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만델라 서거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3년 12월 7일자 30면>
위대한 영혼 만델라의 용서와 화해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위대한 영혼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타계했다. 그는 남아공만이 아니라 전 세계 인류의 정신적 지주였다. 가혹한 흑백 인종차별 국가에서 태어나 차별정책 폐지를 추진하다가 26년 동안이나 옥살이를 했다. 그런데도 그는 1994년 대통령이 된 뒤 자신과 흑인들을 탄압한 백인들을 용서했다. 이런 행보는 인류 역사에 위대한 족적으로 기록되고 있다.

 지난 세기 계층 간, 인종 간, 국가 간 지배·피지배 관계를 형성했던 많은 국가들이 ‘혁명’을 거쳤다. 새롭게 독립한 나라들이거나 민주화된 많은 나라들에서 피바람이 불었다.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된 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벌어진 ‘인종청소’를 상기해보라.

 남아공 역시 가혹한 인종차별 정책을 폈던 백인정권에 대해 다수 흑인들에 의한 참혹한 보복이 벌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만델라는 용서와 화해를 부르짖었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않는다’는 그의 흑백 화해 정책 덕분에 남아공은 상대적으로 큰 혼란을 겪지 않고 발전할 수 있었다. 나아가 ‘만델라 방식’은 남미 국가들의 민주화 과정에서 전범(典範)으로 이어졌고 이들 국가도 ‘혁명’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의 용서와 화해 행보는 평범한 사람들로선 도저히 따르기 어려운 정도였다. 집권한 뒤 첫 부통령에 백인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을 임명했으며 흑백차별정책의 정보책임자와 자신에게 종신형을 구형한 검사를 대통령관저에 초대해 극진히 대접했다. 투옥됐던 감옥의 교도소장을 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증오를 배운다면 사랑도 배울 수 있다”는 자신의 신념을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실천했다.

 우리 사회는 지금 ‘분열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사이의 극심한 이념대결,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 차이, 세대 간·계층 간 의사소통의 단절이 우리 사회의 활력을 떨어트리고 있다.

 만델라가 서거한 날 우리 모두 그가 남긴 ‘위대한 화합의 정신’을 새겨보는 것이 어떨까. 남아공의 흑인들은 만델라를 뒤따라 자신들을 짓밟았던 백인들조차 용서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겨레 <2013년 12월 7일자 23면>
‘화해의 정치’ 실천한 우리 시대의 거인, 만델라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 사람이 태어나서 자신이 속한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을 다 마쳤다면 그는 평안하게 안식을 취할 수 있다. 나는 그런 노력을 했다고 믿고 있고 그래서 영원히 잠잘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시대를 상징하는 거인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5일 밤(현지시각) 지상에서의 의무를 다하고 영면에 들어갔다.

 그의 삶은 자신의 책 제목처럼 ‘투쟁은 나의 삶’이자 ‘자유를 향한 긴 여정’이었다. 젊은 시절 엘리트 코스를 밟던 그는 안정된 길 대신 백인정권의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철폐하기 위한 투쟁에 뛰어든다. 이 나라에서 처음 흑인 법률사무소를 연 1952년에는 전국적인 불복종 저항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민권운동의 지도적 인물로 부상했다. 이후 지하 무장조직의 초대 책임자로 임명된 그는 64년 체포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90년까지 복역한다. 바깥세상과 단절된 이 기간에 그는 자기정진을 통해 내적인 힘과 외적인 권위를 키워 민중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는 지도자로 성장했다.

 그의 진가는 94년 흑인에게 투표권이 부여된 첫 선거에서 이겨 첫 흑인 대통령이 된 뒤에 나타난다. 그가 택한 길은 백인 사회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진실에 기초한 대화합이었다. 흑인에게 심한 탄압과 테러 등을 자행한 사람도 진실화해위원회(TRC)에 출두해 자신이 한 일을 솔직하게 밝히고 용서를 구하면 사면받을 수 있게 했다. 이 위원회에 출두한 사람이 수천 명에 이른 것은 만델라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진실화해위 모델’은 부끄러운 과거사를 청산해야 하는 여러 나라에 좋은 본보기가 됐다. ‘화해의 정치’를 실천한 그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던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났다.

 만델라는 아프리카 지역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에 큰 영감을 줬다. 그러나 그의 꿈이 남아공에서 아직 온전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국민의 80%를 차지하는 흑인은 여전히 가난에 허덕이고 있어 흑백화합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8월에는 광산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 집회를 경찰이 강제 해산하면서 실탄을 발사해 34명이 숨지기도 했다. 법률·제도적인 차별 철폐를 넘어 사회·경제적인 평등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만델라의 성취가 혼자만의 것은 아니지만 ‘정의는 반드시 이뤄진다’는 그의 뚜렷한 역사관과 ‘흑인과 백인이 평화적으로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믿음이 큰 구실을 한 것은 분명하다. 여러 요인으로 갈라진 지구촌에 그가 여전히 유효한 까닭이다.

