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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사랑 때문에 …

1부터 0까지(열 개의 숫자들), 1978-2003, 폴리크롬 알루미늄, 개별: 85.7×83.8×43.2㎝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85)는 사랑을 ‘보여주는’ 작가다. 그의 이름은 모르더라도 그가 만든 2단 글자조각, ‘LOVE’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문자 ‘O’를 살짝 비튼 것은 작품의 악센트다. “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그가 태어나자마자 입양된 아픔을 가진 작가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 비틀림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로버트 인디애나 개인전 ‘사랑 그 이상’ 12월 18일~2014년 1월 12일 갤러리현대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준 선생님 덕분에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SAIC)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대학에서 제대로 공부할 수 있었다. 1956년 뉴욕으로 이주한 뒤에는 미니멀리즘 화가로 이름을 떨치던 엘스워스 켈리를 만나 그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고히 해나갔다. 그는 LOVE, HOPE, ART, EAT와 같이 단순하고 상징적인 문자나 숫자 및 기호를 과감한 색채로 표현한다. 그의 작품이 시각적이고 언어적이며, 개인적이고 또 대중적인 이유다.

1961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The American Dream, I’라는 주제로 아메리칸 드림을 풍자하는 작품들을 전시해 독창적인 작가로 주목받았다. 특히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러브’는 인디애나가 64년 MoMA의 크리스마스 카드용으로 그린 디자인이 모태가 됐다. 작은 카드 그림에서 커다란 페인팅으로, 다시 조각으로 진화한 것이다. 단순하면서도 웅숭깊은 그의 ‘사랑’이라는 글자는 1960년대 미국 사회에 불어닥친 반전운동의 모토 ‘사랑을 하자, 전쟁이 아닌(Make Love, Not War)’이라는 구호와 맞아떨어지며 일종의 화두가 됐다. 이른바 ‘러브 제너레이션’의 호응과 열기에 힘입어 미국 우체국의 베스트셀러 우표디자인으로도 채택됐다(1973). 이렇게 되자 너도나도 여기저기에 그의 ‘LOVE’를 너무나도 많이 찍어댔다.

하지만 일개 작가가 불법 이미지 도용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았고, 별다른 이득도 얻지 못한 채 오히려 평론가들로부터 ‘상업 작가’라는 낙인만 찍히고 말았다. ‘사랑’이 그를 아프게만 한 셈이다. 그가 78년 뉴욕의 미술시장을 떠나 지금까지 미국 최북단인 메인주, 그것도 바이날헤이븐이라는 섬에다 스스로를 가두다시피 한 이유다.

전기EAT, 1964 /2007, 폴리크롬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전구, 198.1㎝(지름)
그렇게 상업 작가로 폄훼되던 그가 다시 팝아트의 거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뉴욕 휘트니 뮤지엄이 지난 9월 26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로버트 인디애나, 사랑 그 너머(Beyond Love)’를 개최한 것이다. 미국 내 최초의 대형 회고전이다. 그와 동시대를 풍미한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클래스 올덴버그 등에 비하면 너무나도 뒤늦은 조명이 아닐 수 없다. 95점의 전시를 통해 지난 반백 년의 예술세계를 돌아보는 이번 전시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꿈이 이루어졌다. 약간 늦었지만.”

국내에서도 그의 전시가 열린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12월 18일부터 2014년 1월 12일까지 열리는 ‘로버트 인디애나: 사랑 그 이상(More than Love)’전이다. 국내에서는 2006년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다. ‘러브’ 등 대표적인 글자 조각 9점과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회화 3점, 설치 1점 등 총 9점을 볼 수 있다.

‘러브’의 경우 빨강, 빨강/금색, 파랑/금색, 금색/빨강의 네 가지 버전을 마련했다. 또 ‘아트 ART’, ‘1부터 0까지(열 개의 숫자들)’ 등도 전시돼 있다. 또 캔버스 5개를 X자 모양으로 붙여놓는 회화 ‘X-7’은 그의 아메리칸 드림 시리즈 중 하나다. 17세기 미국 화가 찰스 데무스의 ‘나는 황금의 5라는 숫자를 봤다’를 오마주했다. 윌리엄 윌리엄스의 5부작 『패터슨』에서 얻은 영감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전시장 1층에서 볼 수 있는 ‘전기EAT(The electric EAT)’는 촘촘히 박힌 전구가 불이 켜졌다 꺼졌다 점멸하는 가운데 ‘EAT’라는 글자가 반짝거린다. 이 작품은 건축가 필립 존슨이 1964년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뉴욕 파빌리온을 위해 인디애나에게 의뢰한 것이다.

뒤늦게 팝아트의 대가로 평가받게 된 인디애나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이렇게 정리한다. “사랑은 삶의 모든 양상을 담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곧 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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