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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마음에서 멀어지는 북·중 관계

정용환
베이징 특파원
이달 초 북한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목숨이 경각에 달리던 그즈음, 장성택계 인사로 잘 알려져 거취가 주목을 받던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주최한 주중 외교사절 송년 만찬회장이었다.

 부인을 동반하고 행사장에 나타난 지 대사. 참석자 대부분 부부 동반 없이 왔기에 지 대사 내외는 눈에 잘 띌 수밖에 없었다. 그날 행사에 참석한 동아시아 국가의 한 외교관은 지 대사의 얼굴에서 초췌하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고 전한다. 지 대사는 북한 보위부로부터 감시의 눈길을 받고 있던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 대사 부인은 고개를 거의 들지 않은 채 식기만 바라보고 있었고, 지 대사도 가끔 허공에 눈길을 줄 뿐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주변 외교사절들도 북한에 불어닥친 정치 격변을 알기에 그의 눈치만 살필 뿐 누구 하나 찾아가 말을 걸 엄두를 못 냈다고 한다. 반면 권영세 주중 대사가 앉아 있던 테이블은 떠들썩한 송년 분위기가 물씬 풍겼던 모양이다. 양제츠(楊潔<7BEA>)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축사를 하자 부인이 그와 영국에서 함께 수학했다는 몰타 대사가 에피소드를 풀어내며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이끌었다고 한다. 수없이 건배 제의가 오가고 통역 없이 이어지는 감성적 대화로 웃음꽃이 터졌다. 베이징 외교가의 송년 파티였지만 핵 보유와 자력갱생만 부르짖으며 국제사회로부터 스스로 소외시킨 북한의 현주소는 이런 자리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연회장의 화려한 불빛에 녹아들지 못하는 애물단지 같은 존재감. 그런 북한 대사를 의식하지 않는 외교사절이 얼마나 있었을까. 북한을 그간 혈맹이라고 끌어안고 특수관계 논리로 허물을 덮어 줬지만 외교적으로 G2(미국·중국 양강체제)의 위상을 가다듬고 있는 중국은 이제 북한 때문에 심리적으로 쫓길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고 있다.

 전광석화 같은 장성택 처형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의 인터넷 여론은 경악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문화대혁명의 광기를 보는 것 같다. 북한에 질렸다’는 중국의 젊은 네티즌들. 집단 광기의 후유증을 몸소 겪었던 중장년층에선 ‘당시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 같아 불쾌했다’고 토로한다. 중국 학계에선 북한은 이미 한참 전에 ‘실패 국가’로 각인됐다. 물론 표면적으로 북·중 관계는 큰 변화를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동북아에서 해양세력의 북진을 막아 주는 전통적인 북한의 전략가치가 여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의 체면과 6억 네티즌 시대의 대중 여론을 살펴야 하는 중국 외교안보 당국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구름에 가려진 별도 잠깐 구름 사이로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다. 독일은 그때 별을 잡아채 통일을 이뤘다. 우리는 별을 볼 준비가 됐는가. 마음에서 멀어지는 북·중의 현실 변화를 놓쳐서는 안 된다.

정용환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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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