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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심리적 부검' 재판, 바람직한 시도다

자살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죽은 사람은 법정에 나와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살자가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유서를 남겨도, 가족들이 소송을 내도 “결국 당사자의 우울증 탓 아니냐”는 인식의 벽에 가로막히곤 한다.



 그 점에서 지난주 서울고법 행정9부가 내린 국내 첫 ‘심리적 부검’ 판결은 주목할 만하다. 재판부는 자살한 세무공무원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업무 과다가 자살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1심 판결이 2심에서 “업무와 우울증 발병 및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은 심리적 부검 결과다. 서울고법 재판부가 심리적 부검을 실시한 결과 해당 공무원의 자살이 개인적·경제적 사유가 아니라 업무 과중과 조직 개편, 승진 좌절 등 사회적 요인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이번 판결이 기존에 시행돼온 업무상 재해 재판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이다. 종전까지 법원은 정신과 의사를 통해 병원 진료 기록이나 경찰 변사 사건 기록을 주로 감정했다. 이에 따라 업무상 어떤 원인이 우울증 등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엔 자살 예방 연구의 권위자 가 가족과 직장 동료 등 7명을 10시간 동안 면담하는 등 죽음의 진실을 심층적으로 조사했다. 이어 감정의견의 신빙성 등을 검증하는 절차도 거쳤다. 과거 자살 원인을 우울증 등으로 뭉뚱그린 것과 달리 그 원인을 면밀하게 파헤친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부검 판결이 이어지면 구시대적인 조직 문화가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변형되기 쉬운 과거 기억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 데다 가족이나 동료가 우호적으로 진술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심리적 부검에 관해 보다 정교한 절차와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부검’이란 용어에 부정적 정서가 있는 만큼 ‘심리사회학적 원인 조사’나 ‘자살 원인 규명 절차’로의 변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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