자는 작은 쓰레기 하나 허투루 버리지 못하는 소심병자가 돼버렸다. 삭막한 도시에서 나를 증명하고 서로를 알아채는 방편이 쓰레기밖에 없다는 것이 못내 서글펐던 것도 같다.



그러면서 이런 서늘한 소설을 쓰는 ‘차가운 도시 여자(차도녀)’는 누구인가 궁금했다. 산문집 『아직 설레는 일은 많다』는 하성란의 속살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참고자료다. 지난 10여 년간 각 매체에 발표했던 산문을 주제별로 묶었다. 세 자매의 맏이로 자란 어린 시절의 추억부터 한국에서 중견 주부 작가로 살아가는 현재의 고민까지 더듬어볼 수 있다.



소설에서 비롯된 ‘차도녀’란 편견 중 들어맞은 것은 그가 서울 토박이란 점이었다. 작가는 ‘도시 중독자의 외로움’이란 글에서 시야가 탁 트인 평야보다 앞이 꽉 막힌 아파트가 더 편하고, 24시간 편의점과 교통체증에 익숙한 인간이라고 고백했다. 농촌 서울의 쇠락과 도시 서울의 번화를 체감했고,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지만) 쓰레기 봉투를 뜯어 내용물로 자신을 재구성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작가는 어린 시절 이주일 흉내를 잘 내는 오락부장이었다. 군식구가 들끓던 집안에서 불평 없이 식사를 내오던 어머니를 존경했고, 잦은 짝사랑의 실패 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를 읊던 ‘따도녀(따뜻한 도시 여자)’에 가까웠다. 시부모의 병환과 지인의 죽음 앞에서 나이 듦에 천착하고, 무한경쟁 사회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집세를 걱정하는 생활인의 얼굴 역시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정갈하면서도 사려깊은 문장에선 그의 소설과는 또 다른 맛이 느껴진다.



‘아직 설레는 일은 많다’라는 작가의 일성에 주목한다. 책 한 권은 너끈히 채울만한 삶의 굴곡이 생겼지만 아직도 가슴을 뛰게 할 일은 많다라는 대목은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일전의 인터뷰에서 작가는 탄생과 죽음의 한복판에 서 있으므로 “이제야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이 실린 소설집 『여름의 맛』(문학과지성사)과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책 표지도 한 쌍처럼 닮았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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