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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응답하라, 그 옛날의 공중전화여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한 해를 마무리하는 때다. 지난 일들을 뒤돌아보며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떤 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이었을까 따져 보면서. 새해에 대한 계획도 떠올려 본다. 자꾸 습관적으로 손이 가는 책상 위의 스마트폰을 보면서 오늘은 전화기에 얽힌 일들을 생각해 보고 싶다.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안녕하세요. 저는 ○○ 친구 △△입니다. ○○ 있으면 바꿔주세요.” 옛날에 전화를 걸던 방식이다. 친구 집에 전화했을 때 어른이 받으면 으레 이런 식의 대화를 하곤 했다. 휴대전화가 없었던 시절 얘기다. 필자의 한 친구는 여자친구 집에 전화해서 굵직한 어른 목소리가 들리면 전화를 끊고, 동생쯤으로 생각되는 앳된 목소리가 들리면 조심스럽게 바꿔달라고 했단다. 이렇듯 남의 집에 전화할 때는 조심스럽고 긴장된 마음을 갖고, 상대방에 대한 격식을 갖추려 했다.

 길에서 통화해야 할 때는 공중전화기부터 찾았다. 찾고 보면 전화기 앞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일이 예사였다. 급한 용건이 있어도 앞 사람의 통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통화하면서는 뒷사람의 눈치도 살펴야 했다. 앞 사람이 통화를 길게 한다고 다투는 일도 빈번히 일어났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불편함이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 뒤에는 다른 사람을 위해 기다리고 참을 줄 아는 마음과 배려심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공중전화기 앞에서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나 다투는 일들이 사라졌다. 친구에게 전화할 때도 어른이나 다른 사람을 거치지 않고 직접 통화할 수 있게 됐다. 긴장된 마음이나 조심스러운 절차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 원하는 상대방과 용건만 간단히 주고받으면 그만이다. 이렇게 편리해졌지만 폐해도 나타나고 아쉬움도 남게 됐다. 지하철 안, 식당, 공공장소 등 모든 곳이 공중전화화(?)되다 보니 주변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무례함이 보이고, 전화 걸면서 가졌던 긴장된 마음도 사라지는 것 같다.

 문자 메시지는 새로운 소통방법이다. 상대방과 통화하지 못하면 하고 싶은 얘기를 문자로 남겨 두면 된다. 기다렸다가 다시 통화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졌다.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으니 전화로 말하기 거북한 내용도 빠짐없이 전달할 수 있다. 때로는 대범하게, 때로는 차갑고 냉정하게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연말연시의 인사문화도 달라졌다. 연하장 고르기와 꾸미기는 물론이고 안부전화 걸기라는 문화도 사라져 간다. 용건 전달이라는 소통만 남고, 목소리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정감은 잊혀지는 것 같다.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결합한 스마트폰은 생활패턴까지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앉은자리에서 전화도 하고 인터넷 통신도 하며 정보 검색도 한다. SNS를 통해 무수한 사람들을 상대로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도 있다. 한 사람과의 소통이 아니라 세상과 나를 연결시켜주는 참 편리한 기계다. 평소 망설였던 말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많은 사람이 참여해서 다양한 의견들을 제기하고 토론도 할 수 있는 색다른 공간이다.

 하지만 편리함이 커진 만큼 잃는 것도 커져 간다고 한다. 폐해도 만만치 않게 지적된다. 친구와 만나면서, 또 공공 행사장에서 다른 사람과 문자를 주고받고 정보 검색도 한다. 상대방보다 각자의 스마트폰을 습관적으로 들여다본다. 이러다가 대화하는 법마저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남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 일만 하면 된다는 풍속이 굳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말도 들린다. SNS가 다듬지 않은 감정을 노출하는 한풀이 공간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얼굴도 마주하지 않고 목소리조차 들을 필요가 없으니 자기 억제나 자기 말에 대한 책임감이 약해져 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마트폰 없이 지낼 수는 없는 일이다. 그 많은 편리함을 얻은 대신 잃은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 볼 때다.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사용하는 법이 무얼까에 대해서는 각자가 생각할 일이지만, 결국 사람들 간의 관계를 보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기계일 뿐인데 기계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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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