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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아버지' 튜링 명예회복, 무덤 속에서 동성애 낙인 벗었다

영국의 천재 암호 해독가이자 ‘컴퓨터 시조’인 앨런 튜링(사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59년 만에 ‘동성애 범죄자’라는 주홍글씨를 벗게 됐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23일(현지시간) 튜링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특별사면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정교하고 난해한 암호체계로 꼽히던 독일군의 ‘에니그마’(그리스어로 수수께끼)를 해독해 연합군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1952년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는 방식으로 화학적 거세를 당했다. 동성애는 67년까지 영국에서 불법이었다. 튜닝은 거세 후 암울한 시기를 보내다 42세 때인 54년 자살했다. 동화 백설공주를 좋아했던 그는 백설공주처럼 청산가리를 넣은 ‘독 사과’를 깨문 뒤 깨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애플사의 로고인 ‘베어 문 사과’가 그의 죽음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는 설도 있다.

 크리스 그레일링 법무차관은 “이번 특별사면은 ‘훌륭하고 매우 특출한 분’에 대한 헌사”라고 평가했다. 그레일링 차관은 또 “튜링은 수천 명의 목숨을 구하는 데 기여했지만, 인생 후반부는 부당하고 차별적인 동성애 유죄판결로 불행했다”고 말했다.

1912년 런던에서 태어난 튜링은 컴퓨터 작동 이론을 완성한 천재 수학자이며 암호학과 논리학에도 능했다. 그는 ‘튜링머신’이라는 컴퓨터 이론모델을 창안해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43년 진공관으로 ‘콜로서스’라는 해독기를 만든 후 하루 3000개의 독일군 암호를 풀어내 2차대전을 2년 정도 단축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뒤 윈스턴 처칠은 소련으로부터 비밀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콜로서스’ 해독기를 모두 파괴하도록 지시했다.

 스티븐 호킹 박사와 함께 튜링의 구명운동을 펼쳐온 영국 왕립자연과학협회 ‘로열 소사이어티’ 폴 너스 회장은 “그에게 가해진 박해는 비극적이었으며 그가 남긴 업적을 기릴 수 있는 지금 매우 기쁘다”며 특별사면을 반겼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성명을 통해 “튜링은 2차대전에서 영국을 구했으며, 그가 남긴 과학적 업적은 위대한 유산”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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