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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2013 올해의 좋은 책 10'?



격변의 시기일수록 근원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세상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만큼 인간과 사회의 ‘큰 틀’에 대한 갈망 또한 증폭된다.

중앙일보·교보문고 공동 선정 ?
힐링이 지나간 대한민국 삶의 뿌리를 질문하다



2013년 출판시장도 역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여기, 지금’의 숙제를 고민한 책이 눈에 띄었지만 ‘저기, 영원’의 문제를 질문한 책도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개인적 힐링(치유) 차원을 넘어 한국 사회 전반의 행복을 짚어본 책들이 주목을 받았다. 눈에 띄는 항목은 역시 중국이다. 미국·중국 ‘G2체제’의 도래와 한국의 선택, 올 한 해 우리 출판계가 주로 천착해온 주제다. 우리 사회의 앞날을 좌우할 경제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도 부각됐다.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 ‘2013 올해의 좋은 책 10’을 선정했다. 그간 매달 진행해온 ‘이 달의 책’의 확장판이다. 각계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인문, 경제·경영, 과학, 문학 등 장르별로 간추렸다. 정보와 감동, 두 가지에 고루 무게를 실었다. 반목과 갈등을 넘어 소통과 공감이 흐르는 미래를 진단했다. 2014 갑오년(甲午年)을 열어가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중앙일보 출판·문학팀 (julee@joongang.co.kr)  



인문

어제까지의 세계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김영사

744쪽, 2만9000원




“뉴기니의 전통 사회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덕분인지 나 자신의 인생관이 달라졌고 한층 풍요로워졌다.”



 『총, 균, 쇠』를 쓴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UCLA 지리학과 교수)가 『문명의 붕괴』 출간 10년 만에 낸 이 책을 마무리하며 한 말이다. 평범한 맺음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50년 문화인류학 연구를 하며 얻은 그의 통찰이 의미심장하게 담겼다.



 눈부신 물질문명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작금의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오랫동안 그 자신을 붙들어온 질문에 대해 그가 찾은 해답이 녹아 있다.



 이 책은 『총, 균, 쇠』 『문명의 붕괴』를 잇는 다이아몬드의 문명 연구 3부작 완결편이다. 다이아몬드는 “전통사회는 인간의 삶을 체계화하기 위해서 수만 년 동안 지속된 자연적인 실험들이 집약된 공간”이라며 첨단 문명 사회의 위기를 해결할 열쇠로 ‘어제의 세계’, 즉 전통사회를 내세운다. 전통사회의 생활 모습에 분쟁 해결법, 아이들을 키우는 법 등에 대한 의미 있는 메시지가 반짝인다는 것이다.



 이 책의 힘은 다이아몬드의 현장 감각과 탁월한 ‘스토리텔링’ 실력에서 나온다. 남태평양의 뉴기니 섬에서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까지 세계 곳곳을 탐사하며 얻은 생생한 사례에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펼치는 솜씨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1급 저술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인문

강신주의 감정수업

강신주 지음

민음사, 528쪽

1만9500원




요즘 같은 세상에 철학자가 쓴 책이 출간 4주 만에 4만 부나 팔리고 있는 현상은 기이하다. 철학자라는 타이틀 앞에 ‘스타’ 혹은 ‘인기’라는 수식어가 붙는 경우도 유별나기는 마찬가지다.



 ‘거리의 철학자’라 불리는 강신주, 그가 쓴 이 책은 2013년의 끄트머리에서 서점가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는 화제작이다. ‘올해의 좋은 책’을 꼽는데 이 같은 화제성은 오히려 경계 요소가 될 만했다. 철학서인지 아니면 문학 에세이인지, 장르가 애매한 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저자가 문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독특한 방식은 읽는 이를 단숨에 사로잡을 만큼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후회·끌림·두려움·오만·확신·겁·분노·질투와 같은 ‘감정’을 매개로 다양한 문학 작품 속을 유영하게 하다가, 결국엔 ‘지금, 여기의 나’를 찬찬히 돌아보게 하는 카운셀링 효과까지 발휘한다. ‘감정’과 ‘힐링’이라는 우리 사회의 두 핵심 코드를 지적(知的)으로, 그리고 대중적으로 풀어낸 책으로 꼽을 만하다.



 17세기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인간의 감정을 크게 48가지 분류했는데, 강신주는 이 48개의 감정을 끌어와 48개의 문학 작품과 연결하며 파고든다. 우리가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감정의 정체를 식별하는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책을 읽고 에릭 오르세나의 『오래오래』 등 소설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는 사람들이 적잖다. 문학이 가지고 있는 매력의 재발견,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인문

병자호란 1·2

한명기 지음,

푸른역사, 각 권 396쪽

각 권 1만5900원




역사 소설(小說)이 아니라 역사 평설(評說)이다. 청(淸)의 조선침략 전쟁인 병자호란(1636~37)을 과거에 끝난 일이 아니라 현재까지 계속되는 사실로 가져와 역사를 평하고 그 교훈을 되새김한 문제의식이 꼿꼿하다.



