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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여의도 빅세일, 증권사 1·2·4·10위 매물로 … 대형 M&A 예고

기업 인수합병(M&A)은 증권사에 신나는 일이다. 파는 쪽이든 사는 쪽이든 자문업무를 맡으면 짭짤한 수수료를 벌 수 있다. 팔리는 회사의 가치변동을 잘 분석해 투자하면 큰돈도 벌 수 있다. 하지만 증권사 스스로가 팔리면 사정은 정반대가 된다. 돈 벌 생각은커녕 최고경영자(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자리 보전 걱정을 해야 한다.

 요즘 여의도 사정이 딱 이렇다. 증권업계 1·2·4·10위 회사가 매물로 나왔거나 나올 예정이다. 운용과 투자자문 업계를 포함한 자본시장 업계 전체가 요동칠 지경이다.

NH농협지주, 우투증권 인수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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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나온 현대증권 매각 발표에 따라 현재 10위권 내 증권사 중에 매물로 나온 회사가 4곳으로 늘었다. 업계 2위인 KDB 대우증권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아직 매물로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투자증권 매각 이후 본격적으로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7월 정책금융공사와의 통합이 예정돼 있는 산업은행은 재무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자회사인 대우증권과 KDB생명의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먼저 업계 1위인 우투증권이 새 주인을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우리금융이사회에서 결정될 우투증권 매각은 NH농협금융지주 인수가 유력한 상태다. 우투증권에 대해서는 KB금융지주가 최고가를 내밀었지만 우리아비바생명·우리저축은행·우리자산운용을 포함한 패키지에 대해서는 NH가 제시한 가격이 가장 높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일괄 매각’이 맞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그런 입장을 갖고 있으며, 이사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NH증권의 인수를 시사했다.

 KB금융지주로선 우투증권 인수 실패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증권사 매물이 쌓이면서 점점 매도자 우위에서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증권만 해도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투자은행(IB) 조건을 갖춘 업체인 데다, 가격 메리트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증권의 시가총액은 1조3000억원으로, 대주주인 현대상선이 가진 지분(24.1%)의 가치는 3607억원에 불과하다. 50%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도 4600억원이면 인수가 가능하다. 1조원에 달하는 우투증권 인수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업계 10위인 동양증권도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가 보유한 동양증권 지분(27.27%)의 시가가 820억원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2000억~3000억원 수준을 적정가치로 판단하고 있지만 소송 리스크를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거의 안 줘도 된다는 견해도 있다. 현재 대만 유안타증권이 동양증권 실사를 진행 중이며, KB금융도 동양증권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매로 나온 현대·동양도 관심

 증권업계에 대형 M&A 바람이 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황 속에서 업계의 체질을 바꿀 구조조정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단순히 주인만 바뀌는 M&A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매물로 나온 회사들은 모두 대주주들이 자금사정이나 정부 방침에 따라 꼭 팔아야 하는 상황이고, 반대로 매수 희망자들은 증권업 비중이 미미한 금융지주사나 사모펀드(PEF)가 대부분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지금 구도로는 업계 판도를 다시 짜 시장 파이를 키우는 긍정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업계 1·2위인 우투·대우증권 매각을 시장에만 맡기지 말고 대형 IB로 만들어 업계 발전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투와 대우를 합병할 경우 자산규모가 56조원을 넘는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하게 된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다른 회사를 자극해 대형화 경쟁이 벌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당장 두 회사의 합병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가 2단계 대형화 유도방안을 짜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대우증권과 우투증권 대표이사를 지낸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본규모 5000억∼1조5000억원 정도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형 증권사들이 M&A에 나서 IB업무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중형 IB증권사를 빨리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화 못하고 주인만 바뀔 가능성

최근 금융위는 증권사 M&A활성화를 위해 5000억원 이상 규모의 다른 증권사를 M&A한 회사에 대해 IB 지정요건을 낮춰주기로 했다. 박 회장은 “정부가 세제 인센티브까지 신설해 중형IB를 빨리 탄생시켜야 한다”며 “지금 5개 대형사만 할 수 있는 IB업무가 중형사가 참여해 10개로 늘면 그 안에서 다시 M&A가 활발해지면서 대형 IB가 탄생하게 된다. 선진국도 그런 길을 밟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형 증권사들이 노려볼 만한 소형 증권사들의 메리트가 현재로선 크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현재 소형사 중에는 아이엠·이트레이드·리딩·골든브릿지 증권 등이 매물로 나와 있고, 자본잠식에 빠진 소형사 3∼4곳도 잠재 매물로 거론된다. 이들 대부분은 회사별 특색이 별로 없는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위주의 영업을 하고 있다.

윤창희·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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