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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돼 봐야 …" 무시당하는 환경평가

16일 한전에서 강원도 횡성의 송전탑 공사를 위해 만든 차량 진입로에 눈이 쌓여 있다. 이 길은 환경영향평가를 안 받은 불법 진입로다.

지난 16일 오후 강원도 횡성군 둔내변전소. 횡성·평창지역의 전력 공급을 책임지는 이 변전소 뒤편으로 트럭 한 대가 지나갈 만한 흙길이 나 있었다. 공사 차량이 드나드는 진입로였다. 길 옆에는 베어진 소나무들이 쌓여 있었다. 송진 냄새가 짙게 풍겼다. 흙이 나무뿌리가 드러날 만큼 파헤쳐진 상태였지만 덮개나 배수로는 보이지 않았다.

 이곳은 한국전력공사가 횡성 일대에 비상전력망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진행 중인 공사 현장. 둔내면과 횡성읍을 잇는 송전철탑 53개를 세우는 작업이다. 그런데 이 공사는 진입로와 자재적치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은 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횡성군 둔내 일대는 대부분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다. 개발계획 협의 시 보전·복원이 우선시된다. 특히 철도공사의 생태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송전선로 부지 주위에선 삵·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종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진입로는 토지주와 일일이 수용 여부를 협의해야 해서 한 번에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덮개·가배수로는 설치하면 오히려 더 생태가 훼손될 수 있는 지역도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일부 지역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주지방환경청은 18일 한전을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사부지를 승인된 계획 이상으로 훼손했고 ▶송전탑을 당초 48개에서 5개 더 늘리면서 관계기관 협의나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이다. 한전은 공사 부지에 덮개·가배수로를 설치하라는 환경부의 지시도 이행하지 않았다.

 1993년 환경영향평가법 제정으로 본격 실시된 환경영향평가제가 부실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부터 사후조치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거나 아예 생략하는 사례가 속속 적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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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괴산군은 성불산 생태공원을 조성하면서 사후 환경영향 조사를 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달 청주지검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강원도 홍천의 구만리 골프장도 지난 4월 검찰에 고발됐다. 환경영향평가서와 야생동식물 정밀조사 보고서를 부실하게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평창 겨울올림픽을 위한 스키장 부지 사업 등을 둘러싸고도 “환경영향평가가 잘못됐다”는 지역 주민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사업자가 평가를 담당하는 구조적 결함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평가 과정에서 사업주에 대한 환경 관련 기관의 부실 검증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최근 5년간 검토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1239건 중 반려된 경우는 17건(1.4%)에 불과했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2010~2012년 사전공사로 인한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혐의로 총 164건이 검찰 고발 또는 공사중지 조치됐다. 하지만 환경부 국토환경평가과 연경화 주무관은 “고발건은 대부분 벌금형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한국법제연구원 전재경 선임연구위원은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조치 위반 등으로 얻는 이득만큼 과징금·이행강제금을 물리는 쪽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횡성=글·사진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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