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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날아왔다. 크리스마스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 백화점 우편물이다. 잡화·화장품·의류·건강식품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자는 부모님을 위해, 커플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이걸 사라고 유혹한다. 눈길을 끄는 건 별로 없다. 속칭 그 밥에 그 나물이다. 그러면서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그럼 무슨 선물을 하지?’

스타일#: 크리스마스 선물 고르기

크리스마스 선물에 고도의 전략이 필요한 건 특유의 반복성과 동일성 때문이다.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주는 행사인 데다, 그 상대가 대개는 바뀌지 않는다. 게다가 다수에게 한꺼번에(어쩌면 한자리에서) 뿌려야 한다는 동시성이 작용한다. 그러니 올해는 지난해와 달라야 한다는, 그러면서도 최대 다수가 최대 만족을 이뤄야 한다는 압박이 작용하는 것이다.

이런 선물 고민은 만국 공통의 것인지 최근 해외 언론마다 선물에 관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크리스마스 사흘 전, 아직도 선물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유용한 팁이 될 만한 기사를 소개한다.

CNN은 지난주 웹사이트에 영국 컬럼비아대학의 심리학 부교수인 엘리자베스 던과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 행정 부교수로 있는 마이클 노턴의 글을 실었다. 두 학자는 선물에 관한 실험을 수차례 했고 일반인들이 잘못된 미신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첫째는 선물이 꼭 물건일 필요는 없다는 것. 대신 ‘경험 선물’과 ‘시간 선물’이 만족도가 더 높다고 밝혔다. ‘경험 선물’이란 좋은 콘서트에 가거나 멋진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 일인데, 물건보다 더 지속성이 높은 기억을 남기게 되며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 간의 관계가 더 끈끈해지는 보너스까지 생긴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시간 선물’도 비슷하다. 누군가를 대신해 일을 해줌으로써 그에게 여유를 만들어주는 일종의 배려다. 요즘처럼 모두가 ‘바쁘다’를 외칠 때라면 “스카프 한 장을 받는 것보다 1주일간 화장실 청소를 해주는 게 더 행복하다”는 게 사람들의 심리란다.

둘째 잘못된 미신은 선물이 독특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다. 선물을 주는 사람은 ‘내가 정말 생각을 많이 해서 고른 물건이야’라는 의미로 엉뚱한 선물을 하곤 한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완벽한 선물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 ‘독특함의 마술’에 빠져버리는 순간 받는 사람의 취향과 바람은 머릿속에서 지워지는 것이다. 평상시 그가 넌지시 내비치던 위시 리스트가 모두 백지가 될 만큼 말이다. 학자들은 엉뚱한 선물을 받았을 때의 기분을 이렇게 비유했다. “맥도날드에서 치즈버거와 프렌치프라이를 주문했는데, 점원이 스시를 갖다 주는 꼴이죠.”

마지막은 설마 하면서도 정말 믿고 싶다. 무엇이냐 하면, 꼭 비싼 선물이라고 해서 만족도가 높지는 않다는 거다. 선물을 사는 사람 입장에선 마음에 드는 물건이 두 개 있을 때 웬만하면 비싼 쪽을 고른단다. 그게 더 ‘안전해서’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그것이 꼭 정답이 아니라고 알려준다. 약혼한 커플들을 대상으로 약혼남들에게 반지 가격과 그의 피앙세가 이를 얼마나 좋아할 것 같으냐고 물었다. 반대로 약혼녀들에게는 반지의 예상 가격을 묻고 얼마나 만족하느냐고 물었다. 남자들은 비싼 반지일수록 약혼녀가 좋아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론은 달랐다. 여자들은 가격보다 남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반지를 골랐느냐가 중요했다(물론 여기서 핵심은 너무 싸면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크리스마스 선물의 성패는 상대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 있는 듯싶다. 그가 뭘 원하는지, 절실해하는지 알아야 답이 나온다. 검증 삼아 주변 지인들에게 베스트 또는 워스트 크리스마스 선물이 뭐였는지를 물었는데 역시 ‘관심과 배려’가 최악과 최고를 갈랐다. 특별 주문으로 이름까지 새겨진 양말을 받았는데 사이즈가 아빠한테나 맞았다는 둥, 컴맹인 남친이 직접 조립했다며 자랑스럽게 컴퓨터를 선물했는데 자꾸 고장 나서 수리점만 들락날락했다는 둥의 답이 최악의 사례였다면, 취업 준비 중에 독서실 사장님이 주신 머리끈, 빙판길을 유난히 무서워하는 자신을 위해 남자친구가 1주일간 출퇴근에 동행한 일은 최고에 꼽혔다.

공부나 재테크처럼 선물에도 왕도는 없다. 자발적이고도 애정 넘치는 고민만이 해법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위안을 삼아보면 어떨까. 언제나 누구든지 선물은 좋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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