 명과 청이라는 패권국 사이에 끼어있던 조선이 과거라면,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갇혀있는 대한민국은 현실이다. 병자호란 전후의 한반도 상황이 오늘과 닮았다는 각성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가 노비 안단(安端)의 시선으로 펼쳐 진다.



 377년 전 이 땅에서 벌어졌던 전쟁을 오늘로 연결한 한명기(51) 명지대 사학과 교수는 임진왜란·병자호란 한 우물을 파온 전문가다. 『임진왜란과 한중관계』 『정묘·병자호란과 동아시아』 등을 펴내며 동아시아사 속 한국사의 자리매김을 꾸준히 해왔다.



 한 교수는 지배층의 정략적 접근을 버리고 피지배층의 공감대 선상에서 역사를 바라본다. 병자호란 하면 주로 이야기되는 인조의 ‘삼전도 굴욕’이 아니라 피로인(被擄人·병자호란 당시 후금군에 끌려간 사람들)의 치욕과 아픔을 파헤친다. 조선은 병자호란으로부터 이미 일본의 식민지가 될 운명의 침체기를 걷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칫 지금 우리가 잘못 대응하면 병자호란은 ‘오래된 미래’기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한 교수의 부인 유하령(51)씨가 동시에 펴낸 『화냥년-역사소설 병자호란』(푸른역사)은 ‘G2 시대, 왜 병자호란인가’라는 주제를 피부에 와 닿게 만들어주는 쌍둥이 같은 책이다.



경영·경제

불평등의 대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이순희 옮김, 열린책들

619쪽, 2만5000원




간과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을 확인하는 과정. 정보 비대칭성에 대한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고 세계은행 부총재 등을 역임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가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하는 미국 자본주의의 현실을 해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마냥 편안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빈부 격차와 양극화가 심화하는 한국의 상황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스티글리츠는 상위 1%만을 위한 게임의 규칙에 문제를 제기한다. 세계금융위기 등이 드러낸 시장의 실패를 통해 시장에 대한 맹신을 공격하고,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지 못하는 정치·경제 시스템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는다.



 그는 불평등의 악순환이 야기하는 ‘불평등의 대가’에 주목한다. 상위 1%만을 위한 사회가 낳는 부작용이다. 중하위 계층에서 상위 계층으로 부가 이전되면서 발생하는 경제 성장의 둔화와 국내 총생산 감소에 따른 불안정의 심화, 민주주의의 약화와 공정성·정의 등의 가치 훼손, 그로 인한 국가 정체성의 위기와 공동체 의식의 상실 등이 그 위기의 징후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분열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얼마나 잠식하는가를 설득력 있게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의 선택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불평등의 부작용을 직시하고 운명 공동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불평등의 대물림을 막기위해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이야기다. 불평등의 대가는 우리 모두가 치러야 할 가혹한 희생일 수도 있으니.



과학

온도계의 철학

장하석 지음

오철우 옮김, 동아시아

544쪽, 2만7000원




‘온도계라는 것들이 진짜 온도를 틀리지 않게 말해준다는 것을 우리가 정말 어떻게 자신할 수 있는가?’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는 이 질문에서 시작해 온도계 하나를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10년. 이 책이 바로 그 연구의 성과물이다. 끓는점·어는점과 같은 온도계의 고정점을 확장해가는 과학자들의 분투와 논쟁을 옮겨놓았다. 온도계의 눈금을 그려 수치 온도계를 확립해가는 과정 등 온도 측정 역사의 발전과정을 짚고 있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 책엔 역사와 과학과 철학적인 내용이 따로 분리할 수 없을 만큼 하나로 단단히 얽혀 있다. 과학적 성과 뒤에 숨어 있는 철학적 물음과 기술적 문제를 조목조목 들췄다. 저자는 과학사와 과학 철학을 파고드는 방법으로 아직 해명되지 않은 과학의 새로운 현상을 드러내고 밝혀내는 탐구 방식, 즉 상보적 과학(complementary science)의 사례를 앞장서 제시했다.



 일반 독자에게는 다소 어렵지만 학자와 수많은 과학 전공자들에게는 새로운 지적인 자극과 통찰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점에서 많은 추천자가 이 책을 올해 나온 과학 서적 가운데 으뜸으로 꼽았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생각지 않게 접한 책 한 권이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며 자신에게 그러했던 책으로 중학교 3학년 때 애독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들었다. 이 책도 누군가에게 그런 계기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에세이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난다, 302쪽

1만 3000원




“뛰어난 산문을 읽는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새삼 일깨운다.”(서평가 금정연)



올해의 에세이를 꼽는다면 그 첫머리에 들 문학평론가 황현산(68)의 산문집이다. 그는 기욤 아폴리네르·스테판 말라르메 등을 번역한 이름난 불문학자이자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사심 없이 경의를 표하는 현장 비평가다.



