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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집권 후 국정 전략 일관성 전혀 없어 대남협박·유화공세 병행은 특유의 자기 과시

김영환(50·사진)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북한은 당분간 김정은 1인 체제가 유지될 것이며 장성택 세력 숙청은 1000명 미만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은 20일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장성택 처형은 그의 입지가 위험 수준이라고 판단한 김정은의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김정은이 북한 국정의 축으로 자리잡아 당분간 붕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주체사상파 학생운동의 원조에서 북한인권운동가로 전향한 김 위원은 국내에서 북한에 대한 이해가 가장 깊은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가 장성택 처형 후 북한 정세에 대해 입을 연 건 처음이다.
 

‘주사파 대부’ 김영환이 진단한 향후 북한 정세

 -장성택이 왜 처형됐다고 보나.
 “김정일은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한 2007년부터 본인이 사망(2011년 12월)할 때까지 김정은에게 권력 유지를 위한 용인술을 조언했다고 한다. 장성택과 이영호 전 북한군 총참모장에게 역할을 맡겨 도움을 받되, 그들의 입지가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되면 반드시 쳐야 한다고 가르쳤을 것이다. 김정은이 지난해 이영호를 숙청한 데 이어 올해 장성택을 처형한 건 그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즉 ‘이제는 고모부의 입지나 세력이 위험 수준’이라고 판단해 쳤을 것이란 얘기다.”

 -장성택에게 뚜렷한 쿠데타 혐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처형했다는 것인가.
 “장성택에게 사형을 선고한 판결문을 보면 특별한 죄상이 없다. 북한은 내란음모 혐의자는 아주 혹독하게 고문해 그럴듯한 죄상을 뽑아내는 걸로 유명한데, 장성택 판결문엔 그런 구체적인 내란음모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김정일이 오랜 정치경험 끝에 확보한 ‘위험 수준’의 감과 김정은의 ‘위험 수준’ 감이 달라 장성택을 성급하게 처형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은 자신에게 유일하게 소신 있는 조언을 할 수 있는 핵심 조력자를 조기에 상실한 셈이 된다. 이건 그에게 치명적인 손실이 될 수 있다.”

  -김정은에게 장성택 숙청을 부추기거나 압박한 세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게 맞다면 북한의 실세는 그 세력이 아닐까.
 “김정은에게 장성택의 문제점을 보고한 존재들은 분명 있었겠지만 최종 결정은 김정은 스스로 내렸을 것이다. 그게 북한 체제다. 또 장성택의 ‘문제점’도 없는 게 조작되거나 왜곡·과장돼 보고되진 않았을 거다. 김정일은 자신에게 왜곡·과장 보고한 간부들을 가차없이 숙청했다. 부하들의 거짓보고로 지도자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게 독재체제의 가장 큰 약점임을 김정일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정은도 그런 교육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장성택의 사망으로 북한 권력체제에 생긴 진공을 군부나 최용해가 메울 것이란 관측은 어떻게 보나.
 “북한엔 집단적인 의미의 ‘군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최용해도 마찬가지다. 장성택이 잔혹하게 처형되는 것을 보고 자신도 절대로 2인자로 여겨져선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 북한은 김정은 1인 체제가 될 수밖에 없다.”

 -김정은 1인 체제는 앞으로 어떻게 굴러갈까.
 “김정은의 권력의지는 확고할 것이다. 김정일이 김정은의 권력의지를 평가하고 상당 기간 교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정 전략은 교육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다.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지난 2년간 해 온 조치들을 보면 전략적 일관성이 하나도 없다. 평화·개방과 도발·폐쇄를 왔다갔다 했다. 앞으로도 이런 모순된 행보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핵 개발과 경제발전 병진노선을 일단 유지해 갈 것으로 보여 도발보다는 내치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미국에 대화 제스처를 취하고,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중국에 유화 공세를 펼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이 청와대에 협박문을 보내며 도발을 시사하기도 했지 않나.
 “김정은은 고모부 숙청 과정을 거침없이 TV에 공개하고, 재판 직후 보란 듯이 처형해 버렸다. 또 아버지보다 현지지도를 훨씬 자주 가며, 그 내용도 즉각 공개하는 등 본인이 전면에 나서 뭔가 보여주는 걸 좋아한다. 유화공세와 대남협박을 병행하는 건 이렇게 자기과시를 좋아하는 김정은 특유의 스타일 탓이 아닐까 한다. 공포정치를 하면서도 전면에 나서는 걸 꺼리고, 숙청 책임도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씌웠던 아버지와는 상당히 다르다. 문제는 김정은이 그런 스타일 때문에 고모부를 지나치게 거친 방식으로 숙청함으로써 폭군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각인된 점이다.”

 -김정은 체제 붕괴 가능성은 있나.
 “당분간 붕괴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예단할 수는 없으나 1~2년에서 수년간은 체제가 유지될 것이다.”

 -김정은이 장성택 세력을 어느 정도 숙청할 것으로 보이나. 일각에선 ‘5만 명 숙청설’까지 나왔다,
 “과거 남로당이나 갑산파 숙청 때처럼 대규모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남로당·갑산파는 김일성 권력을 위협할 만큼 큰 세력들이었기에 대규모 숙청을 했지만 장성택 세력은 그렇게 크지 않다. 아마도 많아야 1000명 수준에서 숙청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지나친 숙청은 북한사회를 동요시킬 수 있다. 또 북한에는 워낙 인재가 부족한데 대규모 숙청을 하면 체제가 마비될 우려도 있다.”

 -친중파인 장성택의 숙청으로 중국이 북한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장성택이 알려진 것만큼 그렇게 친중파는 아니다. 그보다 중국은 무자비한 북한의 장성택 처형으로 인해 북한의 후견국인 중국의 이미지가 실추된 데 분노하고 있을 것이다. 또 개혁·개방을 주장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사가 숙청된 것도 아쉬운 대목일 것이다.”

 -장성택 숙청이 ‘김정은 유일영도체제의 완성’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원래 1인이 지배하는 왕정체제다. 김정은도 2011년 12월 아버지가 사망하며 권력을 이어받은 순간 유일영도체제를 수립한 것으로 봐야 한다.”

 -최근 주한미군 사령관이 “장성택 사후 북한이 사이버테러나 특공대 침투 등으로 대남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보통 내부의 긴장이 풀렸을 때 이를 죄기 위해 도발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장성택 처형으로 북한 내부가 엄청나게 긴장한 상태라 당장 도발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김정일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시점에서 도발하는 걸 선호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데서 통쾌감을 느끼는 심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정은도 아버지와 비슷하다면 예측불허 시점에서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한과 대화에 노력하되, 급변사태 가능성에 구체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 오래전 만들어진 작전계획을 비롯해 북한과 관련된 모든 시나리오를 업데이트해야 한다. 북한 붕괴가 임박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지금부터 준비해야 상황이 닥칠 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성택 처형 뒤 북한 정세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데.
 “지금까지 언론에 나돈 얘기들의 80%는 ‘설’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나머지 20%도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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