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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민주화 불지핀 성지 그단스크 조선소 파산 위기

바웬사
폴란드 민주화의 성지 그단스크 조선소가 존폐 기로에 섰다. 동서 냉전시기에 공산권 첫 민주노조를 만들어 폴란드 공산 정권을 무너뜨리고 자본주의 도입을 이끌었던 조선소가 자본주의식 경쟁이라는 부메랑에 맞아 빈사 상태에 허덕이고 있다. 공산 정권 치하였던 1980년만 해도 1만8000명이었던 조선소 노동자가 현재는 1200명으로 7%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 보도했다.

 그단스크 조선소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설립돼 폴란드와 소련·불가리아·유고슬라비아·동독 등에 상륙함·구조함·훈련함 등 군함을 공급하며 번영을 누렸다. 67년부터 89년까지는 블라디미르 레닌 조선소로 이름이 바뀌기도 했다.

이 조선소에서는 89년 8월 전기 기술자로 노조 지도자였던 레흐 바웬사가 공산 정권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시작했다. 공산 정권은 보안 경찰을 동원해 연대노조(솔리대리티) 지도자 수천 명을 체포하고 연대노조를 금지했다. 그러나 국민이 공산 정권을 외면하고 연대노조 활동을 지지하자, 공산 정권은 89년 연대노조를 합법화하고 공산체제 대신 자유경제 체제를 이념으로 하는 헌법을 도입했다.

이듬해 12월 선거에서는 바웬사가 첫 민선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폴란드 민주화는 소련권 공산 정권들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단스크 조선소는 민주화 이후 위기가 찾아왔다. 주요 고객이었던 공산권 국가들의 군함 주문이 끊기자 이 조선소는 여객선과 어선·예인선 등의 건조에 나섰다. 2000년대 들어 LNG·LPG 운반선과 승용차 운반선, 컨테이너선, 탐사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 분야는 한국·일본 등의 대형 조선업체들이 선점해 그단스크 조선소가 경쟁하기 힘들었다. 결국 막대한 부채에 허덕이다 지난 20년간 두 차례 파산을 선언했다. 지난해에도 8500만 달러(약 900억원) 적자를 내 세 번째 파산이 임박한 상황이라고 FT는 분석했다.

 폴란드 정부는 2007년 그단스크 조선소를 민영화하며 우크라이나의 철강·중공업 재벌 돈바스산업연합(ISD)의 설립자 세르게이 타루타 회장에게 지분 75%를 매각했다. 타루타 회장은 그단스크 조선소를 인수하면서 폴란드 정부가 부채를 대폭 탕감해주고 대대적으로 지원해 주길 기대했으나 무산됐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에서 타루타 회장에게 우호적인 정권이 물러나고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들어서며 우크라이나 정부의 지원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타루타 회장은 “그단스크 조선소가 파산을 면하려면 폴란드 정부가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폴란드 정부는 그단스크 조선소가 민간 기업인 만큼 대주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블로지미에르츠 카르핀스키 폴란드 재무장관은 “정부는 민간 기업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경영이 어려워지며 조선소 노동자들은 수개월째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달도 월급의 50%만 받은 상태다.

80년 자유노조 운동에 참여했던 그단스크 지역의 연대노조 지도자 로만 갈레제브스키는 FT에 “자유노조를 기념하는 어떤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다”며 “(과거 역사적 성취를 생각하면) 현재 상황이 기이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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