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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전의 조상, 문화재 됐다

국내 최초의 원자로인 연구용 원자로 1호기(TRIGA Mark-Ⅱ)가 1995년 가동을 중단한 직후의 모습. 이 원자로는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 문화재에 올랐다. [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국내 최초의 원자로가 문화재로 등록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62년 완공된 연구용 원자로 1호기(TRIGA Mark-Ⅱ)가 문화재청 심의를 거쳐 등록문화재 제577호에 올랐다고 23일 밝혔다. 등록문화재는 건설·제작 후 50년 이상 된 근대문화유산 가운데 보존·활용 가치를 따져 선정된다. 과학기술 연구시설이 등록문화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용 원자로 1호기를 짓기 시작한 것은 59년이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옛 원자력연구소(현 한국원자력연구원) 안에 건설됐다.

 62년 완공돼 첫 임계(원자로 안에서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정 비율로 일어나는 정상 가동 상태)에 도달했다. 미국 제너럴아토믹사 제품으로 원래 열출력 100㎾짜리였지만 국내 연구진이 개조해 출력을 250㎾까지 높였다.

 이후 이 원자로는 원자력연구소가 대전 대덕특구로 옮겨가 95년 자체 기술로 만든 연구로(하나로)를 가동할 때까지 33년간 국내 원자력 연구의 ‘모태’ 역할을 했다. 원전 운전요원 등 관련 산업 종사자 1300여 명, 서울대·한양대 등의 원자력공학과 학생 1700여 명이 이 원자로로 교육을 받았다. 의료 진단용 I-131, Au-198 등 방사성 동위원소 10여 종도 이 원자로에서 생산됐다.

 하지만 이 같은 공로에도 연구용 원자로 1호기는 95년 가동 중단 후 한때 철거될 위기에 몰렸다. 이를 막은 게 과학계 원로들이다. 2000년 채영복(전 과학기술부 장관) 당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등 50여 명이 ‘연구용원자로보존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원자로를 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해야 한다”며 과기부와 산업자원부, 소유주인 한국전력을 설득했다. “한국 원전의 ‘조상’을 없애는 것은 스스로 역사적 유물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주장이었다. 이 덕분에 원자로는 살아남게 됐고 내년까지 오염 제거 작업을 마친 뒤 일반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방사능에 오염된 내부 구조물(원자로 본체)만 해체하고 모형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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