지난 30여 년간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 중 80편을 추렸다. 저서 목록이 스펙이 되는 시대, 이제야 첫 번째 산문집을 낸 것이 놀랍지만 황현산은 비평집도 단 두 권뿐인 과작의 문필가다. 지난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쓴 글을 다시 읽기 싫어하는 편이다. 내 글의 약점이 자꾸 거슬려서 책을 엮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엄밀함 때문인지 글은 한 편 한 편 굉장한 밀도를 자랑한다. 거의 모든 글이 일상적인 소재로 시작해 당대의 주요 논쟁과 이슈를 관통한다. 정교하면서도 뜨겁다. 특히나 노(老)학자의 글에 자주 출몰하는 권위나 젠체함이 없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그의 어조에 설득 당하거나 감동하고 마는 것이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 그저 “내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그리워했다”고 썼다. 차고 넘치는 것이 멘토이나 진정한 스승을 찾기 힘든 시대에 이 책이 소중한 이유다.



‘밤이 선생이다’라는 제목처럼 저자는 사위가 고요해지고 어떤 간섭도 받을 일이 없는 한 밤에 글을 쓴다. 오랜 사유가 농축된 책이기에, 한 밤에 아주 천천히 읽기를 권한다.



소설

28

정유정 지음

은행나무, 496쪽

1만4500원




올해 한국문학 최대의 기대작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문장과 구성이 탄탄했던 『7년의 밤』의 작가 정유정의 신작 『28』은 올해 출판시장에서 소설의 부활을 알린 신호탄이 됐다.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댄 브라운의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독자를 끌어들였다.



 정체 불명의 인수공통 전염병으로 봉쇄된 서울 인근 가상의 도시 화양에서 벌어진 악몽 같은 28일을 그린 이 소설은 극한의 상황에 처한 인간과 동물의 생존을 위한 투쟁기다. 전염병의 전파를 막기 위해 사실상 계엄령에 가까운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고, 봉쇄된 화양은 무간지옥으로 변하고 만다. 감염된 개의 살처분도 서슴지 않는다.



 수의사 재형과 기자 윤주 등 5명의 인물과 개 한 마리를 포함해 총 6개의 시선이 맞물리며 돌아가는 다중 플롯의 이 소설은 전염병을 소재로 했지만 영웅담으로 흐르기 쉬운 재난소설의 전형적 문법에서 비켜서 있다. 오히려 죽음을 앞둔 공포와 그 속에서 빚어지는 인간의 광기에 주목하면서 생명에 대한 도덕적이며 윤리적인 질문을 던진다.



 단문으로 몰아치는 작가 특유의 서사는 마지막까지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작품 속 인물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었다. 그의 치밀하고 생생한 묘사도 살아 숨 쉰다.



 괴질과의 사투를 벌인 28일, 화양의 삶은 폭력적이다. 그럼에도 그 속에서 구원을 꿈꿀 수 있었던 것은,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

정글만리 1~3

조정래 지음

해냄, 각 권 420쪽

각 권 1만 3500원




올 한 해 소설시장의 중심에 선 책이다. 작가 조정래(70)가 오랜만에 내놓는 대작이면서 본격적으로 중국을 다뤘기에 인터넷 연재부터 화제가 됐다. 출판계 불황이 무색할 정도로 출간 5개월 만에 100만 부가 판매됐다.



 소설 분야 밀리언셀러는 『엄마를 부탁해』(2008), 『1Q84』(2009)에 이어 3년 만이다. 작가 또한 『태백산맥』(800만부), 『아리랑』(380만부), 『한강』(250만부)에 이어 네 번째 밀리언셀러를 내게 됐다.



 무엇보다 시사성이 크다. 중국을 무대로 한국·중국·일본·미국·프랑스 등 각국 비즈니스맨의 경제전쟁을 그렸다.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좇는 젊은이들의 욕망과 암투가 장대한 풍광 앞에서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다른 한편으론 중국의 인명경시 세태와 과속 성장의 폐해를 꼬집기도 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담대한 희망을 잃고 표류하던 대중이 중국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고 말했다.



