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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좋은 치매 나쁜 치매 둘 다 두렵긴 마찬가지 …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과 만나 어느 정도 친해지고 집안 얘기를 나누다 보면 놀라게 된다. 어느 가정이고 연로하신 부모님 간병 또는 치매 증상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미 겪었거나 겪고 있는 일들을 다투어 털어놓는다. 베이비 부머(1955~63년 출생)는 자기들에게 조만간 닥칠 일을 일찌감치 예행연습 중인 셈이다. 우리 할아버지 세대에도 ‘노망’이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광범위하게 대중화(?)된 적은 대한민국 역사에 없었다.

 치매에 ‘문관(文官) 치매’와 ‘무관(武官) 치매’ 두 종류가 있다는 것도 최근에 들었다. 의학서적에 없는 분류일 것이다. 적극적이고 씩씩하던 어른이 어느 순간부터 조용하고 얌전해지면 문관 치매, 평생을 부드럽고 소극적으로 사시던 분이 갑자기 활달하고 거칠어지면 무관 치매란다. 무관이 되면 평소 속을 드러내지 않던 분이 잠재의식을 발휘한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한 여성은 치매 증세가 시작된 시어머니가 아들(남편) 출근길 배웅을 시작했다. 며느리에게 “왜 네가 나서니?”라고 쏘아붙이기도 한다. 아들을 빼앗겼다는 잠재의식이 표면화된 걸로 이해는 하지만, 황당한 심정이란다. 반대로 한 고위 공직자는 “집안 어른의 문관 치매 덕분에 가정이 평화로워졌다”고 고백한다.

 개인적으로는 노인요양보험 덕을 보던 아버지가 최근 등급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치매 진단 새로 받으랴, 소견서 떼랴, 병원과 요양원을 며칠간 바삐 돌아다녔다. 간신히 이의신청 절차를 마치고 나서 새삼 드는 생각. ‘도대체 치매란 무엇인가’였다. 노인성 치매는 뇌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구분된다고 한다. 둘 다 현대의학으로도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노인대국인 일본에서 도쿄와 오키나와, 그리고 미국의 노인들을 비교한 연구 결과를 보면, 같은 치매라도 사는 환경에 따라 차이가 두드러진다.

 오키나와 한 마을의 65세 이상 708명을 조사하니 명백한 노인성 치매는 27명(4%)이었다. 이 비율은 대도시인 도쿄와 같았다. 그러나 문관이든 무관이든 치매에 따른 ‘주변 증상’은 현격한 차이가 났다. 오키나와의 치매 노인은 우울증·망상·환각 증세가 전혀 없었다. 도쿄의 경우 절반 정도가 주변 증상을 나타냈다. 20%는 우울증이었다. 미국은 치매 노인의 25~50%가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연구진은 오키나와가 경로사상이 강하고 노인들이 주변의 정성스러운 간호와 존중을 받는 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했다(오이 겐, 『치매노인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결국은 다른 사람들과의 따사로운 ‘연결’ 정도가 핵심이라는 얘기다. 효도사상은 스러져 가고, 1인·2인 가구가 날로 늘어나는 요즘 그게 가능할까. 문관이고 무관이고 치매가 두렵기는 누구나 마찬가지일 텐데.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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