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분수대] 산타가 오지 않아도 성탄절은 감동적이다 사랑과 화합의 날이니까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지난 주말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공연에 다녀왔다. 성탄 무렵이면 찾아와 전석 매진 기록을 세우는 합창단답게 성가와 캐럴이 가슴을 울렸다. 공연 중 어린 단원들의 서툰 우리말 안내를 듣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어린이 합창단을 한국·중국·일본이 함께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 말이다. 동양 삼국 어린이들이 함께 연습한 뒤 연말연시에 세 나라를 돌며 공연하면 단원은 물론 관객까지 음악의 힘으로 상호 이해와 화합 지수가 상승하게 되지 않을까.

 국제사업이 벅차다면 우선 국내에서 여러 종교 단체가 뜻을 모아 다종교 합창단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상호이해와 화합을 위해 한번 시도해봄 직하지 않을까. 이스라엘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1999년 팔레스타인 출신의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청소년이 함께 연주하는 서동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를 세워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이젠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은 물론 이집트·이란·요르단·레바논·시리아 등 다양한 중동 국가 출신의 단원들이 활동 중이라고 한다. 유대교와 이슬람, 이슬람 내에서도 수니파와 시아파 등 다양한 종교·정파를 넘어 음악으로 화합을 도모한다.

 성탄 이브인 24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 앞을 지나다가 화들짝 놀랐다. 절 입구 일주문 앞에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 트리가 세 점 옹기종기 서 있었기 때문이다. 철골에 한지를 입혀 만든 녹색·푸른색·붉은색의 트리가 꼭대기에 다윗의 노란 별을 달고 서 있는 모습이 앙증맞았다. 몸체엔 당초문이 그려져 있었다. 우리 전통 도자기나 공예품 등에서는 물론 서양 레이스 장식이나 이슬람권 아라베스크 장식에서도 볼 수 있는 국제적 문양이 다. 화합의 상징으로 손색없는 섬세함이다. 조계사는 올해까지 14년째 성탄 축하 메시지를 발표해 왔고 2010년부턴 성탄 트리도 설치해 왔다고 한다. 불교의 가치인 생명·나눔·평화를 상징한다는데 기독교의 믿음·소망·사랑을 뜻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23일 저녁엔 이태원을 찾아 마스지드(학교 딸린 이슬람 성원)와 터키 케밥 집, 아랍 식당, 파키스탄 식당 등을 돌아봤는데 한산했다. 성탄절과 무관한 이슬람 지역이라 그럴 것이다. 우리말에 능통한 케밥 집 직원은 “산타는 없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내친김에 이런 이슬람권 이주자까지 합쳐 다문화·다종교 합창단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관용의 노력이 쌓이면 한국은 다종교화합·다문화융합의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산타가 오지 않아도 성탄절이 사랑과 화합의 날로서 모두에게 감동적일 것이다. 우선 국민끼리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는 게 급선무겠지만.

채인택 논설위원

분수대 ▶ [분수대] 더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