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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을 얻고 싶다면 내빼지 말고 일단 부딪혀라

저자: 조선희 출판사: 민음인 가격: 1만6500원
예술가들을 인터뷰할 때 꼭 하게 되는 질문이 있다. “영감을 어디서 얻으세요?”

『조선희의 영감』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아이디어, 제작과정 등을 꿰뚫고 싶다는 이유에서지만 솔직히 쓸데없는 질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영감이라는 게 그저 타고난 거라, 마치 미녀에게 “피부관리의 비법은 뭔가요”라고 묻는 어처구니없는 얘기가 아닐까라는 지레짐작이 그 첫 번째 이유요, 예술가에게 영감의 원천이란 영업 비밀일 수도 있을 텐데 그걸 캐묻는 게 과연 합당한 것일까라는 게 두 번째 이유다.

한데 아예 대놓고 내가 영감을 어디서 얻는지 알려주겠다는 이가 있다.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이 으뜸으로 꼽는 사진가이자 크리에이터인 조선희다. 이미 세 권의 사진 에세이를 낸 그는 전작들과 달리 좀 더 내밀하고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어떤 상황, 어떤 상태에서 영감이 떠올라 그것이 창조적 결과물로 연결됐는지를 담담하게 들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글만이 아닌 마음으로 이해하라는 듯, 자식처럼 아끼는 사진들을 함께 실어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내 최고 사진가가 영감을 얻는 루트는 특별할 게 없다. 영화나 전시처럼 시각적 자극에서 오는 영감,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교류 속에서 얻는 영감, 여행의 낯섦과 새벽이라는 시간이 불러일으키는 영감 등이다. 누구나 겪는 기회들이지만 얼마나 자신을 비워두고, 천천히, 다르게 느끼느냐가 관건일 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저자는 지인을 통해 화가 에곤 실레를 처음 알게 됐다. 인터넷 검색에서 이런저런 정보들을 얻었지만 정작 그가 주목한 건 시선이었다. 여자들을 비슷한 눈높이가 아닌 위로 서서 들여다보는 듯한 하이앵글 말이다.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은 앵글의 이야기를 그는 자신의 작업에 가져왔다. 모델들을 모두 바닥에 눕히거나 앉혀서 찍었다. 저자는 말한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봤던 내 첫 번째 감정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때때로 많은 경우 모른다고 직면했을 때 새로운 것들이 튀어나오고 그것들이 나를 새로이 채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누구라도 영감이 가장 충만해질 만한 시간이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것을 만나러 가기보단, ‘외로워지기 위해’ ‘천천히 가기 위해’ 어디론가 떠난다. 그래야 아스팔트 위에 꾸역꾸역 내민 잡초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연착된 기차를 기다리며 이름 모를 동네의 아주머니를 피사체로 담을 수 있다. 비행기를 딱 2분 지나 놓쳤을 때의 눈물 나는 아쉬움 역시 그에겐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하나의 스토리다.

책, 글쓰기, 영화 등등 그가 소개하는 많은 영감의 원천 중 가장 특별해 보이는 건 사람들과의 대화다. 더 정확하게는 자신의 생각을 잘 끄집어낼 수 있는 통로로서 소통을 즐긴다는 그의 자세다. 패션 화보 하나를 놓고 제작진이 둘러앉는다 치자. 목장 주인이라는 설정으로 시작해 양의 습격을 받는다느니, 말타기는 수준급이라느니 하는 스토리를 더하면서 촬영은 더 탄탄해진다는 것. 이야기의 시작이 누구로부터 나왔는지, 누가 셔터를 누르는지는 중요치 않단다. 그래서 그는 강의를 나가면서도 누구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영감을 교류’하는 것이라 얘기한다.

세상을 달리 보고, 마음은 열고 살라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나이가 들수록 뭘 봐도 감흥이 별로 없어진다. 그렇게 투덜댈 이들을 미리 짐작이라도 한 듯, 저자는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도망가지 않는 것. 일단 부딪혀 보는 것. 일단 시작하는 것. 그것이 영감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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