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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우리는 왜 분노하지 않습니까?

데즈먼드 투투
남아프리카공화국 명예 대주교
노벨평화상 수상자
만삭인 22살 시리아 여성 누르(가명)는 이제 겨우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얼마 전 어린 세 자녀를 데리고 요르단의 자타리 난민캠프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누르는 매우 배고프고 지친 상태였습니다.

 오랜 내전에도 고향 땅을 지키던 누르의 가족을 요르단으로 내몬 것은 굶주림입니다. 더 이상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누르가 품에 안은 아기 야잔(가명)은 돌이 지났지만 칼슘이 부족해서 이가 하나도 제대로 나지 않았습니다.

 내전 발발 이후 시리아는 계속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시리아 병원의 약 3분의 1이 파괴됐습니다. 국제구호개발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은 내전 발발 이후 최소 3900개의 학교가 파손되거나 점령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시리아에는 아이들을 위한 곳이 더 이상 없습니다. 난민이 돼 인접 국가를 떠도는 아이가 벌써 100만 명이 넘었지만 이 아이들은 차라리 운이 좋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수천 명의 아이가 이미 소중한 목숨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분노하지 않습니까?

 야잔처럼 심한 영양부족으로 발육이 멈춘 아이, 학교가 없어져 받아야 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 고된 피란길에 올라야 했던 아이, 참혹한 상황에 내몰린 아이에게 우리 모두는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국제사회는 내전을 종식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전쟁이 가져온 끔찍한 결과를 외면함으로써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가장 고통받는 이는 바로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은 전쟁의 공포에 더해 굶주림까지 견디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얼마 전 발표한 보고서 ‘전쟁과 굶주림’에 따르면 천정부지로 치솟은 식품 가격과 식량 부족으로 시리아 내의 아이들은 심각한 영양실조의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시리아는 원래 식량을 수출하던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내전이 발발하면서 이제는 즉각적인 식량 지원을 필요로 하는 국민이 400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중 절반은 아이들입니다.

 3년 전만 해도 하루 세 끼를 건강하게 먹던 아이들이 이제 세상이 그들을 저버렸다는 사실과 전쟁의 공포, 굶주림에 지쳐 잠이 듭니다. 의료 지원과 식량이 부족해서 아이들이 숨진 사례도 이미 여러 차례 보고가 됐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분노하지 않습니까?

 식량을 구할 수 있는 곳에서도 사람들은 죽음의 선택을 내려야 합니다. 내전을 벌이는 병력이 빵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보고도 숱합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전쟁의 화염 아래 배고프고 절박하게 선 이들의 모습을.

 세계 각국의 지도자는 이 내전의 대가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국제사회가 영향력을 발휘해 이 끔찍한 재앙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시리아 내에서 구호활동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합의해야 합니다. 수천 명의 무고한 아이들이 증오의 전쟁에 던져졌다는 사실에 우리가 분노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시리아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친구라면 좁은 곳에서도 수천 명이 함께할 수 있다.’ 시리아의 아이들은 지금 좁고 어두운 곳에 있습니다. 우리가 이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이 전쟁을 끝내야 합니다.

 ※198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남아공의 데즈먼드 투투 명예 대주교가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시리아에 대한 인도주의적 관심을 촉구하는 기고문을 본지에 보내왔습니다.

데즈먼드 투투 남아프리카공화국 명예 대주교 노벨평화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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