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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가정 만들어 아이들 보듬다 … '소년범의 아버지' 천종호 판사

소년 재판 전담법관인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아버지처럼 호통을 치기도 하지만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어머니처럼 보살펴 준다. 천 부장판사가 부산국제금융고 창원분교 입학식에서 자신이 보호관찰처분을 내린 한 학생을 안아 주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안녕들 하십니까’. 한 대자보에 등장했던 문구는 2013년 말미 한국에서 가장 많이 묻는 안부 인사가 됐다. 그만큼 안녕치 못한 한 해였다는 방증일까. 하지만 보다 안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던 이들도 있다. 부산가정법원 천종호(48) 부장판사는 7000여 명의 소년범을 교화로 이끌었고, 송파경찰서 이용우(54) 지능팀장은 뚝심으로 어린이집 비리 수사를 이끌었다. 본지는 죽음의 문턱에서 외치는 SOS 생명의전화를 받는 최장숙(67) 상담원까지 3명을 ‘2013년 새뚝이’로 뽑았다.

소년 재판 전담법관인 천종호(48)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의 법정 풍경은 독특하다. 천 부장판사가 이른바 ‘1진’ 소년범을 따끔하게 호통치는 건 예사다. 좀처럼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소년범들이 부모를 향해 무릎 꿇고 비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소년범들이 부르는 ‘어머니 은혜’ 노래가 법정에 울려 퍼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법정은 울음바다가 된다. 천 부장판사는 24일 “소년 재판은 병든 사회의 축소판”이라며 “법정에서 판사가 아니라 아버지란 마음으로 호통을 치곤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2월 8일자 14면>

 천 부장판사는 소년 재판을 ‘한 번 더 일어설 기회를 준다’는 원칙으로 진행해왔다고 했다. “따끔하게 혼을 내더라도 처벌보다 교화에 무게를 둡니다. 소년범 대부분은 ‘나는 한 번도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사회에 대해 이유 없는 적개심을 갖게 되고 범죄로 이어집니다. 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줘야 공정한 사회 아닐까요.”

 그는 법정에선 ‘호통 판사’로 통하지만 법정 밖에선 ‘소년범의 아버지’로 불린다. 마땅히 갈 곳 없는 소년범들을 위해 2010년 10월 국내 최초로 ‘사법형그룹홈’(대안가정)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재 부산·경남 지역에서 11곳을 운영 중이다. 이곳을 거친 소년범의 재범률은 18.5%로 일반 소년범 재범률(37%)에 비해 크게 낮다. 사법형그룹홈은 2011년 4월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전국 소년법관 회의에서 우수 사례로 뽑혔다. 그는 “경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은 가정으로 돌려보내 재교육시키는 게 제일 낫다”며 “유엔에서도 소년범에 대해 가정 위탁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창원지법 근무 시절엔 법원에 부산국제금융고 분교를 유치해 올 2월 첫 졸업생 19명을 배출시켰다. 전문대에 진학한 졸업생 김진호(19·가명)군은 “나 같은 문제아에게도 기회를 줘 고맙다”고 말했다. 천 부장판사는 “돌아갈 곳이 변변찮은 소년범을 훈계하고 풀어주는 것은 선처가 아니라 방임”이라며 “풀어줬을 때 소년들이 돌아갈 곳이 있는지까지 챙기는 게 진짜 선처”라고 했다.

 그를 거쳐간 소년범은 7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올 9월엔 소년범들의 사연을 모아 쓴 책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의 인세 전액(2000만원)을 복지시설에 기부했다. 그는 “내년 2월 정기 법관 인사에서도 소년 전담법관을 자원할 것”이라 고 밝혔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새뚝이=기존의 장벽을 허물고 새 장을 연 사람을 말한다. 독창적인 활동이나 생각으로 사회를 밝히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 또는 단체다. 중앙일보는 1998년부터 매년 연말 스포츠·문화·사회·경제·과학 분야에서 참신하고 뛰어난 성과를 낸 이들을 새뚝이로 선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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