 작가의 전작에 비해 문학적 성취가 떨어진다는 일각의 평가도 있었지만 대중들은 급박한 시대상을 문학이란 틀 안에 녹여 낸 작가에게 지지를 보냈다. 작가는 2년 간 자료조사에 매달렸고 현지 취재를 여덟 차례나 나갔다. 본격 집필 이후엔 매일 원고지 20~40매 분량을 펜으로 써 내려가는 생산력을 보여줬다. “멀리 있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가까이 있는 중국이 21세기 우리의 삶을 결정할 것”라는 거시적 통찰이 독자들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예술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존 암스트롱 지음

김한영 옮김, 문학동네

240쪽, 2만8000원




한국 출판시장에서 알랭 드 보통(44)은 그 이름만으로 책을 집어 들게 만드는 작가다. 사통오달 주제 발굴에 현실밀착형 글솜씨며 글감을 주무르는 경쾌한 속도감까지 독자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보통을 넘는다.



 그가 이번엔 미술의 기능 얘기를 꺼냈다. ‘예술을 위한 예술’ 같은 고리타분한 얘기는 집어치우라고 말한다. 미술품은 진통제처럼 치유의 기능을 한다는 단언이 시원스럽다.



 알랭 드 보통은 영국 출신 미술사가 존 암스트롱(47)과 대화하며 ‘예술은 우리를 어떻게 치유 하는가’의 지표를 일곱 가지로 이끌어냈다. ▶불완전한 기억의 보충 ▶이상세계에 대한 희망 표현 ▶삶의 슬픔에 대한 격조 있는 이해 ▶정서적 균형 복원 ▶자기 인식 ▶타인의 경험을 통한 정신적 성장 ▶세상을 평가하는 감각 교정이다. 원제가 ‘치유로서의 미술(Art as Therapy)’인 이유다. 최근 몇 해 한국 사회를 휩쓴 ‘힐링 열풍’과는 격이 다르다.



 그동안 예쁘고 안락한 그림보다 과격하고 파격적인 작품에 전문가들이 별점을 더 줬던 까닭은 무엇일까. 예술계가 전범처럼 휘두른 ‘독자적인’ 네 가지 방식 탓이다. 기술적 성취에 대한 해석, 정치적 독법, 역사적 해석, 충격-가치 독해다. 대중이 예술을 즐기는 방식과 영 다르다.



 그래서 도출한 다섯 번째 독법이 예술을 치유의 방편으로 보는 것이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예술, 자신을 위로해주는 예술을 즐기면 된다는 말씀이다. 사람마다 예술 취향이 왜 그렇게 다른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박시백 지음, 휴머니스트

전 20권

각 권 9500~1만3000원




사실 이 전집을 ‘올해의 책’으로 꼽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 2003년 1권 ‘개국’편이 나왔을 때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지난 10년 간 각종 추천도서 목록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런 기시감에 대한 우려를 무릅쓰고 선택한 이유는 박시백(49) 화백의 대장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서다. 올 7월 20권 ‘망국’편을 끝으로 시리즈를 마칠 때까지 지난 10여 년간 그가 그린 만화는 컷으로 2만 5000컷, 장으로 4000장에 달했다. 문하생 없이 자료수집부터 손수 하면서 실록을 정리한 노트만 121권이었다고 한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태조에서 철종까지 조선의 역사를 왕조별로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실록)을 원전으로 정사(正史)에 집중하며 교양만화의 새 장을 열었다. 500여명의 실존인물을 중심으로 한 왕조의 흥망성쇠를 파노라마처럼 펼쳐냈다. 교보문고 전략구매팀 오주연 MD는 “역사만화 최고의 역작”이라며 “어른부터 아이까지 조선왕조를 가장 쉽고 빠르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평했다.



 전반부에 만화적 재미를 많이 추구했다면 후반부엔 정보 전달에 더 집중했다. 그는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10권 이후에 글만 많고 재미가 없다는 지적도 받았는데, ‘실록’ 자체를 알리는 게 더 중요했다”며 “‘실록’으로 들어가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올 한 해 독자들이 화답했다. 전집으로 출간된 이후 40만 부가 더 팔려, 누적 판매부수가 110만부를 넘어섰다.



● 어떻게 선정했나 ‘2013 올해의 좋은 책 10’ 선정에는 중앙일보 출판·문학팀과 교보문고 도서추천 전문가 북마스터 15명이 함께 참여했다. 우선 교보문고 북마스터가 예비 도서 100종을 고르고, 중앙일보와 교보문고의 토론을 거쳐 후보 도서를 압축했다. 최종 선정에는 출판 전문가 8명의 자문과 추천도 반영됐다. 올해의 좋은 책은 시대의 주요 화두를 담아내고 탄탄한 콘텐트로 완성도를 높이고 편집·글쓰기에서 대중성을 갖춘 책에 초점을 맞췄다.



● 출판계 추천위원 (가나다 순) 강유정(문학·영화평론가) 금정연(북칼럼니스트) 김성희(북칼럼니스트) 로쟈(본명 이현우·북칼럼니스트) 장석주(시인), 정여울(문학평론가)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한미화(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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