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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이니까 해냈다, 세대 아우른 파격

새뚝이는 신인 이 아니다. 새로 판을 짠 사람을 가리킨다. 요즘 말로 굳이 옮기자면 혁신이요, 창조다. 기존 가치, 혹은 제도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문화의 기본 정신이다. 본지 문화부 기자들이 오랜 논의 끝에 2013년 우리 문화계의 지형도를 바꾼 새뚝이를 선정했다. 그들이 있어 올해 우리들의 머리(이성)와 가슴(감성)이 차가웠고, 또 뜨거웠다.


조용필은 젊은층의 전유물인 록페스티벌에까지 중장년층을 끌어들였다. [중앙포토]
K팝 스타의 기세도 여전했지만 누가 뭐래도 2013년 문화동네에서 우뚝 선 인물은 가왕 조용필(63)이었다. 옛 명성에 기대어 살아도 충분히 영예로울 업적을 이뤄놓은 그가 남들은 다 은퇴할 나이에 정규 19집 ‘헬로’를 내놓은 것 자체가 사건이었다.

 게다가 10년 만의 정규 앨범 ‘헬로’는 관성에 기대지 않은 파격으로 가득했다. 가왕은 아이돌 가수들처럼 해외 작곡가들에게 곡을 받고, 20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래퍼 버벌진트를 참여시켜 젊은 감각으로 재무장했다. 그러면서도 ‘조용필’ 이름 석자가 갖고 있는 높은 기준을 충족시키는 완성도 높은 곡을 빚어냈다. 문화는 나이가 아닌 도전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조용필의 발걸음 하나 하나가 새로운 기록이었다. 음원 차트에서 싸이의 ‘젠틀맨’과 1, 2위를 다투던 ‘바운스’로 음악 방송에서 23년 만에 1위를 차지했다. 방송 출연 한 번 하지 않고 세운 기록이다. 초등학생들이 ‘바운스’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고, 젊은 팬을 중심으로 한 팬클럽이 새롭게 생겨났다.

 여름엔 록페스티벌 ‘슈퍼소닉’에 출연하면서 외국 밴드가 아닌 한국 뮤지션이 헤드라이너(대표 아티스트)로 서는 첫 해라는 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5월부터 연 ‘조용필과 위대한탄생 투어 콘서트 헬로’는 13개 도시 22회 공연으로 2013년 최다 도시 투어를 기록했다. 앨범을 내지 않았던 지난 10년간 공연에 전념하며 쌓아온 노하우에 새 앨범이라는 동력이 만나 폭발적인 에너지를 빚어냈다.

 국내의 폭발적인 반응은 원조 한류 가수로서 활동했던 일본도 반응하게 했다. 그는 15년 만에 일본에서 공연을 하고 일본어로 앨범을 냈다. 비록 싸이나 지드래곤·소녀시대처럼 국경을 넘어선 인기를 얻은 건 아니지만 이들이 존재하기 오래 전 조용필이라는 뮤지션이 국경 밖에서 한류의 초석을 다졌음을 일깨우는 사건이었다.

 아이돌 천하의 수명 짧은 음원 시장에서 조용필은 감상하는 음악의 가치를 새롭게 일깨웠다. DMZ 못지않게 확실하게 갈라져 있던 음악적 세대의 강을 연결하는 다리가 됐다는 점만으로도 그의 존재가 빛나는 한 해였다.

 후배 뮤지션들도 조용필의 음악에 적극 응답했다. 숱한 스타들이 SNS 등에서 조용필의 음악에 대한 감상평을 올렸다. DJ KOO(구준엽)는 클럽 옥타곤과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바운스’ ‘헬로’ 등을 리믹스해 젊은이들을 춤추게 했다.

 조용필은 올 한 해 활약으로 은관문화훈장,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 올해의 노래상 대상, 멜론 뮤직 어워드 스페셜상(록 부문) 등을 수상했다.

이경희 기자

◆새뚝이=기존의 장벽을 허물고 새 장을 연 사람을 말한다. 중앙일보는 1998년부터 매년 연말 스포츠·문화·사회·경제·과학 분야에서 참신하고 뛰어난 성과를 낸 이들을 새뚝이로 선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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