[논리 vs 논리] 용서·화해와 평등·정의, 한국에 더 필요한 만델라 가치는 …

글 읽기는 글쓰기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글을 읽을 때 글 자체로만 읽지 않고, 글 읽는 사람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살아온 인생, 그리고 현재 놓인 처지와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작용해 글의 의미가 글 읽는 사람의 안에서 만들어지기에 그렇다. 글의 의미는 글 자체에 있지만,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있다. 사람들이 어떤 대상을 보고 이해할 때 그 사람이 지닌 가치체계에 따라 보는 면이 다른 것을 우리는 자주 확인한다.

“용서는 하되 잊지 않는다” 되새긴 중앙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모두 만델라의 정신과 삶을 우리 시대가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다른 점이 있다. 한겨레는 평등과 정의에 초점을 두고, 중앙일보는 용서와 화해에 초점을 둔다.

 사설에 쓰인 낱말을 살피면 두 신문의 차이가 보인다. 중앙일보가 쓴 말을 보면, 용서·화해·증오·분열·피바람·사랑·화합이 나온다. 한겨레 사설에 나온 말을 보면, 투쟁·의무·화합·평등·정의·공존이 나온다. 두 신문이 공통으로 쓴 말은 용서·화해·공존·분열·화합이다.

 한겨레는 공동체의 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개인의 의무라는 만델라의 말을 소개하며 억압에 맞서 투쟁한 그의 삶을 설명한다. 그러면서 지배자인 백인들을 물리친 뒤에 그들을 용서하고 화합을 이룬 점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현재 그 사회가 법률·제도적 평등을 이루었어도 사회·경제적 평등을 이루지 못해 문제라고 말한다. 한겨레는 정의는 반드시 이루어지고 다른 집단은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만델라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 짓는다.

 중앙일보는 만델라가 자신을 탄압한 백인들을 용서한 부분을 강조한다. 많은 나라에서 사회 혁명 뒤에 피바람이 불어 희생이 있었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만델라가 있어서 그런 후유증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용서하되 잊지 않는다’는 만델라의 해법이 의미 있다고 하면서, 증오를 사랑으로 승화시킨 인물이 위대하다고 칭송한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지금 분열되어 있어서 만델라의 화합과 용서를 배워야 한다고 정리한다.

 두 신문에서 쓰는 말이 다른 지점은, 평등과 정의와 용서라는 낱말에서 또렷하게 보인다. 한겨레는 평등과 정의를 이야기했지만, 중앙일보는 평등과 정의라는 말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 그 대신에 용서를 강조했다. 한겨레는 용서라는 말을 한 번만 썼는데, 중앙일보는 다섯 번이나 썼다. 그래서 중앙일보 사설을 읽으면 용서하고 화합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든다. 한겨레는 전체 사설이 1233자인데 그 가운데 24%에 해당하는 295자를 사회·경제적 평등과 정의 실현에 대해 썼다. 한겨레 사설을 읽고 나면 사회 정의와 평등을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게 된다.

“정의 실현은 개인 의무” 일깨운 한겨레

용서하고 화합하라는 말이, 서로 갈라져서 맞서 싸우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어떻게 들릴까. 혹시 서로 상대 쪽에다 먼저 용서하고 화합하라고 요구할지도 모른다. 상대가 먼저 잘못을 고백하고 자신들을 포용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만델라의 용서와 화해라는 해법은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이때 누가 먼저 상대를 용서해서 화합을 실천하고 나서야 할까.

 그것은 힘 있는 쪽이다. 권력을 가진 쪽이다. 돈의 힘이 있는 쪽이다. 더 많이 배운 쪽이다. 강한 자들이 먼저 양보하고 용서하고 화합에 나서야, 약한 자들도 함께 그 길에 나설 수 있다. 강자가 약자에게 자신의 횡포를 용서하고 화해하자고 먼저 요구하면, 약자가 그 제안을 거절하기가 어렵다.

 또 한 가지. 우리는 위대한 인물이 약자를 차별하는 권력과 맞서 싸울 때 그를 위험하게 여기다가, 그가 권력을 물리치고 승리하고 난 다음에야 그를 환영하는 경향이 있다. 역사책을 보면 많은 위인들이 그가 살던 시대의 사람들에게 모욕을 겪고 배반을 당했다.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목사가 그랬고, 중세 이후 500년 동안이나 억압과 착취를 합리화하던 교회를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곳으로 바꾼 엘살바도르의 오스카 아르눌포 로메로 대주교 또한 그랬다. 우리가 지금 그 가치를 알지 못하고 모욕을 주는 인물이 우리 사회에 없는지 돌아볼 일이다.

 조선의 기개 있던 선비인 남명(南冥) 조식 선생도 비슷한 글을 남겼다. ‘사람들이 참된 선비를 호랑이 껍질처럼 사랑해서 살아있을 때는 죽이려 들다가도 죽고 나면 아름답다고 칭송한다.’ 양심의 목소리에 따라 의롭게 살아가는 인물을 외롭지 않게 할 책임이 우리들에게 있다.

송승훈 남양주 광동고 국어 교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