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김정은 1인독재 강화 … 대외 빗장은 걸어잠글 듯

김정은 보위일군대회[사진 노동신문]
스탈린이 자행했던 숙청의 역사를 분석하면 김정은의 장성택 제거를 이해하는 데 상당 부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소련과 북한 사이에는 지도자 우상화, 계획경제, 일당 독재, 사상 통제, 정적 숙청 등 얼핏 봐도 많은 공통점이 있다.

스탈린 모델로 본 장성택 처형과 김정은 체제 앞날

 스탠퍼드대 대니얼 스나이더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은 “북한은 소련에서 나온 파생물(derivative)”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북한을 이해하려 한다면 그 체제와 공통점이 많은 소련·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에 관한 책을 읽어야 한다”고 권했다.

스탈린 모델로 본 장성택 숙청
많은 전문가들의 눈엔 장성택 처형이 스탈린 시대의 소련에서 정적을 제거하는 방식과 흡사하게 비쳐진다. 국내 언론에선 ‘장성택 제거에 따른 북한의 내부 불안’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웨더스비 교수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소련의 전례로 볼 때 이 사건이 북한 정권 붕괴로 이어질 거라고 믿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숙청은 체제 유지에 매우 효과적이다. 중·단기적으로 잠재적 저항세력들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독 출신으로 북한 유학을 했던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루디거 프랭크(동아시아학과) 교수는 북한 연구를 위해 소련 모델이 유용하다는 데 동의한다. 독재자가 어떻게 국가를 운영하고 정적을 제거했는지는 소련 역사를 통해 잘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장성택 처형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 역시 거물급 숙청 때 소련인들이 보였던 것과 흡사할 거라는 게 프랭크 교수의 분석이다. 그러나 그는 소련 모델이 북한의 내재된 불확실성을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동독 멸망 2주 전에 거행됐던 이 나라 군사 퍼레이드 장면을 유튜브로 본 적이 있다. 모든 게 너무 정상적이어서 불과 2주 뒤 동독이 사라질 것이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즉 김정은 정권 역시 바깥에서 관찰되지 않는 불안 요소가 처형 과정에 상당히 내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소련 모델의 유용성에 대해선 동의하나 이것만으로 북한을 샅샅이 파악하긴 부족하다는 점에도 의견을 같이한다. 가장 큰 이유는 소련 모델을 열심히 추종했던 고 김일성 주석이 1960년대 유일통치 강화 차원에서 ‘주체사상’을 도입하며 독자노선을 표방했기 때문이다. 방향은 같을지 몰라도 일종의 ‘차선 변경’을 한 셈이다. 북한은 심지어 2009년 ‘공산주의’란 단어를 헌법에서 삭제해 중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조차 놀라게 했다.

 따라서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또 다른 프리즘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탈북지식인연대(NKIS) 현인애 부대표는 “소련 모델에 적용되는 전체주의 이론은 유럽 상황을 반영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번 장성택 숙청처럼 친인척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북한의 권력지도를 읽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그는 소련식 전체주의라는 한 가지 이론의 틀로만 봐선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현 부대표는 그 대안으로 봉건주의 모델을 제시한다. “봉건주의 시각에서 분석하면 이번 사태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 부대표는 “봉건주의 시대에도 마음에 안 들면 목을 자르고 독약을 먹였다. 봉건 왕조가 역모죄를 꾸며 정적을 제거하는 것처럼 장성택에게 여러 가지 죄목이 덧씌워졌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두 개의 시각은 북한 내부사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김정은 체제의 ‘대외 행위’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북한의 대외 행위를 분석하는 준거 틀로는 ‘탈(脫)식민주의 이론’이 유용하다는 게 미 우드로윌슨센터 제임스 퍼슨 연구원의 주장이다. 퍼슨 연구원의 시각이다. “1960∼70년대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탈식민지(post-colonialism) 이론이 유행했다. 식민지 경험이 있는 국가들은 자발적으로 세계 질서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했으며 북한도 그런 케이스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주체사상도 결국 강대국의 수탈에서 벗어나려는 김일성의 집념에서 출발했다.“ 퍼슨 연구원이 제기한 ‘탈식민지 이론’도 북한의 일면을 관찰하는 틀이 될 수 있지만 모든 걸 설명해줄 순 없다.

