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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로드먼의 방북이 나쁘지만은 않은 이유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전직 미국 NBA 프로농구선수인 데니스 로드먼이 지난주 세 번째로 북한을 방문하면서 서방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별명이 ‘벌레’인 이 전직 ‘코트의 악동’은 활기 넘치는 경기 스타일, 형형색색으로 염색한 헤어스타일과 과장된 행동으로 유명했다. 그는 이미 오래전에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변덕스러운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자칭 친구관계를 맺으면서 새로운 명성을 얻었다.

 로드먼의 이번 방북은 전 NBA 농구선수들과의 친선경기를 치를 북한 농구 국가대표팀 선발을 돕기 위해서였다. 이 경기는 다음 달 김정은의 31번째 생일을 맞아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다. 예상된 일이지만, 이 전직 NBA 스타가 세계 최악의 독재자와 친구가 되는 ‘정치적 현실’을 인정하기 거부하는 흐름이 있다. 일부 언론들은 자기 잇속만 차리며 심지어 냉담하기까지 하다며 로드먼의 행동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로드먼은 북한에 1년 이상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기독교 선교사 케네스 배의 문제나 북한의 핵 야망 같은 것은 자신이 아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룰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문제와 관련한 그의 유일한 메시지는 “오바마가 김정은을 초청해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이 기묘한 커플이 서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로드먼은 자신과 자신을 후원하는 아일랜드 도박업체인 패디파워의 홍보 효과를 노렸다. 북한 노동당 당대회 도중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끌어내 잔혹하게 처형한 지 겨우 1주일밖에 되지 않은 김정은은 자신감과 장악력을 과시하길 원한다. 하지만 로드먼이 북한에 가는 것이 정말로 그렇게 나쁜 일인가? 워싱턴의 언론과 전문가 공동체에 속한 내 친구들의 대부분은 이러한 의문에 코웃음을 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진지하게 생각해서 그것이 이익이 될 것이라고 본다.

 첫째, 우리는 로드먼의 방북에서 불투명한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해 알게 됐다. 로드먼보다 김정은과 더 긴 시간을 함께 보낸 미국인은 없다. HBO(미국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서 김정은과 로드먼이 함께 있는 장면은 아마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젊은 지도자에 대한 가장 생생한 영상 기록일 것이다. 로드먼의 방북으로 우리는 김정은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심지어 딸의 이름까지 공개했다).

 우리는 또 북한의 김계관 전 6자회담 수석대표의 위상이 그동안 상당히 올라갔다는 사실도 알 수 있게 됐다. 로드먼의 지난번 방북 기간 중 방문단이 시범 농구 경기를 지켜보고 있을 때 김계관이 김정은과 상당히 가까운 곳에 앉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구는 이미 이전에 이런 모든 토막 정보를 감지하긴 했겠지만 로드먼의 방북은 이 모두를 우리에게 분명히 확인시켜 줬다.

 둘째, 로드먼의 이번 세 번째 방북(또는 내년 1월의 네 번째 방북)은 김정은이 이달 초 85세의 미국 노인 메릴 뉴먼을 풀어준 가장 큰 이유의 하나가 됐을지도 모른다. 한국전쟁 참전용사로 이번에는 관광차 북한을 방문했던 이 무고한 노인은 귀국 직전 비행기에서 강제로 끌려나온 뒤 5주간 명백한 사유 없이 억류됐다. 뉴먼의 억류로 미 국무부는 북한을 방문하려는 미국인들에게 여행 관련 경고의 수위를 높였다. 뉴먼의 구금은 내년 1월 친선경기에 초청받은 전직 NBA 농구선수들이 북한을 방문하는 게 과연 안전한지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 원인이 됐다. 뉴먼이 북한에 계속 구금됐더라면 로드먼은 내년 1월 평양으로 데려갈 전직 NBA 선수들을 모집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은 고령의 미국인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억류할 수는 있겠지만 자신의 생일날에 전 미국 드림팀에 속했던 농구선수들을 초대하는 것보다 그것을 더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뉴먼이 왜 석방됐는지에 대해 이보다 더 나은 설명도 없을 것이다.

  셋째, 김정은과 관련해 유일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예측이 불가능한 인물이라는 사실뿐이다. 로드먼의 방북으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김정은은 서방 세계를 곤혹스럽게 할 또 다른 무엇인가를 벌임으로써 다시 주목을 받으려고 할 수도 있다. 데니스 로드먼이 미국으로 귀국한 뒤 새로운 미사일이나 핵 도발을 하는 것이 ‘또 다른 무엇’이 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면 케네스 배의 석방을 비롯한 예기치 못한 유화적 행동이 될 수도 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한가? 북한은 장성택을 처형했다는 바로 그날 개성공단 협력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연락을 취했다. 평양은 여러 가지가 뒤섞인 신호를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예기치 못한 행동을 잘 벌인다. 요점은 로드먼의 방문으로 김정은이 서구 및 한국과 전술게임을 벌일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서구의 적개심이 최고조에 이를 때 케네스 배를 풀어줘서 데니스 로드먼을 자신이 그토록 하기 싫다고 이야기했던 외교관처럼 보이게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케네스 배의 석방을 이루지 못한 미국의 정책 입안자(그리고 외교관)에게는 불행한 일이자 모욕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로드먼의 특이한 우정이 조국인 미국에 이런 결과를 가져온다면, 나라면 이를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겠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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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