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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뜻 전하던 청마 납시오

경주 김유신묘 인근에서 출토된 통일신라시대 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 중 말(午)상. 갑옷을 입고 긴 칼을 든 말이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다. [사진 경기도박물관]

2014년은 갑오년(甲午年), 말의 해다. 천간(天干)의 갑(甲)이 청색을 의미한다고 하여 이 해에 태어난 아이들은 ‘청(靑)말띠’로 불린다. 말띠 여성은 기질이 세다는 속설 때문에 말띠 해에는 출산을 꺼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는 오해에 불과하다. 띠 동물 전문가인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옛 문헌에는 말을 ‘센 팔자’와 연관시키는 내용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는 “조선시대에는 정현왕후(1462∼1530)와 인열왕후(1594∼1635), 인선왕후(1618∼1674) 등 말띠 왕비가 많았다. 말띠 여성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을 리 없다”고 말했다.

 센 기질을 지녔다는 것은 그만큼 진취적이고 활달하다는 뜻이다. 우리 역사 속에서 말은 하늘의 뜻을 전하는 상서로운 동물로 자주 등장한다. 국립민속박물관(02-3704-3114)이 내년 2월 17일까지 여는 기획전 ‘힘찬질주, 말’은 영혼의 인도자이자 한민족의 반려동물이었던 말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에 관한 신화에도 말이 등장한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마을의 우두머리들이 왕을 받들고자 높은 곳에 올라 남쪽을 바라보았는데, 한 우물가에 신비한 기운을 가진 흰 말이 엎드려 절하고 있었다. 찾아가 말이 절한 곳을 살피니 자줏빛 알이 있었고, 그 알에서 나온 이가 혁거세왕이다.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天馬圖). 흰 말이 꼬리를 세우고 하늘을 달리는 모습이다.
 말은 영험한 동물로 여겨져, 상여 장식이나 무덤 안팎의 장식물 등에도 많이 등장했다. 전시에는 청동기 시대 말 머리뼈에서부터 자손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곤마도(滾馬圖)’와 지운영의 ‘유하마도(柳下馬圖)’ 등 말 관련 그림, 말표 신발과 구두약까지 유물과 민속자료 63점이 나온다.

 경기도 박물관(031-288-5400)이 내년 12월까지 여는 전시 ‘말 타고 지구 한 바퀴’는 인간의 반려동물 말의 일생에 주목한다. 말은 살아있을 때 탈 것으로 이용됐고, 죽고 난 후에도 갈기는 갓을, 가죽은 신발을, 힘줄은 활을 만드는 데 쓰였다. 심지어 말똥도 땔감과 거름으로 사용됐다.

 전시는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국보 제91호 기마인물형토기, 천마총에서 출토된 국보 제207호 천마도, 라스코 동굴벽화 등에 등장하는 말의 모습을 통해 세계 각 지역의 말 관련 문화를 살펴본다. 마구(馬具) 스탬프 찍기, 모형말 타고 사진 찍기 등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행사도 준비돼 있다.

 한국의 말이 행운을 부르는 친숙한 동물이라면, 몽골에서의 말은 초원과 설원을 달리는 유목민족의 기백을 상징했다. 경마클럽 450여 개와 경마장 330여 곳이 있는 호주에서 말은 온 국민이 즐기는 레저스포츠의 대상이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내 롯데갤러리(27일~내년 2월 3일)와 에비뉴엘(31일~내년 2월 24일)에서는 한국과 몽골, 호주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특별전 ‘청마시대(Blue Horse)’를 연다. 한국작가 김석영·박성태, 몽골의 차르다발 아디야바자르, 호주의 카를로스 바리오스 등 총 28명의 작가들이 말을 주제로 한 회화와 조각, 설치작품 70여 점을 선보인다. 02-726-4428.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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