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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엷고 희미한

엷고 희미한 - 이제니(1972~ )


처음엔 알지 못했다

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알려고 하지 않았던 그 이유로

내가 펼친 페이지는 더욱 선명해졌다

눈과 코와 입이 적혀 있었다

컵과 컵과 컵이 놓여 있었다

내가 그렸던 것은 사람이다

이것을 고백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내가 아꼈던 것은 타원이다

이것을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커튼은 잿빛으로 텅 비어 있었다

탁자는 흑백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을 빛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이 어두움이야말로 내 마음이다

(하략)


더불어 좋으라고, 더불어 힘이 되라고, 세상에 이 많은 사람들이 생겨났을 겁니다. 그렇잖아요. 우리 모두 어디서 어떻게 왔다 어디로 가는가 생각할수록 미궁이라지만 어쨌거나 지금 우리들 곁에 곁이 되어주는 건 사람이잖아요. 사람뿐이잖아요. 도대체가 캄캄해서 세상을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힘깨나 있다고 떡 줄 것도 아니면서 사람들에게 떡메질 해대는 사람들을 어처구니가 없어 봐줄 수가 없습니다. 어둡습니다. 어두워서 혼자 만든 크리스마스트리에 전원 코드를 꽂았습니다. 색색으로 반짝거렸습니다. 그 빛을 혼자 보고 있다는 게 미안해졌습니다. 이 복된 날, 불 켠 초를 들고 거리에 나가면 내가 세상의 크리스마스 알전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데 지독한 감기네요. 내 건강을 챙겨야 네 건강도 챙깁니다. 성탄절 아침 모두에게 보내는 크리스마스카드입니다. <김민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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