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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거리에서 캐럴 안 들리는 크리스마스

정강현
사회부문 기자
그제 늦은 오후 취재차 서울 명동으로 가던 택시 안이었다.

‘흰 눈이 쌓여가는 이 밤/이제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벌써 거리엔 캐럴이 흘러요….’

 김동률의 ‘크리스마스잖아요’가 들리는 택시 안은 고요했다. 음악이 나지막하게 들리는 택시 옆으로 시청 앞 대형 성탄 트리가 지나갔다. 오랜 침묵이 어색했는지 50대 중반쯤의 택시 기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올해는 어째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영 안 나네요. 손님도 뚝 떨어졌고….”

 사실이 그랬다. ‘크리스마스 체감 지수’란 게 있다면 올해는 그 지수가 제로에 가까울 정도다. 김동률은 ‘벌써 거리엔 캐럴이 흘러요’라고 노래했지만, 그런 크리스마스는 우리에게 없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명동 거리는 한산했다. 캐럴도 들리지 않았다. 산타 모자를 쓴 판매원들이 목소리를 높여도 사람들은 대부분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크리스마스면 거리를 메우던 그 많은 선물 꾸러미와 캐럴송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거리에서 캐럴을 자주 들을 수 없는 표면적인 이유는 저작권법 때문이다. 현행 저작권법은 음악을 대형 매장이나 옥외에서 들려줘 이익을 얻는 경우 사용료를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앰프를 밖에 내놓고 캐럴을 틀어주며 손님을 끌어 모으는 상점은 흔치 않다. 하지만 저작권법 하나로만 썰렁한 크리스마스를 설명할 순 없다.

 앞당겨 말하자면 2013년의 대한민국에 크리스마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여유 따위는 없다. 나라 경제는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북한 문제로 안보는 불안하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행렬에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청춘의 답답함과 분노가 읽힌다. 철도파업 등으로 사회 갈등도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마당에 “메리 크리스마스”라며 인사하기란 얼마나 낯뜨거운 일인가. 실제로 최근 여성 포털 ‘이지데이’가 652명을 대상으로 ‘작년에 비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많이 느끼는가’라고 물었더니 응답자의 86%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크리스마스는 사랑의 축일이다. 모든 것을 덮고 감싸주는 날이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가고 엿새 뒤면 2014년 새해를 맞이한다. 우리 사회가 지난 한 해의 쓸쓸한 기억과 상처를 덮고 다시 한번 도약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년 이맘때엔 거리에 이런 크리스마스 캐럴이 넘쳐나기를 기대해 본다.

 ‘크리스마스에는 그 거리에 작은 소망들이 피어나/그 친구들 환한 웃음 다시 볼 수 있겠지….’(이승환, ‘크리스마스에는’)

정강현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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