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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당신 속 나의 눈부처

권순형
강원대 행정학과 2학년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눈보다는 뿌연 미세먼지가 많아 겨울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때가 되면 겨울은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이치를 다시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하얀 눈은 흰 무늬를 세상에 수놓았다.



 흰 눈은 따뜻한 감성을 자극하곤 한다. 학교 도서관에서 에세이집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정호승 시인의 『첫눈 오는 날 만나자』였다. 수십 편의 에세이 중 유독 내 눈길을 끄는 에세이가 있었다. ‘눈부처’다.



 “그대는 이 세상/그 누구의 곁에 있지도 못하고/오늘도 마음의 길을 걸으며 슬퍼하노니/그대 눈동자 어두운 골목/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 때/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사랑하는 이의 아픔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화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슬픔으로 얼룩진 마음의 길을 홀로 걷는 그대에게 다가가 위로하고픈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의 제목 ‘눈부처’의 의미를 생각하며 시를 읽으면 시인이 그려내고자 한 시상은 더욱 명확해진다. 눈부처는 다른 사람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형상을 뜻한다. 서로가 눈을 마주하고 있을 때 나타난다.



 시인은 이 세상 어느 누구에게서도 안식을 찾지 못하고 혼자 방황하는 그대의 눈동자 속의 눈부처가 될 것을 다짐한다. 타인의 입장에서 그대를 동정하고 그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을 넘어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한다. 눈부처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눈부처를 발견한 순간 그대와 나 사이의 경계는 사라진다. 그대의 아픔이 곧 나의 아픔이다. 그대가 “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 때”와 같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지라도 그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슬픈 마음의 길을 함께 걷고자 한다.



 시를 통해 나를 돌아보는 것, 이것이 진정한 시 읽기가 아닐까. 시인의 마음에 나를 비추어보며 지나온 삶을 돌아본다. 지금껏 수많은 사람들의 눈과 마주치며 살아왔다. 그들의 눈 속엔 분명 내 모습을 한 눈부처가 있었다. 어떤 이는 이 눈부처를 통해 차마 드러내지 못하는 아픔의 메시지를 내게 은밀히 전해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그랬다. 아픔 없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내면의 아픔을 가진 사람의 눈부처를 진심으로 바라보며 그 아픔을 함께 하고자 했었던가. 나는 그러지 못했다. 시 속에 비친 내 눈부처와 마주한 순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자기 고백이었다.



 연중 밤이 가장 길다는 절기 동지(冬至). 겨울의 밤은 여느 밤보다 춥고, 어둡고, 길다. 그럼에도 우리는 보고 싶지 않고, 걷고 싶지 않은 삶의 겨울 밤을 봐야 하고, 그 속을 걸어야만 할 때가 있다. 이제는 당신의 눈부처를 바라보며 그 아픔의 길을 함께 걷고 싶다. 당신의 작은 눈동자 품에 가득 안긴 내 눈부처를 바라보면 당신 속 내 눈부처가 주는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을 테니까.



권순형 강원대 행정학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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