21일 중국 단둥과 접경지역인 북한 신의주 압록강변에서 주민들이 트럭 위에 앉아 이동하고 있다. [단둥·로이터=뉴시스]
 다른 한편에서 현인애 부대표는 “북한 전문가들이 외부사회 시스템 시각으로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틀에 박힌 고정적 관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현 부대표의 설명이다. “한·미 양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행위를 분석할 때 국제관계 틀에서 고려하는 경향이 강하다. 즉 ‘북한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건 중국을 겨냥했기 때문’ 혹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그런데 북한은 막상 주관적이고 국내적인 시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뜻밖에도 외부 관계를 살피지 않는다. 북한 사람들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와서 그런 경향이 생긴 것이다. 외부 정치·사회 체제의 프리즘으로 북한을 분석하다 보니 ‘북한이 이해가 안 된다’고 불평하거나 ‘북한은 예측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

 제3의 시각도 있다. 정창현 국민대 교수는 “장성택의 정치적 비중에 대한 평가에 대해 전문가들끼리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지난 1년간 장성택의 행적에 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온갖 부정확한 의견이 표출됐다”고 진단했다. 국내 언론 역시 장성택이 올해 초 정식 업무 라인에서 배제된 점을 고려치 않고, 기존 시각을 갖고 사태 분석을 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장성택 처형을 둘러싼 혼란스러운 분석들은 여러 가지 분석의 틀이 조금씩 맞지만 상황 전체를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없는 한계를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 한계는 북한 스스로 걸어온 복잡한 행동을 뭉뚱그려 설명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런 점에서 프랭크 교수가 지적한 대로 전문가들이 장성택 없는 북한 체제를 진단할 때마다 서로 다른 시각을 보이는 게 어떤 면에서 자연스러울지 모른다.

김정은 체제의 미래
그렇다면 장성택 제거 이후 김정은 체제는 어떤 길을 갈까.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김정은 체제가 1인독재 강화, 개인 우상화, 군사력 강화 방향으로 간다는 데 별 이견이 없다. 이번 사건의 본질이 내부적인 것이어서 대외정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인애 부대표의 주장이다. “장성택 사건의 본질은 1인독재 권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북한 내부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는 권력다툼이 핵심이다. 장성택 처형 판결문에서 중국과 어떻고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장성택을 몰아내기 위한 구실이다. 본질은 김정은 권력의 확대 싸움이다. 장성택 처형 뒤 반대 세력이 더욱 위축돼 단기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도울 것이다.” 결국 장성택 처형은 1950~60년대 소련파·연안파 숙청과 매우 유사하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김정은 유일통치체제가 대폭 강화되고 ‘백두혈통’이 강조되는 가운데 김정은 우상화를 위해 모든 정책과 자원을 ‘총동원’할 전망이다.

 경제 분야에선 어떨까. 김정은은 최근 ‘정상적인 대외 경제 관계’를 유지한다는 시그널을 내보냈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상당 부분 움츠러들 게 뻔하다. 소련 모델 관점에서 보면 대외적인 개방이 국내 체제의 약점을 노출시키기 때문이다. 웨더스비 교수는 “북한은 소련·동유럽이 원래의 소비에트 원칙을 수정해 대외 경제적으로 개방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많이 연구했다. 결론은 뻔하다. 내부 통제의 약화다. 김정은이 이제 막 1인독재를 시작하는 이 시기에 ‘빗장을 여는 것’은 큰 리스크를 동반하게 될 것이다.”

 국민대 정창현 교수는 반대 의견을 펼친다. 전문가들이 그동안 장성택의 존재를 과대평가했다는 단서를 붙여서다. 그는 “지난 2년간 북한에서 나온 경제개혁, 경제특구 같은 결정은 당과 내각이 심의한 국가 차원의 결정이었다. 장성택은 그 결정 과정의 핵심 인물이 아니다. 장성택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책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각종 회의에서 자기 의견을 관철하지 못했다. 따라서 경제개방 노선이 크게 타격을 입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김정은 집권 이후 2년간 북한 지도부는 김정일 시대의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체제 유지가 어렵다는 현실 인식을 가져왔다. 김정일 시대에 군대 경제활동을 용인해 준 이유다. 이제 김정은 체제에 군부는 양날의 칼이다. 군부 지지를 얻으려면 군부에 경제활동을 큰 폭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 반면 이를 무한정 용인할 경우 국가 경제엔 큰 부담이 된다. 정창현 교수는 “당과 군대의 경제가 이젠 내각 집중으로 가고 있다. 이것은 김정은이 강조한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정상 국가’로 가는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